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만과 도둑

by leo



아주 무더운 날이었습니다. 인도의 스라바스티라는 작은 마을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그들은 한 나그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나그네는 브라만이었습니다. 인생을 기도와 수행에 바친 사람이었습니다. 재산, 음식은 물론 모든 것을 포기하기로 신에게 약속한 사람이었습니다.


브라만은 아무것도 가지고 다니지 않았습니다. 몸을 지탱해 줄 지팡이 하나와 사람들이 나눠주는 음식을 담을 그릇 하나가 전부였습니다. 게다가 거의 벌거벗은 상태였습니다. 다 떨어진 헝겊 같은 옷이 사타구니를 가려줄 뿐이었습니다.


브라만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의 손은 항상 비어 있어야 합니다. 손이 비어야 마음도 비울 수 있습니다. 마음이 비어야 영혼도 비울 수 있습니다. 가벼운 영혼만이 구원을 받아 천국으로 갈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거룩한 이야기를 줄줄 늘어놓는 브라만을 존경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그릇은 각종 음식으로 가득 차게 됐습니다. 사람들은 나중에는 금화와 은화를 선물로 바쳤습니다. 돈이 없는 사람은 크든 작든 귀중한 물건을 바쳤습니다.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브라만의 명성은 마을을 넘어 전국에 퍼졌습니다. 곳곳에서 많은 사람이 찾아와 그에게 여러 가지를 물었습니다. 그는 늘 좋은 대답을 해 주었습니다. 매우 현명한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브라만에게 답을 듣기를 원하는 사람은 항상 대가를 치렀습니다. 일부는 꽤 많은 돈을 주었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하는 걸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브라만은 부자가 됐습니다.


브라만은 이제 돈과 보물을 너무 사랑하게 됐습니다. 마치 몸의 일부분처럼 생각하게 됐습니다. 재산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다고 느낄 정도였습니다. 그는 밤마다 기부 받은 돈을 챙겨 숲으로 갔습니다. 큰 나무 밑에 깊은 구덩이를 파서 돈을 묻었습니다. 그곳에는 그의 모든 재산이 들어 있었습니다.


브라만은 밤마다 숲에 갔습니다. 돈, 보물과 함께 있을 때에는 외롭지 않았고 세상 누구보다 행복했습니다. 그것이 그가 세상을 사는 새로운 즐거움이었습니다.


집에 돌아간 뒤에는 그릇 하나만 들고 아주 가난한 사람처럼 느긋하고 힘들게 걸었습니다. 사람들은 전혀 진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 밤이었습니다. 브라만은 평소처럼 돈과 보물을 숨긴 숲으로 갔습니다. 그는 큰 나무를 보자마자 누가 다녀갔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나무 밑 구덩이에 묻어 두었던 돈과 보물이 몽땅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브라만은 눈앞에 펼쳐진 현실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여러 번이나 눈을 비볐습니다. 구덩이 주변을 계속 돌았습니다. 하지만 돈과 보물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그는 정신을 잃을 것 같았습니다. 미칠 것 같았습니다. 울음을 터뜨리며 머리카락을 잡아 뜯었습니다. 두 손으로 땅을 치면서 모든 신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저의 재산을 다시 찾아주신다면 10분의 1을 신들께 바치겠습니다.”


아무도 기도에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더 답답해졌습니다.


“저의 재산을 다시 찾아주신다면 절반을 신들께 바치겠습니다.”


마침내 브라만은 과연 신이란 게 있는지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더욱 화가 났습니다. 얼마나 분노했는지 온 몸에 힘이 다 빠져 걷기조차 힘들 정도였습니다.



브라만이 재산을 도둑맞았다는 소식은 순식간에 마을 곳곳에 퍼져나갔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걱정하기 시작했습니다. 브라만이 떠날지도 모른다는 소문 때문이었습니다. 그들은 브라만이 계속 머물러 주기를 원했습니다.


왕이 브라만의 이야기를 듣게 됐습니다. 그는 불행한 일이 벌어졌다는 게 너무 부끄럽고 화가 났습니다. 왕은 브라만을 불렀습니다.


“더 이상 괴로워하지 마시오. 당신의 재산을 모두 찾아서 돌려주리다. 만약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당신이 잃어버린 것만큼의 재산을 내가 주겠소..”


브라만은 왕의 이야기를 듣고 매우 기뻤습니다. 왕은 약속을 꼭 지키는 사람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만약 잃어버린 재산을 찾지 못한다면 왕이 대신 물어줄 거라는 것도 믿을 수 있었습니다.


왕은 브라만이 재산을 묻어두었던 숲으로 갔습니다. 그는 큰 나무 아래에 있는 구덩이를 보고 주변을 꼼꼼히 살폈습니다.


왕은 궁으로 돌아가서 스바라스티에 사는 의사들을 다 불렀습니다. 그리고 한 번에 한 명씩 방에 들어오라고 했습니다.


“최근에 어떤 환자를 치료했나? 그에게 어떤 약을 처방했지?”


왕은 두 가지 외에는 어떤 질문도 하지 않았습니다. 의사의 답변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손을 흔들어 나가라고 했습니다. 한 명이 나가면 다음 의사가 들어갔고, 그도 나가면 또 다른 의사가 들어갔습니다.


맨 나중에 늙은 의사의 차례가 돌아왔습니다. 그는 왕의 신하 여럿을 살려낸 유명한 사람이었습니다. 왕은 그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최근에 어떤 환자를 치료했나? 그들에게 어떤 약을 처방했나?”


