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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오카 미호 해변의 깃옷-일본판 선녀와 나무꾼

by leo


일본 시즈오카 스루가만에 미호 해변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모래는 아주 노랗고 고우며, 밀물 때에는 조개들이 많은 해변입니다. 이곳에는 오래된 소나무 숲이 있습니다. 나무들은 모두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누워 있습니다.


먼 옛날 미호 해변 근처 마을에 하쿠료라는 어부가 살았습니다. 그는 어느 날 밤 배를 몰고 바다로 나갔습니다. 그물을 여기 던지고 저기 던졌습니다.


하쿠료는 물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했습니다. 새벽 동이 트기도 전에 지치고 말았습니다. 날씨도 매우 추워서 그는 배를 돌렸습니다.


하쿠료가 해변에 닿자마자 따뜻한 바람이 불었습니다. 바람은 그의 얼굴을 스치고 머리카락을 지나 옷 속까지 파고들었습니다. 부드러운 모래는 그의 발을 간질이며 피로를 풀어 주었습니다. 바람과 함께 아주 상큼한 향도 날아왔습니다. 삼나무와 버배인민트를 포함해 수백 가지 꽃과 나무의 냄새가 섞인 향이었습니다. 꽃잎들이 하늘하늘거리며 모래 위에 떨어졌습니다. 마치 새벽에 꽃비가 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하쿠료는 온 몸을 짓누르던 피로가 싹 가시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그는 모래에 누워 두 팔을 쭉 뻗어 하늘에서 내려오는 꽃잎을 잡았습니다. 연꽃, 재스민꽃, 석류꽃 등이었습니다. 어디선가 달콤한 음악소리도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여기는 미호 해변이 아닌 것 같구나!”


하쿠료는 갑자기 모래에서 일어나면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수천 번 배를 정박한 나의 고향 미호 해변이 아니야. 나도 모르게 엉뚱한 곳에 온 것이 아닌가?


하쿠료는 해변 여기저기를 둘러보았습니다. 그리고 머리를 들어 먼 산을 바라보았습니다. 멀리 산 중의 산인 후지산이 보였습니다. 그는 다시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를 보았습니다.


“아! 내가 착각했구나. 여기는 미호 해변이 맞아. 내가 왜 갑자기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지?”


하쿠료는 모래에 뉘었던 등을 일으켜 세웠습니다. 그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습니다. 밤새 고기를 한 마리도 못 잡아 신경이 곤두서는 바람에 정신이 잠시 나간 것이었다고 그는 생각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저기 멀리 소나무 숲의 나뭇가지에 옷 하나가 걸려 있는 게 보였습니다. 하쿠료는 나무로 달려갔습니다. 온갖 종류의 새 깃털로 만든 옷이었습니다. 그로서는 태어나서 처음 보는 신기한 옷이었습니다. 물총새 깃털도 있었고, 금계 깃털도 보였습니다. 모란앵무, 백조, 까마귀, 가마우지, 피리새, 독수리, 물떼새, 왜가리 깃털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야, 정말 예쁘게 하늘거리는 옷이군!”


하쿠료는 나무로 올라가 옷을 끌어내렸습니다.


“정말 따뜻하고 부드러운 옷이야. 집에 가져가서 보물처럼 보관해야겠군. 마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자랑해야지. 아무리 돈을 많이 줘도 팔지 않을 거야.”


사실 이 옷은 신의 나라에 사는 여신의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바닷가에서 다른 어린 신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하고로모(羽衣)’라는 옷을 나뭇가지에 걸어놓았던 것입니다. 여신은 어부가 옷을 가져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 안 돼! 그 옷을 가져가면 안 돼요. 그 옷은 내 것이에요.”


여신은 화살보다 빠르게 바람보다 경쾌하게 바다에서 뛰쳐나와 비호 해변으로 달려갔습니다. 어린 신들이 뒤를 따랐습니다. 그녀는 곧바로 하쿠료를 따라잡을 수 있었습니다.



“선량한 어부여! 그 옷은 나의 것이랍니다. 어서 돌려주세요.”


여신은 아주 상냥하게 말을 하며 손을 앞으로 내밀었습니다.


하쿠료는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지요?”


“그 옷은 나의 것이에요. 바다에서 노는 사이 나뭇가지에 잠시 걸어둔 거랍니다. 꼭 돌려받아야 해요.”


하쿠료는 옷을 돌려주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는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습니다.


“그건 곤란한대요. 우리나라에서는 흘린 물건이 있을 경우 주운 사람이 임자예요. 따라서 이 옷은 내 것이지요.”


여신은 곤란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손을 내밀며 부탁했습니다.


“나는 하늘나라에 사는 달의 여신이에요. 옷을 돌려주도록 하세요.”


“달의 여신이여! 안녕히 가시오.”


하쿠료는 여신의 말을 무시하고 그냥 집을 향해 걸어가려 했습니다. 여신은 화가 나서 어부에게서 옷을 뺏으려 했습니다. 어부는 빼앗기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쳤습니다. 그 때문에 털옷은 모래에 떨어져 버렸습니다.


