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의 수도 이스파한에 아흐메드라는 구두수선공이 있었습니다. 아주 부지런하고 정직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착하고 조용하게 세상을 살아가고 싶었습니다. 만약 아름다운 여인과 결혼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살았을지도 모릅니다. 그의 부인은 아흐메드를 남편으로 받아들이는 데에는 동의했지만 아주 검소한 생활방식에 뜻을 같이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부인의 이름은 시타라였습니다. 그녀는 부와 명예를 얻겠다며 아주 어리석은 계획을 꾸몄습니다. 아흐메드는 아내의 계획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그녀와 다툴 생각은 없었습니다. 아주 순박한 미소와 머리를 한 번 젓는 게 아내의 일장춘몽에 대한 그의 대답이었습니다. 아내는 엄청난 재산을 일굴 거라고 혼자 속으로 다짐했습니다.
어느 날 시타라는 한 귀족의 집에 갔습니다. 그녀는 그곳에서 우아한 옷을 입고 화려한 보석을 온몸에 치렁치렁 매단 채 여러 노예의 시중을 받으며 쉬고 있는 여인을 봤습니다. 시타라가 늘 꿈꾸던 생활이란 건 바로 이런 것이었습니다.
시타라는 귀족 집의 주인이 왕의 수석 점성술사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집에 돌아간 그녀는 문 앞에서 기다리는 남편을 보았습니다. 그녀는 남편에게 웃어 보이기는커녕 인상만 찌푸렸습니다. 단 한 마디 말도 하지 않다가 밤늦게야 입을 열었습니다.
“당신이 정말 나를 사랑한다면 증거를 보여줘요.”
“무슨 증거 말이오. 내가 줄 수 없는 걸 원하는 거요?”
“이제 구두수선을 그만 둬요. 그건 아주 저급하고 천한 일이에요. 기껏해야 하루에 10~12디나르 정도밖에 못 벌잖아요? 점성술사가 되도록 해요. 당신 운명을 새로 만드세요. 그게 내가 원하는 거예요. 행복해지는 것 말이에요.”
“점성술사? 당신은 잊어버린 모양이군요. 나는 구두수선공이에요. 배운 게 아무것도 없어요. 당신은 나보고 고도의 기술과 지식을 필요로 하는 직업을 가지라고 하는 군요.”
“당신의 자격에는 관심도 없어요. 내가 아는 건 이거예요. 만약 당장 점성술사가 되지 않는다면 내일 당신과 이혼하겠어요.”
아흐메드는 아내를 설득했지만 허사였습니다. 보석으로 치장하고 노예의 봉사를 받던 점성술사 아내의 모습이 시타라의 머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생각이 밤새 그녀를 괴롭혔습니다. 결국 그녀는 남편이 원하는 대로 하지 않으면 집을 나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불쌍한 아흐메드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는 점성술사가 아니었습니다. 다만 아내를 사랑할 뿐이었습니다. 그녀를 잃는다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었습니다. 그는 결국 아내의 말을 따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아흐메드는 작은 가게를 팔고 천문관측기구와 천문 연감을 샀습니다. 그리고 십이궁도 판도 하나 구입했습니다. 그는 이런 장비를 갖추고는 시장에 나가서 목청껏 소리를 질렀습니다.
“나는 천문학자입니다. 태양을 알고 달을 알고 별을 알고 십이궁도를 안답니다. 별의 운행을 계산하고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있답니다.”
시장 사람들이 그에게 모여들었습니다. 다들 아흐메드라면 구두수선공이라고만 생각했지 점성술사라고 여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내 친구 아흐메드! 밤새 일하는 바람에 머리가 돌아버린 건가?”
“결국 발만 보는 일에 지쳐버린 거로군. 그래서 하늘을 쳐다보기로 한 건가?”
시장에서 아흐메드를 아는 수많은 사람이 그를 비웃는 농담을 던졌습니다. 그는 더 이상 점성술사라는 말을 외칠 수 없었습니다.