“마트리 다타라는 상인이 매우 아팠습니다. 증세가 심각했습니다. 나가발라 나무 열매를 음료수로 만들어 마시라고 처방했습니다.”


왕의 눈이 반짝였습니다. 그는 늙은 의사를 내보냈습니다.


“다른 의사들은 더 이상 볼 필요가 없다. 마트리 다타를 데리고 오너라.”


마트리 다타는 당장 궁에 들어갔습니다.


왕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습니다.


“의사가 당신에게 나가발라 나무 열매를 음료수로 만들어 마시라고 했다더군. 그 열매를 어디서 어떻게 구했소?”


“제 하인이 숲에서 구했습니다.”


“당장 하인을 데리고 오시오.”


상인은 하인을 데리고 다시 궁에 들어갔습니다. 하인은 몹시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왕 앞에 무릎을 꿇고 덜덜 떨었습니다.


“전하, 자비를 베푸소서. 자비를 베푸소서.”


왕은 그에게 호통을 쳤습니다.


“숲의 큰 나무 밑 구덩이에서 가져간 보물은 어디에 숨겨놓았느냐?”


왕이 모든 진실을 다 알고 있다는 걸 깨달은 하인은 더 두려워졌습니다. 그는 한마디도 하지 못했습니다. 머리를 궁전 바닥에 처박고 온몸을 떨 뿐이었습니다.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겨우 입을 열었습니다.


“보물을 가지고 오겠습니다.”


“아무도 너를 따라가지 않을 것이다. 혼자 다녀오너라.”


왕의 목소리는 아주 부드러웠습니다. 눈에는 걱정하는 표정이 담겨 있었습니다. 하인도 그걸 알 수 있었습니다.


하인은 궁전 밖으로 달려나갔습니다. 그가 숨겨둔 보물을 찾아 다시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제법 오래 걸렸습니다. 보물이 너무 많아 상당히 무거웠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인이 궁전에 돌아갔을 때에는 이미 밤이 깊을 때였습니다. 왕은 여전히 옥좌에 앉아 있었습니다.


하인은 무거운 보물을 들고 오느라 너무 지쳐 서 있을 수도 없었습니다. 그는 보물을 내려놓자마자 그대로 쓰러졌습니다. 가슴은 콩콩 뛰고 있었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지친데다 왕이 어떤 처벌을 내릴지 두려웠기 때문이었습니다.


왕은 보물과 하인을 번갈아 보았습니다.


“무거운 걸 혼자 들고 오느라 고생이 많았다. 이제 주인을 모시고 집으로 돌아가거라. 앞으로는 절대 도둑질을 하지 말거라.”


하인은 왕의 이야기를 듣고는 펑펑 눈물을 쏟았습니다. 브라만의 재산을 훔쳐 온 나라를 소란스럽게 만든 죄인에게 아무런 벌도 주지 않고 용서한다는 게 왕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는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앞으로는 절대 제 것이 아닌 물건에는 손을 대지 않겠습니다. 전하,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하인은 왕의 마음이 바뀔까봐 서둘러 방에서 빠져나갔습니다. 그는 접견실에서 기다리던 주인 앞에서 다시 펑펑 울었습니다. 주인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하인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집으로 돌아간 하인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주인에게 밤새 설명했습니다. 주인도 감격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브라만은 재산을 찾았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그는 서둘러 궁으로 달려갔습니다.


왕은 그를 보고 화난 표정으로 이야기했습니다.


“저기 당신의 보물이 있소. 당장 가져가시오. 앞으로는 보물을 소중한 일에 쓰도록 하시오. 또 잃어버린다면 다시는 찾아주지 않을 것이오.”


브라만은 재산을 되찾아 매우 기뻤지만 앞으로 좋은 일에 사용하라는 왕의 훈계는 탐탁치 않았습니다. 게다가 왕이 도둑을 처벌하지 않고 풀어줬다는 이야기를 듣자 화가 날 지경이었습니다.


“도둑을 풀어주시다니 도대체 어떻게 된 것입니까? 이렇게 해서야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겠습니까?”


왕은 마치 도둑을 쳐다보듯이 브라만을 노려보았습니다.


“세상의 진짜 도둑은 누구인 것이오?”


브라만은 지금까지 모든 사람으로부터 존경받는 일에만 익숙해 있었습니다. 옥좌에 앉은 왕에서부터 거리의 걸인까지 모두 자신을 우러러 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왕이 갑자기 아주 호되게 나무라자 그는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브라만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당신 재산은 직접 가져가도록 하시오.”


브라만은 무거운 보물을 직접 짊어 매고 갔습니다. 정말 힘든 일이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고생하면서도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이제 보물을 어디 숨겨야 하나? 세상 사람들이 다 알고 있으니 숨길 곳이 없구나.’





1. 1천 년 전 인도의 이야기입니다. 우리 시대에는 어떤 ‘브라만’이 살고 있을까요?


2. 당신이 왕이라면 하인을 어떻게 처리했을까요?


3. 어떤 사람은 잘못을 용서받으면 뉘우치는데 어떤 사람은 전혀 그렇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럴 경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4. 당신이 정신적으로 존경하는 분이 -종교인이든 아니든- 엄청난 재산을 가지고 있고, 재산에 집착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다면 당신은 그 분을 어떻게 생각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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