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코리올라누스의 복수(7) 협상 결렬

by leo


미누키우스는 이렇게 해서 긴 말을 끝냈다. 코리올라누스는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을 시작했다.


“미누키우스! 당신과 원로원이 보낸 모든 사람에게 나는 친구요. 내가 할 수 있는 한 어떤 도움이라도 줄 생각이오. 이전에 내가 여러분의 동료였을 때 국가 업무를 같이 처리할 때, 여러분은 여러 번 도움이 필요한 나를 도와줬기 때문이오.


로마에서 쫓겨난 뒤에도 나를 도움이 되지 않고 적을 물리칠 수도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나의 불행한 운명을 경멸하면서 고개를 돌리지 않았지요. 오히려 어머니, 아내, 아이들을 잘 돌봐주었고 다정한 관심을 보여줘 가족의 슬픔을 덜어주었지요. 여러분은 이를 통해 나에게 여전히 훌륭하고 충실한 친구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오.


하지만 나머지 로마인에게 나는 한없이 적대적이고 사이가 매우 나쁘지요. 나는 이런 미움의 감정을 버리지 않을 것이오. 그들은 영광스러운 업적을 많이 달성해 명예를 얻는 게 당연한 나에게 엄청나고 사악한 범죄를 저지른 것처럼 뒤집어 씌워 치욕을 주어 로마에서 쫓아냈소. 게다가 어머니에게 존경심을 보이지도 않았고, 아이들에게 연민을 표시하지도 않았지요. 나의 불행이라는 측면에서 어떤 인간적인 동정도 보이지 않았다오.


이제 이 사실을 알게 됐으니 혹시 나에게 원하는 게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확신을 갖고 말하시오. 하지만 평민이 나의 복귀를 허용할 것이니 그들과 화해하라는 것이라면 더 이상 말하지 마시오.


내가 로마로 돌아가면서 받는 보상이 이런 것이라면 정말 대단하군요. 악은 덕으로 보답을 받는데 무고한 사람은 범죄자의 처벌을 기다리는군요.


자, 하늘의 이름을 걸고 말해보시오! 내가 이런 불행을 겪게 된 것은 어떤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이오? 내가 조상의 명예에 어울리지 않는 어떤 행보를 걸었다는 것이오? 나는 어렸을 때 처음 전쟁터에 나섰지요. 무력으로 복권을 노리는 왕에 맞서 싸울 때였소. 그 전쟁의 결과 나는 장군에게서 용기의 관을 상으로 받았지요. 시민을 구하고 적을 없앴다는 공로였다오.


이후 기병이든 보병이든 전쟁에 참가할 때마다 나는 항상 두각을 나타냈고 항상 용기의 포상을 받았지요. 내가 가장 먼저 올라가지 않은 성벽은 없었고, 전쟁터에서 적이 달아날 때마다 내가 그들을 패주시킨 주요 이유였다는 걸 그곳에 있던 모든 병사가 받아들이지 않은 적이 없었지요. 전쟁터에서 발휘된 모든 로마군의 용감한 행동은 나의 용기와 행운이 도와준 덕분이었다오.


다른 용감한 병사가 이런 공적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말할 수도 있겠지요. 그건 사실이오. 물론 많지는 않지만.


하지만 내가 코리올리를 점령한 것처럼 다른 장군이나 백인대장이 도시를 함락했다고 허풍떨 수 있겠소? 내가 적을 달아나게 만든 당일에 다시 포위당한 병사들을 도와주러 달려간 일도 있다고 큰소리칠 수 있겠소? 나의 용기를 보여주는 증거를 충분히 제시했기 때문에 그 이야기는 여기서 그만두기로 하겠소.


그때 나는 엄청난 금과 은은 물론 많은 노예와 가축, 그리고 비옥한 땅을 전리품으로 챙길 수 있었지만 거절했소. 질투로부터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다만 전마 한 필과 적 포로 중에서 절친 한 명만 전리품으로 챙겼을 뿐이오. 나머지는 개선한 뒤 나라에 넘겨주었지요.


이런 행동 때문에 내가 처벌받는 게 마땅한 것이오? 상을 받는 게 옳은 것이오? 가장 천한 것들의 신하가 돼야 하는 것이 옳소? 아니면 내가 열등한 것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게 옳소? 평민이 나를 추방한 것은 이런 이유가 아니라 내가 사생활에서 절제하지 않고 방탕하고 무법적으로 행동했기 때문이오? 나 같은 이유로 조국에서 쫓겨나고 자유를 잃고 모든 재산을 빼앗기고 모든 비극을 만난 사람이 있는지 어디 한 번 이야기해보시오?