마침 왕의 보석 관리인이 시장을 지나갔습니다. 그는 왕관에 박힌 큰 루비를 잃어버려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둘러봐도 보석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보석 관리인은 더 이상 왕에게 사실을 숨겨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죽을 일만 남았군. 아이고, 내 신세가 왜 이리 처량하게 됐을까?’
깊은 고민에 빠져 있던 보석 관리인은 시장을 돌아다니다 아흐메드 근처를 지나게 됐습니다. 그는 아흐메드를 보고는 인사를 했습니다.
“잘 지냈나? 구두수선공 아흐메드.”
옆에서 보석 관리인이 인사하는 모습을 본 다른 상인이 낄낄 웃었습니다.
“아흐메드가 밤새 영감을 얻었답니다. 지금 점성술사가 됐대요.”
물에 빠진 사람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법입니다. 보석 관리인은 점성술사라는 발을 듣자마자 아흐메드 앞으로 달려갔습니다.
“나 좀 살려주게. 아흐메드.”
“무슨 일이신가요? 나리.”
“자네가 정말 점성술을 안다면 왕의 루비를 찾을 수 있을 거야. 그렇게 해준다면 금화 20개를 주겠네. 만약 여섯 시간 안에 답을 찾아내지 못하면 내 영향력을 이용해서 자네를 사기꾼으로 몰아 사형시켜 버리고 말 걸세.”
불쌍한 아흐메드는 깜짝 놀랐습니다. 얼마나 충격을 받았던지 한동안 움직이기는커녕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는 막 닥친 불행을 생각하면서 한탄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랑하는 아내가 질투와 이기심에 빠지는 바람에 내가 이렇게 끔찍한 최후를 맞게 됐구나.’
슬픔에 사로잡힌 아흐메드는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아! 여자여! 너는 남자의 행복에 해만 끼치는 존재로구나. 사막의 악독한 용보다 더 지독하구나.”
사실 잃어버린 루비는 보석 관리인의 아내가 숨겨두었습니다. 그녀는 들키면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고 걱정한 나머지 하녀 한 명을 보내 하루 종일 남편을 몰래 따라다니게 했습니다. 하녀는 보석 관리인이 아흐메드와 이야기를 나누는 걸 몰래 엿들었습니다.
하녀는 아흐메드가 얼떨결에 내뱉은 말을 듣고는 그가 모든 걸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녀는 여주인에게 서둘러 달려갔습니다.
“주인마님 들켰습니다. 아주 현명한 점성술사가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여섯 시간이 지나기 전에 모든 사실이 들통 날 겁니다. 그러면 주인마님은 곤욕을 치르게 되겠지요. 잘 하면 목숨은 건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서둘러 점성술사를 설득해서 자비를 베풀라고 비십시오.”
하녀는 시장에서 보고 들은 걸 여주인에게 털어놓았습니다. 보석 관리인의 아내는 서둘러 베일을 벗어던지고는 점성술사 아흐메드를 찾아 나섰습니다. 그녀는 시장에서 아흐메드를 보자마자 발아래 엎드렸습니다.
“제발 제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제 죄를 고백하겠습니다.”
아흐메드는 깜짝 놀라 소리쳤습니다.
“무슨 죄를 내게 고백한다는 것이오?”
“아! 당신은 이미 모르는 것이 없으시군요. 제가 왕의 왕관에서 루비를 훔친 걸 알고 계시는군요. 늘 저를 괴롭히는 남편을 혼내려고 그렇게 한 거랍니다. 이렇게 하면 남편을 처형장에 보내고 저는 재산을 한몫 챙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현명하신 점성술사께서 그걸 밝혀내셨습니다. 저의 사악한 계획을 망치신 겁니다. 제발 자비를 베푸십시오.”
하늘에서 내려온 어떤 천사의 위로도 보석 관리인 아내의 고백만큼 아흐메드에게 힘을 주지는 못했을 겁니다. 아흐메드는 아주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여인이여! 나는 이미 네가 한 일을 다 알고 있다. 그나마 죄를 고백하러 이렇게 달려온 게 정말 너에게는 행운이로구나. 집으로 돌아가서 네 남편이 베고 자는 베게 밑에 루비를 넣어두도록 해라. 너의 죄는 들키지 않고 넘어갈 것이니라.”
