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코리올라누스의 복수(3) 볼스키의 환대

by leo



볼스키 청년들은 고향에 돌아가 동료 시민들에게 로마에서 받은 모욕을 상세히 설명했다. 때로는 과장해서 이야기했다. 모든 도시는 분노했다. 모욕을 참을 수 없게 됐다. 그들은 서로 사절을 보냈다.


“한자리에 모여야 합니다. 전쟁을 선포하기 위해 공동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모든 일은 주로 툴루스가 부추겨서 이뤄진 것이었다. 각 도시의 지도자들과 많은 볼스키인이 에케트라에 모였다. 이 도시는 총회를 열기에 가장 편리한 위치에 자리 잡고 있었다.


각 도시에서 권력을 잡고 있는 사람들이 차례로 연설한 뒤 투표가 실시됐다. 결론은 로마인이 조약을 먼저 어겼으므로 전쟁을 선포하자는 것이었다.


“어떤 방식으로 로마와 전쟁을 수행하는 게 좋을까요?”


여러 사람이 이런 질문을 던지자 툴루스가 앞에 나섰다.


“코리올라누스를 데려옵시다. 어떻게 하면 로마의 힘을 꺾을 수 있는지 그에게 물어봅시다. 그는 누구보다 로마의 장점과 약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회의 참석자들은 만장일치로 찬성했다. 그들은 한목소리로 코리올라누스의 이름을 외쳤다.


코리올라누스는 원하던 기회가 찾아왔다고 판단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주 시무룩한 표정이었고 눈에는 눈물이 가득 했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만약 여러분이 나의 불행에 대해 똑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면 나는 변명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하지만 여러분 중에는 다양한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로마인이 정당한 이유도 없이 나를 쫓아내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나는 여러분 앞에서 무엇보다 추방에 대해 해명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내심을 갖고 들어주십시오. 내가 적에게서 어떤 고통을 받았는지를 이야기하고, 나에게 떨어진 불행은 부당하다는 걸 설명할 겁니다. 여러분 중에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싶다며 서두르지 마십시오. 내가 어떤 종류의 사람이고, 어떤 견해를 밝히려는지 먼저 들어보십시오.


로마의 원래 헌법은 왕정과 귀족정이 섞인 형태였습니다. 나중에 마지막 왕인 타르퀴니우스가 정부를 독재로 바꾸어버렸습니다. 이 때문에 귀족 중에서 지도자들은 그에 맞서 싸워 국가에서 쫓아냈습니다. 그리고 정부 행정을 직접 다루게 됐습니다. 모든 사람이 가장 훌륭하고 가장 현명한 제도라고 생각하는 정부 체제를 만들었습니다.


얼마 전입니다. 불과 2~3년 전입니다. 로마 시민 중에서 가장 가난하고 가장 게으른 자들이 나쁜 인물을 지도자로 내세우고는 많은 비행을 저질렀을 뿐만 아니라 나중에는 귀족정을 뒤집으려고 시도했습니다.


원로원의 모든 지도자는 통탄했습니다. 정부를 어지럽히는 자들의 오만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어떤 귀족보다 더 적극적이었던 사람은 나이가 많았던 아피우스 클라우디우스였습니다. 많은 점에서 칭찬을 받을 만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나를 포함한 젊은 의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원로원에서 의원들이 한 모든 연설은 솔직했습니다. 평민에게 전쟁을 선포하자는 게 아니라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정부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었습니다. 로마인을 노예로 만들자는 생각에서가 아니라 모든 사람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고 정부 업무 관리는 최고의 사람에게 맡겨져야 한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가장 부도덕한 평민의 지도자가 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들은 가장 노골적으로 평민에 반대하는 두 명을 제거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한꺼번에 둘을 공격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공격이 부당하고 끔찍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더 젊고 다루기 쉬운 저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재판도 하지 않고 나를 파멸시키려고 했습니다. 나를 사형시킬 테니 내놓으라고 원로원에 요구했습니다.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자 그들은 스스로 재판관 역할을 맡은 재판에 나를 소환했습니다. 그리고 독재를 노렸다는 혐의를 뒤집어 씌웠습니다.