심지어 나의 적도 이런 일 때문에 나를 비난하거나 기소하지는 않았소. 모든 사람이 다 알다시피 나의 일상생활은 흠잡을 데가 없었다오.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지요.


‘증오를 불러오고 불운을 가져온 건 자네의 정치적 원칙 때문이야. 자네는 더 나은 쪽을 선택할 기회를 잡았지만 나쁜 쪽을 고르고 말았어. 계속해서 전통적인 귀족정의 전복을 초래하고, 로마의 모든 권력을 무지하고 저열한 대중에게 넘겨줄 생각으로 말하고 행동했어.’


미누키우스! 나는 정반대로 행동했다오. 원로원이 언제나 정부 일을 처리해야 하고, 기존의 헌법은 유지돼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이런 명예로운 원칙, 조상들이 모방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원칙을 지킨 대가로 나는 이런 ‘행복하고 축복받은 보상’을 조국에게서 받았다오.


‘너는 추방이다!’


나는 단지 평민 때문에 추방된 것이 아니오. 원로원도 마찬가지였소. 오래 전에 독재 정권을 만들려고 하는 호민관에 맞서 싸울 때 원로원은 나에게 안전을 보장한다고 약속하면서 헛된 희망을 품게 했지요. 그런데 평민에게서 위험을 감지하자마자 원로원은 나를 버리고 적에게 넘겨주었지요.


미누키우스! 원로원이 나의 재판과 관련해서 사전 법안을 통과시킬 때, 나를 평민에게 넘겨주라고 조언한 발레리우스가 연설을 마치고 박수를 받을 때 당신은 집정관이었지요. 그때 나는 의문을 제기하면 다른 의원들로부터 비난을 받을 것이라고 걱정하면서 재판에 자발적으로 참석하겠다고 동의하고 약속했지요.


미누키우스, 말해보시오. 내가 최선의 방책을 추구했다고 해서 처벌받는 게 원로원에게도 당연한 것으로 보였던 것이오? 아니면 평민에게만 그렇게 보였던 것이오?


모든 로마인이 당시 똑같은 의견을 갖고 있었다면, 모두가 나를 추방하는 데 동의했다면, 모든 로마인은 한마음으로 미덕을 싫어하는 게 분명하고, 로마에는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 설 자리가 없는 게 분명한 것이오.


원로원이 어떨 수 없이 평민에 굴복했고, 강요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할 수 밖에 없었다면 이렇게 말하시오. 우리는 가장 저열한 사람들에 의해 통치 받고 있으며 원로원은 어떤 문제도 생각하는 대로 실행할 권한이 없다고. 그럼 나는 그렇다고 받아들이지요.


사정이 이러한데도 여러분은 나더러 훌륭한 사람이 나쁜 사람에게 통치 받는 나라로 돌아오라는 것이오? 그렇다면 여러분은 나를 완전히 미친 행동이나 하는 게 어울리는 사람으로 보고 있는 것이오. 내가 설득당해서 여러분이 원하는 대로 전쟁을 끝내고 고향에 돌아간다고 칩시다. 내가 어떤 감정을 느낄 수 있겠소? 어떤 삶을 살 수 있겠소?


여러분은 나더러 안전하고 확실한 길을 선택하고, 내가 당연히 받을 자격이 있는 행정관직과 명예, 그 밖의 다른 혜택을 누리려고 그걸 부여하는 권한을 행사하는 폭도들과 화해하라는 것이오? 그렇게 되면 나는 가치 있는 인간에서 저열한 시민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고, 나의 이전 미덕에서 아무런 이익도 얻지 못하게 될 것이오.


똑같은 성격을 유지하고 똑같은 정치적 원칙을 지키면서 늘 다른 선택을 하는 자들에게 맞설까요? 그렇게 하면 평민은 내가 로마에 돌아간 뒤 그들의 비위를 맞추지 않는다는 걸 새로운 기소 이유로 삼고 다시 내게 전쟁을 선언해서 새로운 벌을 주겠다고 우기지 않겠소? 여러분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오.


