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스키는 로마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작업에 착수했다. 전쟁 준비를 서두른 것이었다. 그들은 과거의 전쟁에서 패해 낙담했지만 이제는 용기를 얻었다. 로마의 힘을 누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다.
로마에 간 사절단은 원로원에 들어가 이렇게 말했다.
“로마에 대한 우리의 불만이 잘 해결되기를 기대합니다. 앞으로 우리는 속이거나 사기를 치지 않는 친구이자 동맹이 되기를 바랍니다.
로마가 빼앗아간 모든 도시와 영토를 돌려준다면 선린관계의 증거가 될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볼스키와 로마 사이에는 평화도, 확고한 선린관계도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피해를 입은 쪽이 침략자에게 적이 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우리가 정의를 바로 세우지 못해 전쟁을 선택하는 일이 없도록 해 주십시오.”
볼스키 사절단이 말을 마치자 원로원 의원들은 잠시 물러가라고 한 뒤 논의를 시작했다. 그들은 대답을 결정지은 뒤 다시 사절단에게 들어오게 했다.
“여러분이 선린관계를 원하는 것인지 전쟁의 명분을 찾는 것인지 알 수 없군요.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여러분은 우리에게서 원하는 걸 받지 못할 것입니다. 부당하고 불가능한 걸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우리에게 영토를 선물로 준 뒤 마음이 바뀌어 돌려달라고 했는데 돌려받지 못했다면 여러분은 억울할 것이지요. 하지만 전쟁에서 패해 빼앗기는 바람에 이제 더 이상 권리를 갖고 있지도 못하면서 돌려달라고 한다는 것은 남의 재산을 탐내는 나쁜 일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전쟁에서 승리를 거둬 얻은 재산을 우리 소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법을 만든 건 우리가 처음이 아닙니다. 이런 법을 인간이 만든 제도가 아니라 신이 만든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나라는 이 법을 이용합니다. 우리는 당신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일 생각도 없고 당신들에게서 정복한 땅을 포기할 생각도 없습니다.
용기와 용맹으로 얻은 것을 어리석음과 두려움 때문에 잃는다는 것은 정말 수치스러운 짓입니다. 당신들에게 전쟁을 하라고 강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들이 원한다면 전쟁을 피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일단 당신들이 전쟁을 시작하면 우리는 방어할 것입니다. 볼스키에 가서 이렇게 대답을 전하십시오. 먼저 무기를 드는 건 당신들이이겠지만, 나중에 내려놓는 사람은 우리가 될 것입니다.”
볼스키 사절단은 로마 원로원의 답변을 볼스키 사람들에게 그대로 전했다. 곧 총회가 다시 소집됐다. 모든 도시는 로마에 전쟁을 선언하자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그들은 툴루스와 코리올라누스에게 전권을 주어 공동사령관으로 임명했다. 또 병력과 군자금을 모으고, 전쟁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모든 것을 준비하자고 투표로 결정했다.
회의를 마칠 무렵 코리올라누스가 일어났다.
“볼스키 동맹이 투표로 결정한 것은 모두 잘 된 일입니다. 모든 준비는 제때 이뤄지도록 해야 합니다. 병력을 모으고 다른 준비를 할 때, 십중팔구 늦어지는 일이 생길 것이지만, 툴루스와 저에게 알려서 일을 착수하게 해주십시오.
로마의 영토를 약탈하고 싶다면 우리와 함께 갑시다. 하늘의 도움을 받아 나는 여러분에게 풍부한 전리품을 드릴 겁니다. 로마는 여러분의 병력이 아직 모이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준비도 안 하고 있을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원하는 만큼 로마의 영토로 쳐들어갈 기회를 잡을 것입니다.”
볼스키인은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두 장군은 로마가 계획을 알기 전에 많은 지원병을 이끌고 서둘러 진군했다. 툴루스는 일부 병력으로 라틴 영토를 침범했다. 로마가 이들에게서 지원을 받지 못하게 차단하려는 것이었다. 코리올라누스는 나머지 병력을 이끌고 로마로 쳐들어갔다.
