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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o Nov 12. 2020

3. 로마의 건국(3)

할아버지를 알바롱가 왕에 앉히다



역사 자료를 수집하는 일에 매우 신중한 아일리우스 투베로는 이렇게 주장한다.


‘레물루스의 추종자들은 에반드로스가 판 신을 기리기 위해 처음 시작한 루페르칼리아 축제를 거행할 예정이었다. 누미토르의 목동들은 이런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 그래서 팔라티노 언덕 근처에 사는 젊은이들이 희생제물을 바친 뒤 루페르칼 동굴에서 행진하거나, 중요 부위만 희생제물의 가죽으로 가리고 사실상 벌거벗은 채 마을 주변을 달리고 있을 때 누미토르의 목동들은 길목에 매복하고 있었다.’


루페르칼리아 축제는 마을 주민들에게는 전통적인 정화의식이었다. 지금도 이 행사는 거행되고 있다. 투베로는 이렇게 설명을 이어간다.


‘누미토르의 목동들은 길의 좁은 부분에서 축제에 참가한 젊은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에 레무스가 이끄는 첫 무리가 나타났을 때 로물루스는 나머지 젊은이들과 함께 멀리 뒤에서 따라오고 있었다. 젊은이들은 세 무리로 나눠 서로 먼 거리를 두고 행진하고 있었다.


누미토르의 목동들은 나머지 젊은이들이 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소리를 지르며 첫 무리에게 달려들었다. 화살이나 돌은 물론 손에 쥘 수 있는 모든 물건을 다 집어던지며 공격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깜짝 놀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데다 중무장한 누미토르 목동들에 비해 완전히 비무장이었던 이들은 순식간에 압도당하고 말았다. 레무스는 적의 손에 굴복하고는 끌려갔다.’


로물루스는 동생에게 일어난 사건 이야기를 듣고는 곧바로 목동들을 모아 적군이 아직 행군 중일 때 추격해 동생과 다른 동료를 구해오려고 했다. 하지만 파우스툴루스가 그를 설득했다.



“로물루스, 너는 너무 서두른 탓에 흥분한 상태로구나. 모든 준비를 마치기도 전에 필요에 쫓긴 나머지 위험한 모험에 서둘러 나서면 안 된다.”


파우스툴루스는 로물루스를 다른 곳에 데리고 가 그의 출생 비밀을 알려주었다. 로물루스는 파우스툴루스로부터 운명 이야기를 듣고서는 어머니에 대한 연민과 누미토르에 대한 배려 때문에 감정이 북받쳤다.


로물루스는 파우스툴루스로부터 충분히 조언을 들은 뒤 서둘러 공격하려던 계획을 바꾸기로 했다. 대신 더 많은 병력을 준비해서 모든 가족을 아물리우스의 무법에서 구해내기로 결심했다. 위대한 보상을 받기 위해 극심한 위험을 무릅쓰기로 결심했다. 할아버지와 힘을 합쳐 무슨 일을 하는 게 옳은지를 정하기로 생각했다. 이 계획이 최상이라고 판단한 로물루스는 마을 주민을 모두 모았다.


“서둘러 알바롱가로 쳐들어가야 합니다. 알바롱가 주민의 의심이 생기지 않도록 모두 한 덩어리가 돼 같은 문으로 가서는 안 됩니다. 시장에 모여 있다가 준비가 되면 지시하는 대로 따라 하십시오.”


로물루스는 이렇게 설명한 뒤 가장 먼저 도시를 향해 출발했다. 그 사이 레무스를 끌고 간 목동들은 아물리우스 왕에게 갔다. 그들은 그동안 로물루스, 레무스 형제로부터 받았던 부당한 처사에 불평을 털어놓았다. 그들이 어떻게 해서 다쳤으며 어떻게 해서 가축을 모두 버리겠다는 위협을 받았는지 과장하기도 했다.


아물리우스는 엄청난 숫자로 몰려온 시골 사람들과 함께 분노하면서 그 자리에 참석한 누미토르를 달랬다. 또 온 나라가 평화롭기를 바라는 뜻에서, 겁을 모르는 레무스의 무모함을 의아하게 생각하면서 그에게 불리한 판단을 내렸다. 아물리우스는 처벌은 누미토르에게 미뤘다.