그러면 일리키우스나 데키우스 같은 무모한 선동가가 나타나서 ‘코리올라누스는 평민을 서로 갈등하게 만들고, 평민에 대해 음모를 꾸미고 있고, 로마를 적에게 팔아넘기려 하고, 독재자가 되려한다’고 기소하겠지요. 아니면 데키우스가 그랬듯이 나를 비난할 거리를 찾지 못해 분노에 떨다가 나에게서 일어나는 아무 일이나 범죄라고 기소하겠지요.


아! 다른 무엇보다 내가 지금 이번 전쟁에서 저지른 모든 일이 거론되겠군요. 내가 로마 영토를 초토화시켰고, 전리품을 빼앗아갔고, 마을을 약탈했고, 저항하는 로마인 일부를 살해했고, 나머지는 적에게 포로로 넘겼다는 것이지요. 나를 이런 혐의로 기소한다면 나는 그들에게 어떻게 변명할까요? 어떤 도움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여러분은 명목한 그럴 듯하게 포장한 사악한 계획을 갖고 있으면서 타당하게 들리는 말과 위선에 빠져 있다고 보는 게 맞지 않겠소? 여러분이 내게 제안하는 것은 나의 복귀가 아니라 나를 희생물로 붙잡아 평민에게 넘겨주려는 것이지요. 아마 여러분은 실제로 이런 계획을 짰을 것이오. 여러분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더 이상 들지 않는구려.


여러분은 내가 어떤 일을 겪을지 몰라서 그런 것이오? 여러분의 무지와 어리석음 때문에 내가 어떤 피해를 받을지 몰라서 그런 것이오? 내가 어떤 일을 당하더라도 여러분이 그걸 막을 힘이 없기 때문에 그런 것이오? 평민을 달래야 할 수밖에 없어서 그런 것이오?


안전이라는 측면에서 나에게는 아무 이득도 없소. 여러분은 그걸 ‘복귀’라고 부르는데 나는 많은 단어를 쓸 필요 없이 그걸 파멸의 지름길이라고 부르고 싶군요.


미누키우스, 당신이 내게 잘 고려해보라고 그런 것처럼 나는 명성, 명예, 자비심을 높이려고 이러는 게 아니오. 거꾸로 당신 조언을 따를 경우 나는 가장 부끄럽고 불경한 행동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요. 그러니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으시오.


나는 로마의 패권, 권력, 영광을 위해 싸우느라 볼스키에게 적이 돼 엄청난 피해를 입혔소. 내가 큰 이득을 안겨준 사람에게 칭송받고, 큰 피해를 안겨준 사람에게 미움 받는 게 정상적인 일이 아니겠소? 사람이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지요.


운이라는 게 이런 두 가지 기대를 뒤엎어버렸다오. 두 가지 원칙을 바꿔버린 것이오. 로마인은 내가 볼스키에게 적이라는 이유로 나의 모든 것을 빼앗아갔소. 그리고 나를 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 만들어버렸고, 나를 로마에서 쫓아버렸지요. 반면 내 손에 끔찍한 참화를 입은 사람들은 나를 그들의 도시로 받아주었지요. 가진 것도 없고 집도 없고 초라하게 쫓겨난 나를.


이것만으로도 정말 장엄하고 훌륭한 행동인데, 그들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내게 시민권을 주었소. 또 그들 나라에서 가장 높은 직위의 행정관직과 특권까지 안겨주었소. 또 엄청난 병력의 군대를 이끌 총사령관으로 임명했고 나라의 모든 일을 맡겨주었소.


보시오! 크든 작든 피해를 주기는커녕 엄청난 영예를 안겨준 사람들을 내가 어떻게 배신한다는 말이오? 그들의 호의가 내게 해로운 게 아니라면 나의 호의 또한 그럴 것이오. 세상의 훌륭한 명성이라는 것은 나를 이중으로 배신하게 할 것이오. 친절을 기대할 권리를 갖고 있는 친구가 알고 보니 적이었고, 나를 죽여도 마땅한 적이 알고 보니 친구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소. 그래서 나를 미워한 사람을 미워하고 나를 사랑한 사람을 미워하는 대신 정반대 생각을 하게 됐다면 누가 나를 칭찬하지 않겠소?


