다음해 집정관으로 선출된 사람은 가이우스 율리우스 이울루스와 푸블리우스 피나리우스 루푸스였다. 그들은 BC 487년 집정관으로 취임했다.
두 사람은 전혀 전쟁에 어울리는 인물이 아니었다. 평민이 이들을 집정관으로 선택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두 집정관의 뜻과는 달리 두 사람은 많은 전쟁에 나서야 했다. 그들의 통치 때문에 일어난 전쟁이었다. 하마터면 로마를 파멸시킬 뻔한 상황이었다.
반역 혐의로 기소당해 영구추방형을 선고받은 코리올라누스는 불행을 분하게 여기면서 로마에 복수를 다짐했다. 그는 어떻게 하면, 또 누구의 도움을 받으면 복수를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그는 로마와 겨룰 수 있는 유일한 군대는 볼스키 족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이 여기에 동의하고 유능한 장군의 지휘를 받는다면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볼스키 족을 설득해서 나를 받아들이게 할 수 있다면, 그리고 나를 사령관으로 임명하게 할 수 있다면 복수를 쉽게 이룰 수 있어.’
코리올라누스의 머리에 옛날 일이 떠올랐다.
‘나는 과거 전쟁에서 그들에게 엄청난 재앙을 내린 적이 있었지. 많은 도시에 동맹을 버리도록 강요하기도 했어. 그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코리올라누스는 아무리 위험하다 해도 시도 자체를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위험과 맞닥뜨리기로 했다. 결과가 어떻든 받아들이기로 했다.
코리올라누스는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 주변이 어두워지자 볼스키 족에서 가장 큰 도시인 안티움으로 갔다. 사람들이 저녁 식사를 할 시간이었다. 그는 툴루스 아티우스라는 중요한 인물의 집에 찾아갔다. 출생신분이 뛰어나고 재산도 많은데다 군사적 업적도 훌륭해 높은 평가를 받고 있었으며 나라를 이끄는 사람이었다.
코리올라누스는 툴루스 집에 들어가 화로 아래에 앉아 난민이 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설명했다.
“탄원하러 온 사람에게 자비심과 인정을 베풀어 주시오. 나를 더 이상 적으로 생각하지 마시오. 불행하고 초라해진 사내에게 완력을 행사하지 마시오. 인간의 운은 변하게 마련이지요.
당신은 내 이야기를 이미 들어서 잘 알고 있을 거요. 나는 한때 가장 위대한 도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으로 존경받았지만 이제는 내버려지고 쫓겨나고 비참해진 신세요. 그리고 한때 적이었던 당신이 나를 어떻게 취급하더라도 달게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소.
당신에게 분명히 약속하리다. 내가 당신의 적일 때 재앙을 안겨주었지만 지금 나를 친구로 받아준다면 볼스키에 최고의 도움을 주도록 할 것이오. 당신이 나에게 앙심이 남아 있다면 당장 분풀이를 하시오. 최대한 빨리 죽이도록 하시오. 당신의 화로에서 당신의 손으로 탄원인을 희생시키도록 하시오.”
코리올라누스가 말을 마치자 툴루스는 그의 두 손을 잡았다. 그리고 난로 옆으로 데리고 가서 이렇게 말했다.
“당신의 명예에 어울리지 않는 대접을 하지는 않을 것이오. 오히려 나에게 와 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소. 이것이야말로 내게는 적지 않은 영광이오. 안티움 사람부터 시작해서 모든 볼스키인이 당신의 친구가 될 것이오. 약속하리다. 약속 중 어느 것 하나도 절대 헛소리가 되지 않을 것이오.”
이때부터 코리올라누스와 툴루스는 개인적으로 환담을 나눴다. 그리고 로마에 전쟁을 선포하기로 결정했다.
“당신이 볼스키군을 이끌도록 하시오. 그리고 로마로 진격하는 거요. 로마는 여전히 혼란스럽고 장군은 전쟁을 싫어하는 사람들이오.”
“먼저 전쟁을 선포하기 위해 정당한 이유를 만들어야 하오. 신은 모든 행동에 관여하신다오. 특히 전쟁에 관한 일에는 더욱 그렇지요.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한 결과를 낳게 되는 일이거나 결과가 불분명한 일일 때에는 더 신중해야 하오.”
당시 로마와 볼스키 사이에는 휴전 협정이 존재하고 있었다. 불과 2년 전에 맺은 조약이었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서둘러 로마에 전쟁을 선포한다면 조약을 어겼다는 비난을 받게 될 거요. 하늘은 우호적이지 않을 것이오. 반면 그들이 조약을 어길 때까지 기다리면 우리는 반격을 하는 게 되지요. 그리고 파기된 조약을 회복하려고 노력하는 게 될 거요.