예상하지 못한 재앙이 닥치는 바람에 자유로운 상태였던 많은 로마인이 포로로 잡혔다. 많은 노예와 적지 않은 소, 그리고 가축도 노획됐다. 들판에서 자라던 곡식과 철제 도구, 농사를 짓는 데 사용하는 기구 중 일부는 볼스키로 옮겨졌고 나머지는 파괴됐다.
볼스키는 마지막으로 농촌의 집에 불을 질렀다. 집을 잃은 사람들이 나중에 집을 새로 짓는 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됐다.
평민의 농장은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반면 귀족의 농장은 전혀 해를 입지 않았다. 조금 피해를 입었다 하더라고 겨우 노예나 가축을 빼앗겼을 뿐이었다. 코리올라누스가 볼스키 병사들에게 그렇게 하라도 지시를 내렸기 때문이었다. 귀족에 대한 평민의 의심을 더 키워 로마에서 반목이 지속되게 하려는 속셈이었다. 실제로 상황은 그가 원하는 대로 됐다.
볼스키가 농촌을 습격한 사실이 로마인에게 알려졌다. 그들은 재앙이 모두에게 똑같이 일어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빈민은 부자에게 소리를 질렀다.
“당신들이 코리올라누스를 데리고 온 거야!”
반면 귀족은 의혹을 풀려고 애를 썼다.
“코리올라누스가 의도적으로 사악한 속임수를 쓰고 있는 것이오.”
서로에 대한 질시와 배신의 두려움 때문에 양측 중 누구도 파괴되고 있는 것을 구하러, 남은 것을 도와주러 달려갈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코리올라누스는 하고 싶은 만큼 피해를 준 뒤에 편안하게 병사들을 철수시켜 집으로 데려갈 수 있었다. 볼스키 병사는 단 한 명도 다치거나 죽지 않았으며, 많은 노획물 덕분에 다들 부자가 됐다.
잠시 후 툴루스가 라틴 지역에서 돌아왔다. 그도 많은 전리품을 챙겨왔다. 라틴의 주민들은 준비도 안 된 사이에 예기치 않게 재앙을 만난 탓에 볼스키와 맞서 싸울 군대를 갖고 있지 않았던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볼스키의 모든 도시는 희망에 부풀어 올랐다. 그들이 기대했던 것보다 많은 병사가 모였고, 장군들에게 필요한 모든 것이 잘 준비됐다. 모든 병력이 모였을 때 코리올라누스는 앞으로 어떤 작전을 펼칠지에 대해 동료들과 의견을 나누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 생각에는 병력을 둘로 나누는 게 좋겠습니다. 하나는 가장 활동적이고 열정이 넘치는 병사들로 구성해서 로마로 쳐들어가는 겁니다. 만약 로마가 전투를 벌이러 나온다면 단 한 번의 전투로 결판을 지으면 됩니다. 만약 그들이 새로 모은 병사를 경험 없는 장군 밑에 배치하는 걸 주저한다면, 내 생각에는 그럴 것 같습니다만, 그들의 영토를 황폐화시키고 동맹과 떼어놓고 식민지를 파괴하면서 할 수 있는 만큼 그들에게 피해를 주는 겁니다.
나머지는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적이 쳐들어올 경우에 대비해 이곳에 머물면서 영토와 도시를 지키는 겁니다. 만약 도시를 제대로 방어하지 않고 있으면 우리가 갖고 있지 않은 걸 얻으려고 하다가 우리가 가진 걸 잃는 불명예를 당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여기 남는 병력은 망가진 도시의 성벽을 고치고, 해자를 정리하고, 농부들이 피난처로 삼을 수 있게 성채를 보강해야 합니다. 또 추가 병력을 모집하고 원정을 나간 병력에 보급품을 공급하고, 무기를 만들고, 그밖에 필요한 건 무엇이든 서둘러 준비해야 합니다.
전선에 나갈 군대를 지휘할 것인지, 아니면 여기 남아 있을 것인지 당신에게 우선적으로 선택할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툴루스는 아주 기쁜 마음으로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는 전쟁터에서 코리올라누스의 열정과 행운이 어떤지를 잘 알기 때문에 전쟁터에 데리고 나갈 군대 지휘권을 그에게 양보했다.