이제, 신이 나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 생각해봅시다. 볼스키가 보여준 신뢰를 배신하라는 당신 설득을 내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신이 지금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겠소? 내 인생의 나머지는 과연 어떻게 될 것 같소? 지금 현재로서는 신이 로마를 상대로 한 모든 전쟁에서 나를 도와주고 있는 것 같군요. 나는 어떤 싸움에서도 패한 적이 없으니 말이오.


당신은 나의 경건함이 얼마나 크다고 생각하시오? 내가 로마에 대해 불경스러운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라면 신은 모든 것에서 나에게 반대했겠지요. 그런데 로마를 향하여 천천히 전진하면서 벌여온 모든 전쟁에서 나는 행운의 여신 포르투나가 보내준 훈훈한 미풍을 즐기고 있으니 나는 경건한 사람이며, 나의 행동은 고결하다는 것이 분명하오.


내가 인생 경로를 바꾸어 여러분과 천한 것들의 힘을 키워준다면 내 운명은 어떻게 되겠소? 내 운명은 정반대로 바뀌어 피해 입은 사람을 위해 복수하는 바람에 하늘의 분노를 불러일으키지 않겠소? 또 내가 신의 도움을 받아 밑바닥에서 훌륭한 장군이 된 것처럼 나는 다시 밑바닥으로 떨어지고, 나의 고통은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교훈이 되지 않겠소?


이것이 신에 대한 나의 생각이오. 당신은 내게 복수의 여신 퓨리에스는 불경한 행동을 한 사람에게는 두렵고 무자비하다고 했소. 퓨리에스 여신은 내가 로마에서 버림받은 이후 나를 보호해준 사람을 배신하고 저버렸을 경우 나의 발걸음을 괴롭히고 영혼과 육체를 고문할 것이오. 그들이 나를 보호해주고 나에게 많은 호의의 흔적을 제공했을 때 나는 그들에게 절대 해를 입히러 온 게 아니며 늘 그 약속을 지키겠다고 신의 이름으로 맹세했지요. 물론 지금까지 그 약속은 순수하게 타락하지 않았다오.


나를 추방한 미누키우스! 당신은 여전히 나를 친구라고 부르고 나를 쫓아낸 나라를 조국이라고 불렀소. 또 자연의 법칙과 종교의 의무를 거론했소. 그런데 당신은 가장 보편적인 사실도 모르는 것처럼 보이는군요.


친구나 적은 얼굴 모양이나 이름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오. 친구와 적은 도움이 필요할 때나 행동으로 보여줄 때 드러나는 것이오. 우리는 누구든지 도움이 되는 사람을 좋아하고 해를 끼치는 사람을 싫어하는 법이지요.


사람이 이 법칙을 규정한 것도 아니었고, 영원히 취소할 수도 없는 것이오. 세상이 시작됐을 때부터 보편적인 자연이 이성을 가진 모든 존재에게 이 법칙을 시행했지요. 앞으로 영원히 이어질 인간의 유산이지요.


이런 이유로 우리는 해를 끼치는 친구를 비난하고, 도움을 주는 적을 친구로 삼으려 하지요. 또 우리를 태어나게 해준 조국이 도움을 줄 때 소중히 생각하고, 해를 끼칠 때는 버리게 되는 법이지요. 우리의 애정은 장소가 아니라 그곳에서 얻는 이익에 근거하기 때문이오.


이것은 단순히 개인이 사생활에서 겪는 감정일 뿐만 아니라 모든 도시나 나라의 감정이기도 하오. 결과적으로 누구든지 이 원칙을 적용하는 사람은 종교적 관습에서 허용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인간의 보편적 판단에 반대되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 것이오.


나는 하고 있는 일이 정당하고 도움이 되고 명예로운 것이라고 생각하오. 동시에 신의 눈으로 봤을 때에도 가장 신성한 것이라고 생각하오. 추측이나 견해만으로 사실을 추론하는 인간을 내 행동의 심판관으로 삼을 생각이 없소. 신이 나의 행동에 만족하고 있기 때문이오. 신이 나의 안내자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불가능한 일을 한다는 견해에 동의하지 않소. 내가 과거를 보고 미래를 판단하는 한 그러하오.


나더러 온건하라면서 로마인을 완전히 멸절하고 로마를 기초부터 완전히 없애버리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조언한 것과 관련해서 이렇게 대답하리다. 결정권은 나에게 있지 않소. 또 당신의 간청이 나에게 전해져서도 안 되는 일이오. 나는 군대의 총사령관이오. 전쟁과 평화와 관련해서 결정권은 볼스키가 갖고 있소. 그러니 화해와 관련한 조치로 휴전을 제안하려면 그들에게 하시오. 나에게 할 필요는 없소.