“남에게 피해를 준 사람은 다름 아니라 피해를 입은 사람으로부터 벌을 받는 게 마땅합니다.”


누미토르의 목동들은 레무스의 손을 등 뒤로 묶어 조롱하면서 끌고 갔다. 누미토르는 그 뒤를 따라가면서 청년의 아름다운 몸을 보고 감탄했다. 너무 훌륭한 몸이었기 때문에 그의 태도에서는 마치 왕 같은 느낌이 풍겼다. 그는 청년의 정신에서 고결함을 발견했다. 보통 사람이 극심한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흔히 하는 것과는 달리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도 한탄이나 탄원을 하지 않고 우아한 침묵으로 운명을 따라가고 있었던 것이다.


누미토르는 집에 도착하자 레무스만 남겨놓고 나머지 사람은 잠시 물러가라고 지시했다. 그는 레무스에게 이렇게 물었다.


“너는 누구냐? 부모는 누구냐?”


누미토르는 이런 청년이 비천한 집안에서 태어났을 리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레무스는 이렇게 대답했다.


“제가 알고 있는 것은 저를 키워준 분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뿐입니다. 저와 형은 태어나자마자 숲에 버려졌는데 목동들이 우리를 데려가 키웠다는 겁니다.”


누미토르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가 한 말의 진실성을 의심했거나, 하늘이 이 문제에 빛을 비춰주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는 다시 물었다.



“자네에게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벌을 내릴지 말지는 내 손에 달렸다는 사실은 말할 필요도 없이 잘 알 것이다. 너를 여기 끌고 온 사람들은 네가 저지른 나쁜 짓 때문에 고통을 겪어 너를 죽일 충분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 이것이 내가 아는 모든 것이다. 하지만 내가 너를 죽음이나 모든 처벌에서 벗어나게 해준다면 너는 나에게 감사의 뜻을 나타내고, 나에게 필요한 일이 생겨 너에게 도움을 요청할 때 기꺼이 나를 위해 봉사할 수 있겠느냐?”


레무스는 이렇게 말했다.


“살 수 있다는 희망은 죽을 위기에 빠진 사람에게 자신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이에게 약속을 하는 법입니다.”


누미토르는 가신들에게 레무스를 풀어주라고 지시했다. 그는 레무스에게 자신의 불행을 이야기해주었다. 동생인 아물리우스가 어떻게 그의 왕국을 빼앗았고, 사냥하고 있던 자식을 어떻게 죽였으며, 딸은 왜 감독에 갇혔는지를 설명했고, 아물리우스가 자신을 마치 노예처럼 취급했다고 한탄했다.


누미토르는 수많은 한탄의 말을 쏟아낸 뒤 레무스에게 가족이 당한 부당한 일에 복수를 해달라고 간청했다. 레무스는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했다. 누미토르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거사를 치를 최고의 시기가 언제인지를 곧 정하겠다. 너는 그동안 너의 형과 비밀리에 연락을 주고받도록 해라. 네가 안전하다는 사실을 알리고 곧바로 이곳으로 오라고 해라.”


레무스는 일을 맡기기에 가장 적합한 사람을 골라 로물루스에게 보냈다. 그는 도시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로물루스를 만나 동생의 편지를 전했다. 로물루스는 매우 기뻐하면서 서둘러 누미토르에게 달려갔다. 누미토르는 둘을 포옹한 뒤 인사말을 주고받고는 두 형제가 어떻게 버려졌고 어떻게 자랐는지를 물었다. 또 파우스툴루스로부터 들은 모든 정황에 대해서도 물었다.


두 형제는 누미토르의 이야기가 사실이며 그것을 입증할 증거는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그의 말을 기꺼운 마음으로 경청했다. 누미토르와 로물루스 형제는 어떤 방법으로 공격하는 게 가장 좋을지를 협의했다.