보석 관리인의 아내는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녀는 아흐메드가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한 시간 뒤 아흐메드가 그녀를 뒤따라갔습니다. 그리고 보석 관리인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가 계산을 좀 해 보았지요. 달과 해와 별의 움직임을 보고 추론을 한 겁니다. 그랬더니 이런 결과가 나오더군요. 보석은 당신 베게 밑에 떨어져 있군요.”
보석 관리인은 아흐메드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그는 믿지 않으면서도 베게 밑에 손을 넣엇다. 그런데 그곳에 정말 루비가 있었다. 그는 흥분한 채 아흐메드를 껴안았다.
“자네는 나의 진짜 친구라네. 내 생명을 살려준 은인이야.”
보석 관리인은 약속대로 아흐메드에게 금화 20개를 보상으로 주었습니다.
“자네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점성술사로군.”
칭찬은 아흐메드에게 조금도 기쁨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는 신에게 목숨을 살려주신 걸 감사드리면서 집에 돌아갔습니다. 그가 집에 들어가자마자 아내가 쪼르르 달려왔습니다.
“여보, 오늘은 얼마나 벌었나요?”
“여기 있소. 금화 20개라오. 이제 당신이 만족하기를 바라오. 더 이상 내게 목숨을 걸라고 하지 마시오.”
아흐메드는 하루 종일 있었던 일을 시트라에게 설명했다. 하지만 그녀는 남편의 설명을 다르게 받아들였다. 그녀는 황금만 바라보고 있었다.
“용기, 사랑하는 여보. 당신이 새롭고 고귀한 직업에서 이룬 첫 노동이로군요. 다시 가세요. 그리고 더 벌어오세요. 우리는 금세 부자가 돼서 행복해질 거예요.”
아흐메드는 아내를 설득했지만 허사였습니다. 시트라는 눈물을 흘리면서 남편이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또 이혼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아흐메드의 가슴은 녹아내렸습니다. 그는 내일 또 일하러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다음날 그는 천문관측기를 들고 다시 시장에 갔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외쳤습니다.
“나는 천문학자입니다. 태양을 알고 달을 알고 별을 알고 십이궁도를 안답니다. 별의 운행을 계산하고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있답니다.”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습니다. 이번에는 놀리려는 게 아니라 정말 신기하게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들은 이미 루비 이야기를 다 알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아흐메드는 이스파한이 생긴 이래 가장 유능하고 유명한 점성술사가 됐습니다.
모두가 아흐메드를 바라보고 있을 때 베일을 쓴 한 여인이 지나갔습니다. 도시에서 가장 부유한 상인의 부인이었습니다. 방금 헤맘에 다녀오던 길이었는데 그곳에서 값비싼 목걸이와 귀걸이를 몽땅 잃어버렸습니다. 그녀는 크게 걱정하면서 집으로 가고 있습니다. 연인에게 보석을 준 게 아니냐고 남편이 의심할지 몰랐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녀는 아흐메드 주변에 사람이 몰려 있는 걸 보고 이유를 물었습니다. 한 사람이 아흐메드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원래 구두수선공이었지요. 우연히 깨달음을 얻고는 초자연적인 지혜를 갖게 됐답니다. 천체관측기와 십이궁도, 연감을 이용해 세상에서 일어난, 또는 일어날 일을 다 안다고 합니다.”
여인은 아흐메드에게 가서 보석을 잃어버렸다면서 간절하게 부탁했습니다.
“당신처럼 훌륭한 지혜와 직관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제 보석을 쉽게 찾겠지요. 보석을 찾아주시면 금화 50개를 드릴게요.”
불쌍한 아흐메드는 꽤 당혹스러웠습니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 어떻게 하면 이 궁지에서 달아날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여인이 사람들 사이를 뚫고 아흐메드에게 가는 도중에 베일 아랫부분이 찢어졌습니다. 아흐메드의 풀죽은 눈이 그걸 봤습니다. 그는 다른 사람이 눈치 채기 전에 아주 세심하게 그녀에게 알려주기로 했습니다.