귀족과 손잡고 민중에 전쟁을 선포하는 독재자는 없으며, 거꾸로 민중의 도움을 받아 국가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들을 없앤다는 사실조차 그들은 몰랐습니다.


그들은 나에게 백인대별로 투표하는 전통적인 재판 기회도 주지 않았습니다. 모든 사람이 인정하다시피 가장 무원칙한 재판을 열었습니다. 오직 나의 경우에만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이 재판에서 노동자 계급과 떠돌이, 그리고 다른 사람의 재산을 노리는 자들이 선량하고 정당한 사람들, 그리고 로마를 걱정하는 사람들을 압도했습니다.


나는 결백하다는 사실에서 아무런 효과도 얻지 못했습니다. 미덕을 증오하는 자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많은 미덕을 가진 나를 미워하는 폭도로부터 재판을 받았고, 호민관들은 나로부터 최악의 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내가 무죄판결을 받으면 사임하겠다고 위협하면서 재판에서 모든 열정을 쏟아 부었지만 나는 단 두 표 차이로 유죄판결을 받았습니다. 동료시민들에게서 그런 대접을 받은 뒤 나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저들에게 복수하지 않으면 내 인생의 나머지는 살 가치가 없다.’


나는 로마와 혈연관계인 라틴 도시나 로마의 조상이 세운 식민지에서 성가신 일 없이 편안하게 살 자유를 얻었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로마인 때문에 많은 피해를 입었고, 로마인에게 최고의 앙심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여러분의 도움을 받아 나의 모든 힘을 쏟아 로마에 복수하기 위해 여기 온 것입니다.


말이 필요할 때는 말로, 행동이 필요할 때는 행동으로 복수할 것입니다. 여러분이 전쟁 때 나로부터 받은 피해를 생각하지 않고 어떤 분노도 터뜨리지 않고 나를 받아주셔서 그리고 큰 영예를 안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온 힘을 다해 봉사한 동료 시민에게서 마땅히 받아야 할 명예와 영광을 모두 빼앗겨버렸다면, 게다가 조국과 가족, 친구, 그리고 신과 조상의 무덤, 모든 즐거움에서 쫓겨나버렸다면 나는 어떤 사람이 돼야 합니까? 내가 로마를 위해 전쟁을 벌였던 여러분에게서 이런 모든 걸 받았다면 동료가 아니라 적이 된 사람들에게는 가혹하고, 적이 아니라 친구가 된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돼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자신에게 전쟁을 선포한 사람에게 분노를 느끼지 못하고, 그를 보호해준 사람에게 애정을 느끼지 못한다면 사람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나에게 비난을 퍼부은 나라가 아니라 외국인인데도 시민으로 받아준 나라를 조국으로 생각할 것입니다. 나를 모욕한 곳이 아니라 나에게 안전을 제공한 곳을 친구의 땅으로 생각할 것입니다.


하늘이 도와준다면, 그리고 여러분들의 지원이 내가 기대하는 것만큼 뜨겁다면, 아주 크고 갑작스러운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여러분도 다 아시다시피 로마는 이미 많은 적을 경험했습니다. 누구보다 볼스키를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무엇보다 볼스키를 약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열심히 찾고 있습니다.


로마는 많은 볼스키 도시를 전쟁에서 빼앗았거나 친구가 되자면서 속여 빼앗아갔습니다. 여러분이 힘을 모아 로마에 전쟁을 벌이지 못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끊임없이 그들의 계획에 맞대응하고, 지금처럼 한마음으로 전쟁에 나선다면 여러분은 손쉽게 로마의 지배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떤 방식으로 전쟁을 하고 어떻게 상황을 다룰 것인가에 대해 여러분은 나에게 의견을 물을 것입니다. 이것이 나의 경험에 대한 찬사인지, 아니면 나의 선의에 대한 찬사인지, 아니면 둘 다에 대한 찬사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숨김없이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전쟁을 선포하기에 앞서 정당한 명분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하겠습니다. 어떤 명분이 정당하면서 동시에 이익이 되는지 설명하겠습니다.