세 사람이 이런 일에 골몰하고 있을 때 파우스툴루스가 아물리우스 앞에 불려가 있었다. 파우스툴루스는 아무런 증거도 없기 때문에 혹시 로물루스의 이야기를 누미토르가 믿지 않는 것은 아닐지 걱정하면서 서둘러 알바롱가로 떠났던 것이었다.


파우스툴루스는 누미토르에게 보여줄 증거로 쌍둥이를 담았던 궤를 들고 갔다. 그가 문 앞에 이르렀을 때 큰 혼란이 일어났다. 모든 출입자는 문지기에게 소지품을 보여주어야 했다. 적이 침입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퍼져 있어 모든 문은 왕이 가장 믿는 병사들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 경비병 중 한 명이 파우스툴루스를 알아보았다.


“숨긴 물건이 무엇이냐?”


경비병은 파우스툴루스의 옷을 강제로 벗겼다. 궤가 드러나는 순간 파우스툴루스는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렇게 소동을 피우는 이유는 무엇이냐? 숨길 이유도 없는 물건을 몰래 가지고 가는 이유는 또 무엇이냐?”


여러 경비병이 그들 주위로 모여들었다. 그 중 한 명이 궤를 알아보았다. 쌍둥이를 궤에 담아 강에 갖다버린 병사였다 그는 다른 경비병에게 이런 사실을 알렸다. 그들은 곧바로 파우스툴루스를 체포해 왕에게 데리고 갔다. 아물리우스는 그를 협박했다.


“사실을 밝히지 않는다면 고문하겠다.”


“당신이 버린 두 아이는 살아 있습니다.”


“어떻게 해서 쌍둥이가 목숨을 건졌느냐?”


파우스툴루스는 실제 일어났는 일을 그대로 설명했다. 왕은 이렇게 말했다.


“너는 진실을 말하는 것 같구나. 이제 그들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도 밝혀라. 나의 친척인 두 아이가 목동 사이에서 불명예스럽게 사는 것은 옳지 않다. 특히 그들을 보호한 신의 섭리를 생각할 때 더욱 그렇다.”


파우스툴루스는 왕이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부드럽게 말하는 것을 보면서 그의 본심은 입에서 내뱉는 말과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렇게 대답했다.


“두 청년은 산에서 가축을 볼보고 있습니다. 그게 그들의 삶의 방식이니까요. 두 청년은 저로 하여금 그들의 어머니를 만나보라고 했습니다. 그들의 처지를 이야기해 주라면서요. 저는 그 분이 지금 갇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전하의 따님에게 저를 그 분에게 데려달라고 부탁할 생각이었지요. 제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걸 입증하는 증거로 보여주기 위해 이 궤를 들고 온 겁니다. 전하께서 두 청년을 여기 데려오기로 생각하셨다면 저로서는 그보다 기쁜 일이 없습니다. 저에게 사람을 붙여주신다면 당장 함께 가서 그 청년들이 누군지 알려주고, 그리고 전하의 말씀을 전하게 하겠습니다.”


파우스툴루스는 두 젊은이의 죽음을 늦출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또 산에 도착하자마자 그를 데리고 가는 사람들의 손에서 달아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기 위해 이런 말을 한 것이었다. 아물리우스는 서둘러서 가장 믿을 수 있는 경비병 여러 명을 그에게 붙여주었다.



“파우스툴루스가 지목하는 두 청년을 붙잡아서 데리고 오너라.”


아물리우스는 두 형제와 관련된 일을 만족스럽게 마무리할 때까지 형을 불러 방에 가둬두기로 했다. 그는 시종에게 마치 다른 일 때문인 것처럼 말하고 형을 데리고 오라고 시켰다. 그 시종은 위기에 몰린 누미토르의 선한 마음을 평소 좋아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의 불쌍한 운명에 연민을 느껴 아물리우스의 생각을 다 일러주고 말았다. 누미토르는 두 청년에게 눈앞에 다가온 위험을 알려주었다.


“나들의 일꾼들과 친구, 충성스러운 하인들을 모아 당장 궁전으로 쳐들어가야 해.”


