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코리올라누스의 눈물(2) 고통스러운 모자 상봉

by leo


다음날 날이 밝을 무렵이었다. 여인들은 한 손으로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다른 손으로는 횃불을 든 채 벤투리아의 집에 갔다. 그리고 그녀를 데리고 성문으로 행진했다.


두 집정관은 나귀, 수레는 물론 다른 교통수단을 마련해놓고 있었다. 그는 여인들을 태운 뒤 먼 거리까지 배웅했다. 원로원 의원들과 다른 시민들도 그녀들을 배웅했다. 그들은 많은 칭찬과 당부로 여인들의 임무를 격려했다.


여인들이 멀리서 다가오고 있는 모습은 진지에 앉아 있던 코리올라누스의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기병을 보냈다.


“로마에서 걸어오고 있는 무리가 누구인지, 무엇 때문에 오는 것인지 알아오너라.”


기병은 순식간에 여인들에게 다녀와 보고했다.


“로마의 여인 20여 명이 아이들을 데리고 여기로 오고 있습니다. 장군의 어머니와 부인, 그리고 아이들도 함께 오고 있습니다.”


코리올라누스는 병사들의 보호도 받지 않고 게다가 아이들까지 데리고 적의 진지로 오고 있는 여인들의 결단력에 깜짝 놀랐다.


“저 여인들은 자유 시민으로 태어나 고귀하게 자란 여인들이다. 이방인에게는 함부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그런데 그런 것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구나. 병사들이 정의로운 행동보다는 개인적 이익에만 신경을 써서 나쁜 짓을 시도할 경우 일어날지도 모르는 위험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구나.”


여인들이 진지 가까이 다가왔다. 코리올라누스는 병사 몇 명을 데리고 진지 밖으로 나가 어머니를 맞았다. 장군이 행차할 경우 릭토르들이 장군 앞에서 도끼를 들고 가는 게 관례였다. 하지만 그는 릭토르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도끼를 내려놓아라.”


코리올라누스는 어머니 근처에 갔을 때에는 릭토르들에게 들고 있는 막대기도 내려놓으라고 했다. 로마에서 하급 행정관이 상급 행정관을 만날 때 이렇게 하는 게 관례였다. 이 관례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가 관직을 표시하는 모든 상징물을 내려놓은 것은 이런 관습을 따른 것이었다. 그가 보여준 존경과 공경의 행동은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두 사람이 서로 접근했을 때 코리올라누스의 어머니가 먼저 다가가 아들을 반갑게 맞았다. 그녀는 찢어진 상복을 입고 있었다.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코리올라누스는 그때까지만 해도 가슴이 차게 굳었고 어떤 고통스러운 상황도 견딜 만큼 단호한 마음을 갖고 있었지만 어머니를 보자마자 그런 굳은 마음을 계속 지킬 수 없었다. 그는 감정이 복받쳐 인간적인 모습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는 어머니를 껴안고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가장 사랑스러운 단어로 어머니를 불렀다. 어머니는 다리가 풀려 넘어지려 했기 때문에 그는 어머니를 꼭 안고 어루만지며 눈물을 흘렸다. 코리올라누스는 어머니에 이어 두 아들을 데리고 온 아내를 포옹했다.


“볼룸니아! 당신은 어머니를 외롭게 버려두지 않고 오랫동안 함께 살았구려. 정말 훌륭한 아내가 아닐 수 없소. 나에게 가장 아름다운 호의를 베푼 셈이오.”


코리올라누스는 두 아들도 끌어당겨 어루만져주었다. 그리고 다시 어머니를 쳐다보았다.


“어머니! 저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러 오신 건가요?”


벤투리아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모든 사람이 보는 데에서 말을 하고 싶구나. 너에게 불경스러운 요구를 할 수는 없기 때문이야. 네가 병사들을 다스릴 때 앉는 곳에 앉도록 하려무나.”


코리올라누스는 어머니의 말대로 했다. 그러면서 정당한 논리를 내세워 어머니의 중재를 물리쳐야 하며, 모든 병사가 듣는 자리에서 이야기를 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그는 장군의 재판석에 가서 릭토르에게 명령했다.


“높은 재판석에 있는 의자를 낮은 곳으로 옮기도록 하라. 아들이 어머니보다 높은 곳에 앉을 수는 없는 법이다. 어머니 앞에서 권위를 내세울 수도 없는 법이다. 다른 장군들과 백인대장은 내 옆에 서 있도록 하시오. 그리고 누구든 원하는 사람은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도 좋소. 어머니, 이제 말씀하시지요.”