그럼에도 나는 조국의 신을 존중하고 조상의 묘를 존경하고, 나를 태어나게 해준 땅을 사랑하고, 아무런 잘못을 하지도 않았는데 아버지와 남편의 잘못을 책임지게 될 여러분 아내와 아이들에게 연민의 정을 느끼고, 여러분은 로마가 뽑아서 보낸 사절단이기 때문에 나는 이렇게 대답하리다.


로마가 볼스키로부터 빼앗아간 모든 영토와 도시를 반환하고 식민지단을 불러들인다면, 로마가 볼스키와 영원한 동맹 관계를 맺고 라틴인에게 한 것처럼 동등한 시민권을 부여한다면, 신에게 맹세를 하고 어긴 사람에 대해 저주를 내리겠다는 다짐으로 이런 조약을 재가한다면 나는 전쟁을 끝내겠소.


이런 답변을 들고 로마로 돌아가서 로마인과 진지하게 토론해보시오. 모든 나라가 자기 소유물에 만족하면서 평화롭게 사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인지, 거꾸로 사람이 남의 소유물에 집착해서 모든 축복을 잃어버릴 수도 있는 불필요한 전쟁에 노출되는 게 얼마나 불명예스러운 일인지 정의라는 관점에서 심사숙고하도록 하시오. 사람이 남의 땅을 노릴 경우 실패했을 때와 성공했을 때의 보상이 얼마나 다른지 잘 설명하도록 하시오.


잘못을 저질러놓고도 남의 도시를 차지하려고 욕심내는 사람은 승리하지 못할 경우 그들의 영토와 도시마저 빼앗긴다는 것도 설명하시오. 여기에 덧붙여 아내들은 최악의 모욕을 경험하고 아이들은 굴욕을 당하고, 노년의 문턱에 가 있는 부모는 자유인 대신 노예가 된다는 사실도 덧붙이시오.


동시에 원로원 의원들에게는 모든 참사에 대한 책임을 나에게 미룰 자격이 없다고 지적하시오. 그들의 어리석음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말하시오. 그들은 정의를 실현하고 재앙을 피할 권한을 갖고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남의 재산을 탐내는 바람에 지금 갖고 있는 모든 재산마저 잃을 상황에 처한 것이오.


이것이 나의 대답이오. 더 이상 줄 것은 없소. 이제 떠나시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생각하시오. 심사숙고할 수 있도록 30일을 주겠소. 그동안 여러분에 대한 호의를 베푸는 뜻에서 군대를 로마 영토에서 철수하도록 하겠소. 여기 계속 주둔하고 있으면 로마에 큰 피해만 줄 뿐이기 때문이오. 30일째 되는 날 여러분의 답변을 들으러 돌아올 것이오.”


코리올라누스는 모든 말을 다 한 뒤 일어나 협상장에서 나갔다. 다음날 그는 진지를 걷어 다른 라틴 도시로 군대를 이동시켰다. 그곳에서 로마로 지원군이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고, 로마인에게 아직 전쟁이 끝난 게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엉터리로 정보를 조작했을 수도 있다.


코리올라누스는 롱굴라라는 도시를 공격해 큰 어려움 없이 점령했다. 이전에 다른 라틴도시와 똑같은 방법으로 롱굴라를 처리했다. 주민은 노예로 삼고, 도시는 약탈했다. 그는 이어 사트리쿰에 쳐들어갔다. 이곳에서는 주민들로부터 잠시 저항을 받았지만 곧바로 점령할 수 있었다. 그는 두 도시에서 취득한 전리품을 에케트라로 옮기라고 분견대에 지시한 뒤 나머지 병력을 이끌고 케티이로 이동했다.


이 도시를 점령하고 약탈한 코리올라누스는 폴루스키니의 도시로 쳐들어갔다. 이곳도 기습공격으로 점령한 뒤 순서대로 알비에테스, 무길리아니, 코리엘라니 도시들에게서 항복을 받아냈다.


이렇게 해서 코리올라누스는 불과 30일 만에 7개 도시를 차지한 뒤 이전보다 더 많은 병력을 이끌고 로마로 돌아갔다. 그리고 로마에서 불과 5㎞ 떨어진 곳에 진지를 구축했다. 투스쿨룸으로 이어지는 도로였다.