여기에 이미 도시에 들어와 옷 안에 칼을 숨기고 있었던 로물수루스의 시골 사람들도 합세했다. 이들은 계획대로 공격에 나서 소수의 병사가 지키고 있던 출입문을 장악한 뒤 아물리우스를 별 어려움 없이 제거하고는 성채를 완벽하게 장악할 수 있었다. 이것이 파비우스가 설명하는 이야기의 줄거리다.


하지만 이런 우화 같은 이야기에는 역사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는 다른 역사학자들은 암늑대가 쌍둥이에게 젖을 먹어 키웠다는 주장을 완전히 멜로드라마 같은 어리석음으로 가득 찬 이야기라고 무시한다. 그들은 대신 이런 설명을 내어놓는다.


누미토르는 일리아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미리 새로 태어난 아기 여럿을 돈을 주고 사 놓았다. 딸이 쌍둥이를 낳았을 때 그는 친손자들을 돈을 주고 사온 아기들로 바꿔치기했다. 그는 이어 딸이 출산할 때 주변을 지키고 있던 병사들에게 가짜 쌍둥이를 건네주었다. 금품을 주고 그 경비병들의 매수했을 수도 있고, 산파의 도움을 받아 몰래 바꿔치기했을 수도 있다. 또는 다른 방법으로 그들을 보냈을 수도 있다.


누미토르는 다른 무엇보다 딸이 낳은 두 아기를 지키는 일에 신경을 썼다. 그는 쌍둥이를 파우스툴루스에게 몰래 건네주었다. 그는 에반드로스와 함께 이탈리아로 건너온 아르카디아 인의 후손이었다.


파우스툴루스는 팔라티노 언덕 근처에서 살고 있었는데, 아물리우스의 재산을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는 아벤티노 언덕 근처에서 누미토르의 가축을 돌보는 일을 하던 형 파우스티누스의 조언에 따라 누미토르의 부탁을 받아들여 두 아기를 돌보기로 했다. 역사학자들은 이렇게 주장한다.


‘두 아기를 돌보고 젖을 먹인 것은 암늑대가 아니라 파우스툴루스의 아내인 라우렌티나였다. 미인인 그녀는 이전에 매춘부였다. 팔라티노 언덕 근처에 사는 사람들로부터 루파라는 별명을 얻었다.’


루파는 고대 그리스어다. 매춘을 하는 여성을 일컫는 말이다. 지금은 좀 더 그럴 듯한 이름으로 불린다. ‘동료’라는 뜻인 헤타이라이다. 이런 사실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암늑대의 신화를 만들어냈다. 늑대가 라틴어로 루파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이다. 이야기는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두 아이가 젖을 떼자 파우스툴루스는 팔라티노 언덕에서 멀지 않은 가비로 보내 그리스 어를 배우게 했다. 쌍둥이는 그곳에서 성인이 될 때까지 파우스툴루스의 친구들로부터 교육을 받았다. 언어와 음악을 배우고, 그리스 무기 사용법도 익혔다.


쌍둥이가 다시 파우스툴루스 부부에게 돌아온 뒤 팔라티노 언덕의 목동과 누미토르의 목동 사이에 공동 초지에 관한 분쟁이 생겼다. 그래서 쌍둥이는 누미토르의 사람들을 두들겨 패고 가축을 쫓아버렸던 것이었다. 사실 이 일은 누미토르의 지시에 따라 일어난 것이었다. 이 사건에 불만을 품은 많은 목동들이 도시로 몰려올 구실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사건이 발생하자 누미토르는 아물리우스에 반대하는 소동을 일으켰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여러분은 아물리우스의 목동들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음은 물론 약탈까지 당했습니다. 만약 아물리우스가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면 그의 목동들을 모두 저에게 넘겨줘야 합니다.”


아물리우스는 사건과 무관하다는 것을 입증하겠다면서 누미토르가 비난한 사람들에게 모두 재판에 참석하라고 했다. 재판에 회부된 목동들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재판을 지켜본다는 이유를 내세워 도시로 몰려왔다.


누미토르는 여러 가지 정황 덕분에 쌍둥이가 손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서 두 청년에게 목동들과 함께 아물리우스를 공격하라고 지시했다. 이것이 로마를 창건한 두 청년의 탄생, 성장에 얽힌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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