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카시우스의 죽음(2) 평민을 향한 호의

by leo



다음 해에는 프로쿨루스 베르기니우스와 스푸리우스 카시우스가 집정관으로 선출됐다. 카시우스는 세 번째였다.


두 사람은 로마 시민병과 동맹군을 이끌고 전장에 나섰다. 추첨을 통해 베르기니우스는 아이퀴, 카시우스는 헤르니키 및 볼스키와 맞서게 됐다.


아이퀴는 도시의 방어를 강화한 뒤 시골의 이곳저곳에서 값진 재산을 모두 치웠다. 그리고 영토가 초토화되고 시골의 집들이 불타도록 내버려두었다. 베르기니우스는 손쉽게 아이퀴의 영토를 약탈하고 유린할 수 있었다. 그는 군대를 이끌고 로마로 돌아갔다.


볼스키와 헤르니키는 영토가 약탈당하게 내버려두기로 결정했다. 피난민은 도시에 들어오게 했다.


그들은 나중에는 그런 마음을 뒤집었다. 비옥한 땅이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게 쉽지 않을 정도로 황폐해지는 걸 보고 분노했다. 그들이 피난민을 받아들인 곳의 방어를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은 카시우스에게 휴전을 요청하도록 사절을 보냈다.


볼스키가 먼저 사절을 보내 카시우스가 요구한 만큼의 돈을 지불하고 로마군이 원하는 모든 것을 갖춰주는 조건으로 평화를 얻었다. 그들은 평등한 권리를 요구하지 않고 로마에 속국이 되기로 합의했다.


헤르니키는 고립된 사실을 알고 카시우스에게 평화와 우호를 요청했다. 카시우스는 사절에게 맹비난을 퍼부었다. 헤르니키가 점령당해 속주민이 된 것처럼 행동한 뒤에 평화를 요청해야 한다고 우겼다. 사절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겠다고 하자 그는 로마병사에게 여섯 달 급료를 줄 돈을 내놓으라고 했다. 그리고 두 달치 식량도 요구했다. 그들이 요구조건을 맞출 시간을 주기 위해 휴전을 허용했다.


헤르니키는 로마군에게 제공할 모든 것을 서둘러 준비한 뒤 다시 사절을 보내 평화를 요청했다. 카시우스는 그들을 원로원에 보냈다. 원로원은 심사숙고한 끝에 그들을 친구로 받아들이기로 결론을 내렸다. 평화조약의 내용과 관련해서는 카시우스가 결정하도록 했다.


원로원이 이런 결정을 내리자 카시우스는 로마로 돌아와 두 번째 개선식을 요구했다. 어떤 도시도 점령하지 못했고, 야전에서 적군을 물리친 것도 아니면서 마치 큰 나라를 누른 것처럼 행동했다. 그의 행동은 거만하다는 평판을 낳게 했다. 더 이상 동료 시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게 됐다.


카시우스는 개선식을 확보했을 때 헤르니키와 조약을 맺었다. 라틴과 맺은 조약의 복사판이었다. 이것을 보고 원로원에서 나이가 많고 가장 존경받는 의원들은 분개했다. 그를 의심을 눈초리로 바라봤다. 헤르니키는 다른 종족이어서 친척관계인 라틴과 같은 대접을 받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로마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은 종족이 많은 호의를 보여준 종족과 똑같이 친절하게 대접받는 걸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원로원은 카시우스의 오만함에 불만을 표시했다. 원로원으로부터 예우를 받고서도 원로원에 똑같은 예우를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원로원의 일반적인 동의도 없이 자기 마음대로 조약을 체결한 게 불쾌했던 것이었다.


많은 전투에서 성공한다는 것은 때로는 사람에게 위험하고 해로울 수 있다. 몰지각한 자만심의 숨겨진 이유일 수도 있고, 인간의 본성에 너무 지나친 야망을 불러일으키는 비밀의 저작자일 수도 있다.


카시우스의 경우가 그랬다. 그는 당시 로마에서 집정관 세 번, 개선식 두 번이라는 영예를 얻은 유일한 인물이었다. 그래서 아주 거만하게 행동했고, 왕의 권력에 대한 욕망을 꿈꾸었다.


그는 왕정이나 독재정을 노리는 사람에게 가장 쉽고 안전한 길은 잡다한 혜택을 베풀어 군중을 끌어들이는 동시에, 대중이 재산을 나눠주는 사람 덕분에 먹고 사는 일에 익숙해지도록 만드는 것이라는 걸 염두에 두었다.