벤투리아는 며느리와 손자, 로마의 귀부인들을 옆에 세운 뒤 한동안 땅만 쳐다보면서 눈물을 쏟아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은 이 모습을 보고 큰 연민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잠시 후 그녀는 말을 시작했다.


“나의 아들 코리올라누스! 이 귀부인들은 로마가 볼스키의 손에 들어가면 닥치게 될지도 모르는 불행과 비극을 걱정하고 있단다. 그리고 어떤 것이든 도움을 간절히 바라고 있지. 전쟁을 끝내자고 찾아온 이 분들의 남편에게 네가 거만하고 가혹한 대답을 주었기 때문이야.


귀부인들은 찢어진 상복을 입고 아이들을 데리고 너의 어머니인 나와 너의 아내인 볼룸니아에게 도와달라고 찾아왔어. 너의 손에 가장 비참한 꼴을 당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간청하더구나. 이분들은 크든 작든 우리에게 어떤 피해도 주지 않았지. 우리가 잘 지낼 때는 애정을, 우리가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에는 연민을 보여주었어.


네가 로마에서 쫓겨난 뒤 우리가 외롭게 버려져 아무도 의지할 데가 없을 때 이분들은 끊임없이 우리를 찾아와서 고통을 덜어주고 위로해주었단다.


나는 물론이고 너의 아내도 그걸 잘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이분들의 요청을 거절할 수가 없었어. 그래서 이분들을 모시고 여긴 온 거야. 이분들은 나라를 위해 너에게 탄원하게 해달라고 부탁했어.”


코리올라누스는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는 불가능한 걸 요구하시는군요. 저를 받아준 사람을 배신하고 저를 버린 사람을 편들라고 하시는군요. 저에게 큰 축복을 준 사람을 버리고 저에게서 모든 걸 빼앗은 사람을 편들라고 하시는군요.


저는 이 자리를 맡았을 때 절대 볼스키를 배신하지 않고, 볼스키가 동의하지 않으면 전쟁을 끝내지 않겠다고 신과 정령에게 맹세했답니다. 제가 맹세한 신을 숭배하는 뜻에서, 또 제가 약속한 사람들을 존경하는 뜻에서 저는 끝까지 전쟁을 수행할 것입니다.


다만 로마가 과거에 강제로 빼앗아간 땅을 돌려주고, 서로 친구가 되고, 라틴 도시들에게 준 것과 똑같은 특혜를 준다면 전쟁을 끝낼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전쟁은 끝나지 않습니다.


귀부인들이시여! 제가 드린 말씀을 가지고 남편에게 돌아가십시오. 남의 재산을 탐내는 그들의 부당한 취미를 끝내라고 설득하십시오. 현재 재산을 지킬 수만 있다면 거기에 만족하라고 말씀하십시오.


로마는 전쟁에서 빼앗은 볼스키의 재산을 점유하고 있습니다. 거꾸로 이번 전쟁에서는 볼스키에게 로마가 가진 것을 빼앗길 것입니다. 그렇게 될 때까지 기다리지 말라고 하십시오. 점령자는 단순히 옛 재산을 회복하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점령당한 사람의 재산도 빼앗는 데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로마는 남의 재산에 자꾸 집착하고 거만한 태도를 버리지 않고 무엇이든 겪을 각오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하니 여러분에게 닥칠 비극에 대해 저나 볼스키, 또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로마를 탓하십시오.


어머니! 아들로서 간청 드립니다. 저에게 사악하고 부당한 행동을 강요하지 마십시오. 저뿐 아니라 어머니에게도 가장 나쁜 적의 편을 들지 마십시오. 어머니의 가까운 친척을 적이라고 생각하십시오. 그리고 역지사지하셔서 제가 사는 곳을 어머니의 조국으로, 제가 얻은 집을 어머니의 집으로 삼으십시오. 저의 새 친구와 적을 어머니의 새 친구와 적으로 생각하시면서 저의 영광과 명예를 함께 누리도록 하십시오. 불쌍한 어머니! 제가 추방당한 이후 계속 입고 계신 상복을 벗고 이 옷을 갈아입음으로써 적에게 복수하십시오.


신과 인간이 저의 희망과 기도보다 더 큰 축복을 내려주었지만, 저는 늘 어머니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평생 고생하셨는데 저는 그 늙으신 어머니를 보살피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생각이 마음에 깊이 파고들어 저의 삶을 비참하게 만들고 어떤 축복도 기뻐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가 저에게 오셔서 제가 가진 모든 것을 함께 누린다면 많은 인간이 누린 어떤 축복도 부럽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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