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가오슝에 가면 판빙샨(半屛山)이라는 산이 있습니다. 이름 그대로 반쪽짜리 산입니다. 먼 옛날 판빙샨 기슭에는 작은 마을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만두를 파는 노인이 마을에 들어왔습니다. 그는 낡아서 다 떨어진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노인은 따뜻한 만두를 담은 통을 어깨에 메고 있었습니다. 통에서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겨 나왔습니다. 노인은 밝은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따뜻하고 맛있는 만두가 왔어요! 한 개에 10원, 두 개에 20원입니다. 그런데 세 개는 공짜랍니다.”
사람들은 노인이 멍청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세상에 그런 만두 가격이 어디 있어요?”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노인은 계속 외쳤습니다.
“따뜻하고 맛있는 만두가 왔어요! 한 개에 10원, 두 개에 20원, 세 개는 공짜~~”
노인 주변에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그들은 노인이 들을까 봐 조용하게 말했습니다.
“한 개 10원, 두 개 20원인 만두가 세 개에 무료라는 게 사실일까? 아무래도 속임수가 있는 것 같은데~~”
‘큰머리’라는 별명을 가진 왕 씨가 나섰습니다.
“내가 먼저 세 개를 먹어봐야겠어. 그러면 세 개가 공짜인지 아닌지 알 수 있겠지.”
왕 씨는 노인에게서 만두를 받아 먹었습니다. 만두는 엄청나게 컸습니다. 하나가 큰 닭만 했습니다. 왕 씨는 두 개를 먹었는데 벌써 배가 가득 차 버리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중단할 수는 없었습니다. 돈을 낼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한 개를 더 먹으면 만두가 공짜라는 게 진짜이지요?”
“나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왕 씨는 억지로 세 번째 만두를 먹었습니다. 먹었다기보다는 입에 쑤셔 넣은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노인은 껄껄 웃었습니다.
“정말 잘 먹는군요. 당신은 돈을 내지 않아도 되겠군요. 나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답니다.”
왕 씨가 공짜로 만두 세 개를 먹은 걸 본 다른 사람이 나섰습니다. 그도 공짜로 만두를 배불리 먹었습니다.
그러자 마을 주민 모두가 만두 세 개를 먹겠다며 나섰습니다. 노인의 통에 들어 있던 만두는 금세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여러분들은 정말 식욕이 좋으시군요!”
노인은 빙긋이 웃었습니다. 그는 통을 정리해 마을을 떠나 왔던 길로 돌아갔습니다.
만두를 하나도 먹지 못한 사람들은 노인이 돌아가는 모습을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만두 세 개를 먹은 마을 사람이 놀란 듯 소리를 질렀습니다.
“아니, 저럴 수가! 앞산이 작아졌잖아!”
다른 사람은 코웃음을 쳤습니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만두를 너무 많이 먹어 정신이 혼미해져서 그렇게 보이는 거야.”
그는 멀리 걸어가는 노인을 보면서 큰소리로 비웃었습니다.
“세상에 저렇게 어리석은 사람은 본 적이 없어. 세상에 만두 세 개를 공짜로 주는 사람이 어디 있어?”
만두 세 개를 먹은 다른 마을 사람은 흐뭇하게 웃었습니다.
“정말 맛있는 만두였어.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한 걸. 노인이 매일 왔으면 좋겠어.”
다음날 노인은 다시 마을에 나타났습니다.
“따뜻하고 맛있는 만두가 왔어요. 참깨, 땅콩 만두랍니다. 한 개에 10원, 두 개에 20원, 세 개는 공짜요.”
이번에는 온 마을 사람들이 서로 앞을 다퉈 노인 주변에 모여들었습니다. 그들은 노인에게서 만두를 빼앗듯 건네받아 입에 우겨넣었습니다. 씹지 않고 그냥 꿀꺽 삼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만두는 순식간에 다 팔리고 말았습니다.
세 번째 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세 개 이상을 먹은 사람도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이때 갑자기 누군가 이상한 말을 했습니다.
“어르신, 만두 한 개만 주시겠습니까?”
마을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습니다. 그들은 돈을 내고 만두를 한 개만 먹겠다고 하는 바보가 누구인지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한 젊은이가 아주 공손한 자세로 서 있었습니다.
노인은 빙긋이 웃었습니다.
“젊은이, 내가 한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나 보군. 한 개에 10원, 두 개에 20원, 세 개는 공짜란 말일세. 자네 정도의 덩치라면 세 개를 충분히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한 개만 먹으려는 것인가?”
젊은이는 머리를 긁으며 대답했습니다.
“그것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르신이 매일 많은 만두를 지고 오셔도 돈을 한 푼도 벌지 못하는 것을 보고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어르신을 도와드리고 싶었습니다. 아쉽게 가진 돈이 적어 두 개는 살 수 없어 한 개만 사려는 것입니다.”
젊은이의 말을 들은 마을 주민들은 그제야 얼마나 부끄러운 짓을 했는지 알게 됐습니다. 다들 얼굴이 벌개졌습니다.
노인은 껄껄 웃었습니다.
“하하하! 드디어 정직한 사람이 나타났군. 여러 마을을 돌아다니며 자네 같은 사람을 찾고 있었지. ”
노인은 사실 앞산의 산신령이었습니다. 일부러 늙은이로 변장해 여러 마을을 돌아다니며 만두를 판 것이었습니다.
"사실 내가 들고 온 만두는 진짜 만두가 아니라네. 앞산에서 파낸 흙으로 만든 가짜 만두야."
산신령의 설명을 들은 마을 사람들은 화들짝 놀랐습니다. 그들은 통에 남아 있는 만두를 꺼내 봤습니다. 그곳에는 만두는 없고 흙덩어리만 쌓여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고개를 돌려 산을 쳐다봤습니다. 며칠 전만 해도 멀쩡하던 앞산은 절반가량 깎여 있었습니다.
"그럼?"
물론 나머지 반은 당연히 그들의 뱃속에 들어가 있는 것입니다.
산신령은 젊은이를 앞산으로 데려갔습니다. 그는 마을 사람들을 돌아보며 말했습니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겠나?”
그날 이후 마을 주민들은 마을 앞산을 판빙샨이라고 부르게 됐습니다.
1. 노인이 팔았던 만두는 과연 무엇을 상징하는 것일까요?
2. 노인이 손해를 보며 파는 줄 알면서도 만두를 싸게 사 먹은 마을 주민들은 나쁜 사람들일까요? 아니면 누구라도 그러는 게 인지상정일까요?
3. 흙으로 만든 만두를 판 노인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진실한 사람을 찾는 신일까요, 아니면 사기꾼일까요?
4. 진실을 찾는다는 이유로 남을 속여도 되는 것일까요?
5. 현실에 사는 우리에게는 어떤 판빙샨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