카시우스는 이 길을 밟았다. 누구하고도 의논하지 않고 사람들에게 많은 공유지를 나눠주기로 했다. 당시에는 귀족들이 관리하고 있던 땅이었다.


카시우스가 거기서 만족했다면 일은 그의 뜻대로 풀렸을지도 모른다. 그는 더 많은 것을 원했기 때문에 폭력적인 혼란을 일으켰다. 그 결과는 그로서는 다행스러운 것이었다. 그는 최근 로마시민권을 얻은 라틴인뿐 아니라 헤르니키인에게도 땅을 나눠주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충성하게 만들려는 게 그의 뜻이었다.


이런 계획을 세운 카시우스는 개선식 다음날 민회를 열었다. 연단에 오른 그는 개선장군에게 주어지는 관례에 따라 업적을 설명할 기회를 얻었다.


“집정관 첫 해에 나는 패권을 주장하던 사비니 족을 무찔렀습니다. 그들이 로마에 속주민이 되게 만들었습니다. 두 번째 집정관이 됐을 때 로마의 혼란을 진정시켰습니다. 평민이 조국에 돌아오게 했습니다. 또 로마의 친척이면서도 우리의 패권과 영광을 질시하던 라틴인들에게 로마 시민권을 부여함으로써 다시 우리의 친구가 되게 만들었습니다. 그들은 더 이상 로마를 적으로 보지 않고 모국으로 생각합니다.


세 번째 집정관 자리에 앉았을 때 볼스키를 적이 아니라 친구가 되도록 만들었습니다. 헤르니키의 자발적 항복을 이끌어냈습니다. 그들은 아주 크고 호전적인 종족입니다. 우리에게 큰 해를 주든지, 아니면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종족입니다.


나에게 큰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여러분에게 부탁드립니다. 나는 과거 어느 누구보다 로마를 깊이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앞으로 여러분에게 많은 혜택을 부여할 것입니다. 평민을 도와서 평민의 친구였다고 평가받았던 모든 사람의 업적을 능가하는 것입니다. 이 일을 곧 이룰 것입니다.”


카시우스는 민회를 해산했다.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다음날 원로원 회의를 소집했다. 원로원은 이미 그의 발언에 놀랐고 두려워하고 있었다. 다른 안건을 논의하기에 앞서 카시우스는 평민회에서 숨겼던 생각을 공개했다.


“평민은 로마에 큰 봉사를 했습니다. 자유를 지켰을 뿐만 아니라 다른 부족을 통치할 수 있게 했습니다. 우리는 전쟁에서 점령한 토지를 나누어줌으로써 그들에게 우리의 관심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땅은 명목상으로는 국가 소유이지만 실제로는 가장 부끄러움을 모르는 귀족들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합법적 근거도 없이 땅을 점유하고 있습니다. 시칠리아의 독재자 겔론이 선물로 보낸 옥수수는 모든 시민에게 무료로 나눠줘야 했지만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팔아았습니다. 우리는 국고를 활용해 그들에게 돈을 돌려줘야 합니다.”


카시우스가 연설하는 동안 큰 소동이 일어났다. 원로원 의원들은 그의 제안을 싫어했고 지지를 거부했다. 그가 연설을 마치자 동료 집정관 베르기니우스뿐 아니라 원로원의 원로급 의원들, 특히 아피우스 클라우디우스는 반란을 획책한다면서 그를 맹렬히 비난했다. 그들은 오랫동안 분노를 터뜨리고 서로 가장 극심한 비난을 쏟아냈다.


다음 며칠 동안 카시우스는 평민회를 끊임없이 개최했다. 장광설을 통해 그들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했다. 토지 분배에 우호적인 주장을 소개하고 반대파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베르기니우스는 매일 원로원 회의를 소집했다. 귀족들과 뜻을 모아 법적 안전장치는 물론 다른 방지책을 고안했다.


두 집정관은 각각 강력한 지지자들을 확보하고 있었다. 둘을 따라다니면서 신변을 보호해주는 사람들이었다. 가난한 하층민은 카시우스의 지도 아래 어떤 일이라도 벌일 과감한 모험을 준비했다. 고귀한 가문 출신은 베르기니우스의 지시를 받아 반격을 준비했다.