코리올라누스는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병력을 이끌고 키르케이로 진군했다. 이곳에는 로마 식민지단이 원주민과 섞여 살고 있었다. 그는 키르케이를 바로 점령할 수 있었다. 키르케이인은 볼스키군이 농촌을 장악한 뒤 성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때 바로 성문을 열었다. 그들은 비무장한 상태로 성 밖에 나가 도시를 점령하라고 요청했다. 그들은 이렇게 함으로써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코리올라누스는 키르케이인 중 누구도 죽이지 않았고 누구도 추방하지 않았다. 대신 병사들에게 줄 의복과 한 달 치 식량을 공급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적당한 금액의 돈도 지불하라고 요구했다. 코리올라누스는 키르케이가 로마군 손에 넘어가 피해를 입지 않게 하면서 주민들의 안전을 지킬 뿐만 아니라 키르케이인이 장차 반란을 시작할 꿈도 꿀 수 없도록 하려고 그곳에 소규모 주둔군을 남긴 채 병력을 철수시켰다.
이런 소식은 로마에 전해졌다. 로마에서는 이전보다 더 극심한 혼란과 무질서가 발생했다. 귀족은 평민을 비난했다.
“당신들이 위대하고 열정이 넘치는 사령관이며 귀족의 긍지로 가득 찬 사람을 로마에서 쫓아낸 것이오. 그에게 거짓 누명을 뒤집어씌워서 볼스키군의 사령관이 될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이오.”
거꾸로 평민의 지도자들은 원로원을 비난했다.
“모든 것은 원로원이 꾸민 반란의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전쟁은 모든 로마인을 목표로 벌어진 게 아닙니다. 다만 평민만 노리고 있는 것입니다.”
양측 모두 군대를 모으고 동맹의 지원을 요청하거나 필요한 준비를 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서로에 대한 증오와 민회에서 서로에게 보인 행동 때문이었다.
로마의 원로들은 이런 모습을 보고 힘을 합쳐 평민 중에서 가장 불만이 많은 사람들을 설득하러 나섰다.
“귀족을 의심하거나 비난하는 일을 그만 두시오. 뛰어난 인물을 추방하는 바람에 로마에 이처럼 큰 위험이 닥쳤는데 당신들이 다른 귀족들을 모욕해서 (코리올라누스와)똑같은 감정을 느끼게 만든다면 득이 되는 게 무엇이겠소?”
이 덕분에 평민의 무질서는 진정될 수 있었다. 혼란이 수그러들자 원로원은 회의를 열었다. 그들은 도움을 요청하러 온 라틴 동맹 사절단에게 답을 주어야 했다. 그들의 답은 이런 것이었다.
“당장 지원군을 보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로마가 지원군을 파견할 때까지 라틴 도시들이 독자적으로 병력을 모으고 독자적인 장군을 내세워 전선에 나서는 걸 허가하겠습니다.”
당시 로마와 라틴 동맹이 맺은 조약에 따르면 라틴 도시들이 이렇게 하는 것은 금지돼 있었다. 원로원은 또한 두 집정관에게 병력을 소집해서 로마를 지키고 동맹군을 모으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모든 게 준비될 때까지 전투에 나서지 못하게 했다.
원로원의 결정은 민회의 재가를 받았다. 두 집정관의 임기는 얼마 남아 있지 않았다. 그래서 원로원 결정을 수행하기 어려웠다. 그들은 후임자들에게 모든 걸 넘겨주었다.
두 사람의 자리를 물려받은 사람은 스푸리우스 나우티우스와 섹스투스 푸리우스였다. 둘은 시민들의 등록을 받아 최대한 많은 병력을 모았다. 가장 좋은 성채에 봉화와 망루를 세웠다. 로마 영토로 들어오는 것은 무엇이든 모르는 일이 없게 하려는 뜻에서였다. 그들은 또 단시간에 많은 군자금과 곡물, 무기도 모았다.
로마에서 최고의 방법으로 준비를 한 덕분에 부족한 것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라틴동맹군은 로마의 요청에 신속하게 응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번 전쟁에서 자발적으로 로마를 도울 마음이 없었다. 두 집정관은 강제로 그들을 끌어내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자칫 반란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실제 일부 동맹은 노골적으로 로마에 반기를 들고 볼스키를 돕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