“여인이시여, 찢어진 부분을 내려 보시오.”
여인의 머리는 상실감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바로 그 순간 그녀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인지를 다시 생각해봤습니다. 아흐메드의 말이 그녀에게 모든 걸 기억나게 했습니다. 그녀는 너무 놀라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여기에서 잠깐만 기다리세요. 가서 금을 가져오겠습니다.”
여인은 이렇게 말한 뒤 달려가더니 잠시 후 돌아왔습니다. 한 손에는 목걸이와 귀걸이를 다른 손에는 금 50개가 든 지갑을 들고 있었습니다.
“여기 금이 있습니다. 당신은 정말 놀라운 분이군요. 모든 자연의 비밀을 다 아시다니! 저는 보석을 어디 뒀는지 까먹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말씀해 주시지 않았다면 못 찾았을 거예요. 당신이 내게 찢어진 부분을 보라고 말했을 때 나는 즉각 목욕통 바닥 찢어진 부분을 기억했답니다. 나는 보석을 거기에 숨겨두었던 거예요. 이제 편안하게 집에 갈 수 있게 됐어요. 당신 덕분이랍니다. 현명한 분시이여!”
이 말을 마치고 여인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사라졌습니다. 아흐메드는 집에 돌아갔습니다. 이번에도 목숨을 살려주신 신에게 감사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아내는 여전히 수석 점성술사의 부인을 질투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또 남편에게 간청하고 협박했습니다. 점성술사 일을 계속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마침 왕이 금과 보석으로 가득 찬 상자 40개를 도둑맞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나라 재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엄청난 규모의 보물이었습니다. 재무관과 다른 관리들은 부지런히 도둑을 찾아다녔습니다. 하지만 허사였습니다. 왕은 수석 점성술사를 불러 이렇게 호통을 쳤습니다.
“정한 시간까지 도둑을 잡지 못한다면 점성술사는 물론이거니와 모든 장관을 처형하겠노라.”
점성술사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하루였습니다. 모든 수색 노력은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수석 점성술사도 온갖 계산을 다 해봤지만 아무런 결과도 얻을 수 없었습니다. 그는 운명에 목숨을 맡길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습니다. 그때 그의 친구 하나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했습니다.
“시장에 아주 놀라운 구두수선공이 있답니다. 기적 같은 예언으로 유명해졌다고 합니다.”
수석 점성술사는 노예 두 명에게 즉시 아흐메드를 데려오라고 했습니다.
“나리께서 당신을 보자고 하십니다.”
아흐메드는 대문을 나서면서 슬픈 표정으로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당신은 욕심의 결과를 보게 되겠군. 나는 죽으러 가는 거요. 왕의 점성술사는 나의 엉터리 이야기를 듣게 되겠지. 그러면 화를 내면서 나를 사기꾼으로 생각하고 죽이려 할 거요.”
수석 점성술사의 집에 들어가던 아흐메드는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고귀한 사람이 대문까지 달려 나왔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아흐메드를 아주 멋진 의자에 앉으라고 했습니다.
“하늘의 길은 찾을 수가 없구료. 가장 학식이 깊고 뛰어난 아흐메드여! 높은 것은 종종 떨어지고 낮은 것은 거꾸로 올라가지요. 온 세상은 운명과 행운에 의존한답니다. 이제 나의 차례라오. 운명의 심판을 받는 것은. 남은 것은 당신이 가져다 줄 행운뿐이라오.”
수석 점성술사가 이야기하던 도중에 왕이 보낸 심부름꾼이 왔습니다. 왕도 아흐메드의 이야기를 듣고는 그를 만나고 싶어 했습니다. 불쌍한 아흐메드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이제 도저히 달아날 길이 없구나.’
아흐메드는 할 수 없이 왕의 심부름꾼을 따라갔습니다. 속으로 목숨을 살려달라고 신에게 기도하면서 그는 궁으로 갔습니다. 그는 왕 앞에 도착하자 몸을 땅에 굽혔습니다.
“전하, 만수무강하십시오.”
왕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습니다.
“말하라, 아흐메드여! 누가 내 보물을 훔쳐갔느냐?”