한동안 하층민이 집회를 주도했다. 반대쪽보다 수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호민관들이 귀족 편에 섰을 때 양측은 균형을 이루게 됐다. 호민관의 태도 변화는 대중에게 땅을 나눠주거나 돈을 나눠주는 것은 로마에 최선의 정책이 아니라고 느꼈거나, 이번 사태를 주도하는 평민의 지도자가 그들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는 걸 질투했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온 힘을 다해 카시우스가 제안한 법에 반대하기 시작했다.


“많은 전쟁을 치러 획득한 재산을 로마인끼리 나눠 갖는 게 아니라면 부당한 일입니다. 전쟁에 나오지 않은 라틴인은 물론 최근에야 전쟁을 통해 우리와 우호관계를 갖게 된 헤르니키인이 땅을 빼앗기지 않게 됐다며 만족하게 만든다는 것은 부당합니다.”


평민은 호민관의 말이 합당하다고 동의하게 됐다. 특히 라틴인, 헤르니키인과 나눌 경우 로마인에게 돌아갈 땅이 아주 작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더욱 그랬다.


카시우스가 호민관들을 맹비난하자 평민의 마음은 다시 바뀌었다.


“호민관들은 평민을 배신해 귀족 편을 들고 있습니다. 라틴인과 헤르니키인에게 동등한 몫의 땅을 나눠주자는 나의 제안을 그럴 듯한 핑계로 삼고 있습니다. 내가 라틴인과 헤르니키인을 포함시킨 것은 로마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힘을 보태자는 뜻입니다. 과거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었던 것을 빼앗으려는 시도를 막자는 뜻입니다. 많은 걸 노리다가 모든 걸 잃는 것보다는 조금 적게 얻더라도 그걸 지키는 게 중요하다는 게 내 생각입니다.”


카시우스가 연설을 통해 평민의 마음을 계속 바꾸자 호민관 중 한 명이며 총명함에서 누구보다 뒤지지 않는 가이우스 라불레이우스가 제안을 내놓았다. 곧 두 집정관의 불화를 끝내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 평민에게 분명히 밝히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두 집정관에게 물었다.


“이 법의 주요 현안은 이렇습니다. 먼저 공공 토지를 모두에게 똑같이 배분해야 하는가, 둘째 라틴인과 헤르니키인도 배분받아야 하는가? 그렇지 않습니까?”


두 집정관은 그의 말이 맞다고 대답했다.


라불레이우스는 말을 이어갔다.


“카시우스, 평민에게 두 제안에 대해 투표를 요청하시오. 그리고 베르기니우스, 당신은 동맹과 관련한 카시우스의 제안 중에서 어느 것에 반대하는지 말하시오. 라틴인과 헤르니키인에게는 우리와 동등한 몫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인지, 아니면 나머지 조항도 반대하는 것인지, 우리가 국가의 재산을 배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인지. 숨김없이 질문에 대답하시오.”


베르기니우스는 이렇게 대답했다.


“헤르니키인과 라틴인에게 땅을 동등하게 배분하는 것에는 반대합니다. 하지만 로마인 사이에 나누는 것에는 찬성합니다.”


라불레이우스는 군중을 향해 몸을 돌렸다.


“제안 중 하나는 두 집정관 모두에 의해 인정받았습니다. 나머지 하나의 경우 두 집정관 중 한 명이 반대하고 있습니다. 두 집정관의 권한은 똑같습니다. 어느 한 집정관이 다른 집정관에게 강요할 수 없습니다. 이제 두 사람이 우리에게 주려고 하는 부분은 받아들입시다. 나머지 하나는 연기합시다.”


군중은 엄청난 환호를 보내 그의 제안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는 뜻을 표시했다. 그리고 분열의 원인이 된 부분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카시우스는 당황스러웠다. 그의 제안을 철회할 수도, 호민관들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집착할 수도 없었다. 그는 일단 평민회를 해산시켰다. 이어진 며칠 동안 그는 병이 든 척하면서 포룸에 나가지 않았다. 집에 앉아 있으면서 무력으로 법을 통과시킬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는 라틴과 헤르니키에 사람을 보내 반드시 투표하러 오라고 당부했다.


엄청나게 많은 라틴인과 헤르니키인이 모였다. 로마는 낯선 사람으로 가득 찼다. 이 소식을 들은 베르기니우스는 로마 시내에 거주하지 않는 사람은 정해진 시간 안에 모두 떠나라는 포고령을 내렸다. 카시우스는 그 포고령과 정반대되는 포고령을 내렸다. 시민권을 가진 사람은 법이 통과될 때까지 로마에 남아 있어도 된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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