“나는 달의 여신이랍니다. 매일 새벽 미호 해변에 신의 아이들을 데리고 놀이를 오지요. 깃옷이 없다면 나는 달로 돌아갈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제발 내 옷을 돌려주세요.”


“나는 그렇게 할 생각이 모래 한 알만큼도 없소이다.”


하쿠료가 냉정하게 말을 끝내자마자 여신은 무릎을 꿇더니 한낮에 뜨거운 태양에 시달리는 백합꽃처럼 머리를 푹 숙이고 말았습니다. 그녀는 하쿠료의 손을 잡아끌어 앞에 앉혔습니다. 그리고 그의 맨발에 눈물을 뚝뚝 흘렸습니다.


“나는 새랍니다. 아주 약한 새이지요. 날개는 부러지고 상처 입는 새랍니다. 집에서 멀리 떨어지면 죽을 수밖에 없답니다. 다섯 가지 불운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머리의 빨간 꽃들은 시들고 옷은 더러워진답니다. 현기증이 찾아오고, 눈을 볼 수 없게 되지요. 마지막으로 세상의 모든 희망을 잃어버린답니다. 아! 축복받은 하늘의 구름이여, 행복하게 날아다니는 새들이여, 바람에 떠도는 황금빛 먼지들이여, 비상하는 생각과 기도들이여, 너희들이 정말 부럽구나.”


하쿠료는 여신의 비통한 노래를 듣고는 마음이 슬퍼졌습니다. 그는 여신에게 말했습니다.


“여신이여, 이제 그만 하셔도 됩니다. 옷을 가져가도록 하세요. 대신 나를 위해 여기서 춤을 한 번만 추도록 하세요. 그게 마지막 부탁이오.”


“나보고 여기서 춤을 추라고요.”


“그렇소. 매일 밤 달을 돌게 만드는 그 신기한 춤을….”


“나에게 옷을 준다면 춤을 출 수 있답니다. 옷이 없으면 그렇게 하는 건 불가능하지요.”


“나를 속이고, 약속을 어기고, 그냥 하늘로 날아가면 나는 어떻게 하나요?”


“오, 어부여. 나는 달의 여신이랍니다. 믿음의 여신이지요.”


하쿠료는 여신의 말을 믿고 깃털 옷을 건네주었습니다.


여신은 옷을 입고 머리카락을 뒤로 제치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리고 노란 모래 위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오! 달의 금색, 은색 산들이여! 하늘의 노래하는 새들이여! 너희들인 계피나무 가지에서 노래하는구나. 하늘나라에 사는 30명의 왕을 즐겁게 하려고. 열다섯 왕은 하얀 옷을 입고 15일간 다스리고, 열다섯 왕은 검은 옷을 입고 다른 15일 동안 다스리는구나. 나는 하늘의 노래를 듣는다. 그리고 멀리멀리 하늘나라로 날아오른다.”


여신은 노래를 부르면서 무지개처럼 찬란한 날개를 활짝 펼쳤습니다. 그녀의 머리에 바닷바람이 불어 빨간 꽃잎들이 하늘거리게 만들었습니다. 그녀가 입은 깃털 옷을 마치 보석처럼 화려하고 밝게 빛나게 만들었습니다.


여신은 크게 웃었습니다. 그녀의 발은 이제 파도 위에 서 있었습니다. 육지의 잔디를 밟고 꽃들도 밟았습니다. 미호 해변의 소나무 가지들도 밟고, 하얀 구름도 밟았습니다.


“어부여! 이제 여기서 작별입니다. 안녕히….”


하쿠료는 여신이 하늘로 올라가 사라지는 모습을 오랫동안 바라보았습니다. 그는 걸음을 돌려 집으로 가려다 발밑에 하얀 깃털이 하나 떨어져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회색 비둘기 깃털이었습니다. 그는 깃털을 주워 손가락으로 먼지를 털어내 호주머니에 곱게 넣었습니다.




미호 해변은 일본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곳입니다. 시즈오카 여행을 가는 사람들은 꼭 들르는 곳입니다. 해변이 아름다운데다 전설도 멋지기 때문입니다. 일본인들은 미호해변의 전설이 어린 소나무 밭을 ‘미호 노 마츠바라(三保の松原)’라고 부릅니다. 또 ‘하고로모 노 마쓰(羽衣の松)’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곳에서는 후지산을 볼 수 있어 더욱 인기가 높습니다. 바다에서 소나무 사이로 후지산을 보기 위해 시즈오카여행 일정을 짜는 사람이 있을 정도입니다.


미호 해변은 3km 정도에 걸쳐 이어져 있습니다. 상당 부분은 모래라기보다는 작은 돌로 이뤄졌습니다. 그래서 트레킹이나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곳의 소나무 중에서 오래된 것들은 600살이 넘는다고 합니다.


시즈오카 여행을 가서 미호해변에 가려면 시미즈 기차역에서 시즈테쓰 버스를 타면 됩니다. 시미즈항에서 출발하는 드림페리 미니 크루즈를 타면 바닷가에서 미호해변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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