정당한 전쟁을 수행하는 것처럼 보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들이 조약을 먼저 어기게 유혹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는 이미 오래 전부터 그 방안을 생각해 두었지요.
적당한 기회가 올 때까지 혼자 비밀로 했던 책략이지요. 당신이 행동하기를 간절히 원하기 때문에 이제 그걸 밝히지 않을 수 없군요. 로마가 불법적 행동을 먼저 저지르도록 속임수를 씁시다.
로마인은 엄청난 비용을 들여 희생제례를 거행하고 아주 훌륭한 경기대회를 치르지요. 행사에는 많은 이방인이 구경꾼으로 참가하는 게 관례이지요.
행사가 열리기를 기다립시다. 그때 당신이 직접 가는 거요. 볼스키 청년들도 많이 데리고 가시오. 로마에 가면 당신이 가장 신뢰하는 지인을 로마 집정관에게 보내시오. 이렇게 말하라고 시키는 거요.
‘볼스키인이 밤에 로마를 공격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많이 참석한 것은 이 때문입니다.’
로마인은 이야기를 들으면 주저하지 않고 볼스키인을 쫓아낼 거요. 그렇게 되면 당신은 분노를 터뜨릴 수 있는 정당한 이유를 갖게 되는 거요.”
툴루스는 코리올라누스의 책략을 듣고 매우 기뻐했다. 그는 전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직접 준비를 서둘렀다.
경기대회를 시작할 시간이 됐을 때 율리우스와 피나리우스는 이미 집정관 직을 물려받은 뒤였다. 툴루스가 여러 도시에서 모은 볼스키 청년들이 로마에 갔다.
청년 대부분은 신전이나 공공장소에 무리를 지어 있었다. 개인 저택에 숙소를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로마 거리를 돌아다녔다. 때로는 소규모로, 때로는 대규모로 무리를 이뤘다. 그래서 로마에서는 그들에 대한 이상한 의심이 돌았다.
이때 코리올라누스의 책략을 받아들인 툴루스가 보낸 밀고자가 두 집정관을 찾아갔다.
밀고자는 친구의 비밀을 로마인에게 알려주려는 것처럼 꾸몄다. 그는 두 집정관에게 신에게 맹세하라고 했다. 안전을 지켜줄 뿐만 아니라 볼스키인 중 누구도 음모 정보를 준 사람의 정체를 알지 못하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두 집정관은 그의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믿었다. 그들은 곧바로 원로원 회의를 소집했다. 밀고자는 의원들에게서 신분을 누설하지 않겠다는 확신을 받아낸 다음 똑같은 내용을 이야기했다.
원로원 의원들은 로마에 적대적인 나라에서 이렇게 많은 청년을 보낸 것에 대해 이미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중성을 확인할 수 없는 정보까지 입수됐으니 그들의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원로원은 청년들을 해가 지기 전에 로마에서 내쫓자고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여기에 따르지 않는 사람은 사형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로 했다. 그들은 두 집정관에게 지시했다.
“볼스키 청년들에게 모욕을 주지 말고 안전하게 떠나게 만드시오.”
원로원이 투표를 마친 뒤 의원들은 도시를 돌아다니며 볼스키인은 즉시 로마에서 떠나라는 포고문을 알렸다.
“볼스키인은 당장 포르타 카페나 성문을 통해 나가시오.”
다른 의원들은 두 집정관과 함께 그들이 떠나는 모습을 감시했다. 성문을 통해 동시에 로마에서 떠나는 볼스키 청년은 적지 않았다. 음모를 꾸미기에 적당한 것처럼 보였다.
가장 먼저 떠난 사람은 툴루스였다. 그는 서둘러 성문에서 나간 뒤 로마에서 멀지 않은 적당한 장소에서 뒤따라오는 사람들을 기다렸다. 모든 청년이 다 모였을 때 툴루스는 회의를 열어 로마인을 맹렬하게 비난했다.
“우리는 여러 외국인 중에서 유일하게 로마에서 쫓겨났소. 로마인의 처사는 충격적이고 참을 수 없는 모욕이오. 여러분은 고향으로 돌아가면 오늘 겪었던 일을 상세히 알리도록 하시오. 그리고 로마인의 무법적인 행동을 처벌하고 오만을 막을 대책을 강구하도록 하시오.”
툴루스의 말은 이미 로마인에게서 폭언을 들어 흥분해 있던 볼스키 청년들의 분노를 더욱 자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