원래 로마의 영토는 아주 작고 메마른 땅이었습니다. 이웃에서 강탈한 결과 지금 소유하고 있는 땅은 아주 넓고 비옥합니다. 만약 피해를 입은 모든 나라가 땅의 반환을 요구한다면 로마만큼 하찮고 약하고 무기력한 나라도 없을 것입니다.


우선 주도권을 잡아야 합니다. 먼저 로마에 사절단을 보내 영토를 돌려달라고 요구하십시오. 여러분의 땅에 로마가 세운 모든 성채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하십시오. 그리고 그들이 무력으로 빼앗아간 모든 재산을 돌려달라고 말하십시오. 그들의 답을 듣기 전까지 전쟁을 시작해서는 안 됩니다.


여러분이 이 조언을 따른다면 두 가지 중 하나를 얻을 수 있습니다. 아무런 위험이나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원래 여러분이 갖고 있었던 것을 모두 되찾거나, 전쟁을 치를 수 있는 명예롭고 정당한 명분을 얻게 되는 겁니다.


다른 사람의 재산을 탐내는 것이 아니고 원래 우리 것이었던 재산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되찾는 데 실패하더라도 전쟁을 선포할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명예로운 절차라고 인정할 것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이렇게 하면 로마는 어떻게 대응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들이 땅을 돌려줄 거라고 보십니까? 만약 그렇게 한다면 다른 나라에게도 모든 재산을 돌려주지 않을 방법이 잇겠습니까? 아이퀴인, 알바인, 에트루리아인, 그리고 다른 많은 나라들이 땅을 돌려달라고 찾아갈 겁니다.


로마가 모든 땅을 그대로 차지하고 여러분의 정당한 요구를 거절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나의 생각은 바로 이것입니다. 먼저 여러분이 피해를 본 것에 대해 항의하면서 무기를 들 명분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리고 영토를 빼앗긴 뒤 전쟁 이외에 다른 수단을 총동원해 영토를 되찾고 싶어 하는 모든 나라를 동맹으로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이야말로 행운의 여신 포르투나가 피해를 입은 나라에게 ‘분열해서 서로 의심하고 있으며 전쟁에 경험이 없는 장군을 보유하고 있는 로마를 공격하라’면서 주는 가장 우호적이고 유일한 기회입니다. 이전에는 꿈도 꿀 수 없었던 기회입니다.


실제 행동에 들어갈 때가 됐을 때 전쟁에서 어떤 계획을 세우고 앞을 어떻게 내다볼지는 군 사령관에게 맡기면 됩니다. 여러분이 어떤 자리를 맡겨도 나의 열정은 부족하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어떤 평범한 병사나 장군보다 더 용감하게 맡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내가 여러분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자리라면 어디든 나를 배치해서 활용하십시오. 내가 여러분의 적이었을 때 여러분에게 최악의 재앙이 될 수 있었다면 내가 여러분 편에 서서 싸울 때에는 여러분에게 가장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볼스키인은 코리올라누스의 연설에 매우 만족했다. 그래서 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한목소리로 함성을 질러 그의 제안이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한다는 걸 보여주었다. 그들은 다른 사람의 말을 더 들을 필요가 없다면서 코리올라누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당장 결의안이 통과됐고, 볼스키는 각 도시에서 중요한 인물들을 골라 로마에 사절단으로 보냈다.


또 코리올라누스를 모든 볼스키 도시의 원로원 의원으로 받아들이고, 그에게 어디서든 행정관 선거에 입후보할 수 있는 특권을 부여하기로 결정했다. 이밖에 그들 사이에서 가장 영예로운 각종 특혜를 나눠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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