코리올라누스가 라틴 도시들을 정복하거나 회유하고 있을 때 로마인은 그의 요구 조건을 두고 오랫동안 심의한 끝에 로마에 어울리지 않는 일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신 볼스키가 로마와 동맹국가 영토에서 떠나고 전쟁을 끝낸 다음 우호조약을 맺기 위한 사절단을 보낸다면 원로원은 그들과 선린이 된다는 조건을 담은 사전 법안을 통과시켜 민회 재가를 받기로 했다. 볼스키가 계속 로마나 동맹국 영토에 머무르면서 적대적인 행위를 계속한다면 원로원은 우호적인 투표를 하지 않기로 했다.


로마는 절대 적의 강요에 따라 어떤 일을 하지 않고 적을 두려워해서 굴복하지 않은 걸 철칙으로 삼고 있었다. 적이 평화를 요청하고 속국이 되겠다는 걸 받아들일 경우 호의를 베풀면서 그들이 요청하는 조건에 따라 양보했다. 로마는 국내외 전쟁에서 큰 어려움을 여러 번 겪었지만 이런 자존심을 오늘날까지도 지켜오고 있다.


로마는 이런 결정을 내린 뒤 전직 집정관 중에서 10명을 뽑아 코리올라누스에게 사절로 보내기로 했다. 로마에 어울리지 않는 가혹한 요구를 하지 말고, 분노를 삭인 뒤 로마에서 군대를 철수하라고 촉구하라는 게 사절단의 임무였다. 강요나 어쩔 수 없는 상황, 또는 위기에 내몰리는 바람에 허용한 양보는 위기가 끝날 경우 당장 무효가 될 수 있으므로 만약 두 나라의 조약이 확고하고 영원하길 원한다면 설득과 유화적인 언어로 요구 조건을 얻어내도록 노력하라고 당부하는 것도 이들의 역할이었다.


원로원 사절단은 코리올라누스가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여러 가지 솔깃한 이야기를 하면서 그를 설득했다. 협상 과정에서 로마의 자존심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코리올라누스는 더 나은 결론을 얻도록 하라는 말 외에는 다른 답을 주지 않고 사흘 뒤에 다시 오라며 돌려보냈다. 그때까지 다시 휴전이 선포됐다. 사절단이 답을 달라고 했을 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진지에서 당장 떠나시오. 만약 거부하면 첩자로 간주하겠소.”


사절단은 할 수 없이 입을 다물고 진지를 떠나야 했다. 원로원은 사절단에게서 코리올라누스의 거만한 답변과 위협을 들었지만 파견군을 보내자는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다. 로마군 대부분은 신참이어서 경험이 부족한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또 두 집정관이 겁이 많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들은 행동할 때 과단성이 전혀 없었다. 이 두 가지는 큰 전쟁을 치를 때 매우 큰 위험요소였다. 하늘이 조점이나 시빌 예언서, 또는 다른 종교적 현상으로 그들의 원정을 방해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당시에는 나이가 든 사람들은 이런 경고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대신 더 열심히 도시를 경비하기로 결정했다. 누구든지 성벽을 공격하면 물리치기로 했다.


원로원은 열심히 방어 준비에 열중하면서 희망을 포기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더 존경받은 사절을 보내 접촉하면 코리올라누스의 분노를 누그러뜨릴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래서 원로원은 폰티프와 조점관, 그리고 모든 신성한 권능을 가지고 신의 예배의식을 거행하는 모든 사제를 다 보내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종교 의식을 거행할 때 사용하는 신의 상징을 모두 들고 사제복을 입고 단체로 볼스키군 진지로 갔다.


사제단이 도착해서 원로원이 시킨 대로 메시지를 전달했지만 코리올라누스는 이런 말만 되풀이했다.


“당장 돌아가시오. 평화를 원하면 내가 시킨 대로 하시오. 그렇지 않다면 전쟁이 로마 성문을 향해 달려갈 것이라고 기대하시오. 이제 앞으로는 더 이상 협상은 없소.”


로마는 결국 협상에 실패했다. 그들은 화해의 희망을 포기하고 포위공격에 대비했다. 싸울 수 있는 사람은 모두 해자나 성벽 근처에 배치했다. 군역에서 면제됐지만 힘든 일을 아직 거뜬히 할 있는 사람들은 성벽 위에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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