아흐메드는 고민하다가 말했습니다.
“한 명이 아니었습니다. 도둑질에 관련된 사람은 40명입니다.”
“그래? 그자들이 누구냐? 왜 내 보물을 훔쳐갔느냐?”
“지금 당장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전하를 만족시키려면 계산하는 데 40일이 필요합니다.”
“너에게 40일을 주겠다. 하지만 그 시간이 지나도록 보물을 찾지 못하면 네 목숨으로 보물 값을 대신 하겠다.”
아흐메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집에 돌아갔습니다. 그는 운명이 다하기라도 한 것처럼 도시 이곳저곳을 다니며 남은 시간을 즐기기로 했습니다. 아내가 말했습니다.
“그런데 아흐메드, 궁에 무슨 일이 있나요?”
“아니오, 아무것도 아니오. 내가 40일 뒤에는 목숨을 잃게 됐다는 것 말고는 어떤 일도 없소. 왕궁에서 잃어버린 보물 상자 40개를 찾지 못한다면 말이오.”
“당신은 도둑을 꼭 잡을 거예요.”
“도둑을 어떻게 찾는단 말이오?”
“보물 관리인의 루비와 여인의 목걸이를 찾았던 기술을 사용하면 되잖아요?”
“그 기술이라고? 이 어리석은 여인아! 내가 아무 기술도 없다는 걸 당신도 알지 않소. 나는 다만 당신을 즐겁게 해주려고 점성술사인 척 한 것일 뿐이오. 하지만 어땠든 40일이라는 시간을 얻는 기술은 발휘했지. 그동안 다른 도시로 도망갑시다. 돈도 있고 구두수선 기술도 있으니 앞으로는 정직하게 살면 될 거요.”
“정직하게 산다고요? 이것보세요. 구두수선공 나리. 당신은 영혼도 없는 멍청이예요. 내 말 잘 들어요. 어떻게 하면 왕의 보물을 찾을 수 있는지만 생각해요. 루비를 찾거나 목걸이, 귀걸이를 찾을 때만큼보다 더 좋은 기회를 잡은 거예요. 어쨌든 나는 도망가지 않을 거예요. 만약 당신이 도망가면 왕에게 일러주겠어요. 당신은 잡혀 와서 40일이 지나기도 전에 죽겠지만 나는 살아남겠지요. 아흐메드. 용기를 내서 행운의 기회를 잡아요. 내 미모가 어울리는 삶을 내게 보장해주겠다고 힘을 내세요.”
불쌍한 아흐메드는 아내의 말을 듣고 절망했습니다. 아내의 마음을 바꿀 길이 없다는 걸 알게 된 그는 자신의 운명을 한탄했습니다.
“당신은 내말을 따르지 않겠군. 내가 원하는 것은 남은 40일 동안 편안하게 살다 죽는 건 데. 당신도 알다시피 나는 학자도 아니고 계산하는 능력도 없소. 여기 대추야자 40개가 있어요. 항아리에 넣어둘 테이니 매일 밤 기도를 마치면 하나씩 내게 주시오. 그걸 계산하다 보면 앞으로 며칠 더 살 수 있는지 알 수 있을 테니 말이오.”
아내는 어쨌든 남편을 설득해 도망가지 않게 한 데 만족하면서 대추야자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원하는 대로 정확하게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한편 왕의 보물을 훔친 도둑들은 들키거나 추적당할까 무서워 도시를 떠나 숨어 있었습니다. 그들은 왕의 수색작업에 대한 모든 정확한 정보를 늘 듣고 있었습니다. 그들 중 한 명은 왕이 아흐메드를 부르던 날 궁 앞에 모여 있던 군중 속에 끼여 있었습니다. 그는 아흐메드가 ‘도둑은 40명’이라고 정확하게 말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놀라서 패거리에게 달아났습니다.
“큰일 났어. 우리는 발각됐어. 새로 온 점성술사 아흐메드가 도둑이 40명이라고 왕에게 말했다는 거야.”
도둑떼의 대장이 말했습니다.
“다른 점성술사는 알 수 없을 거야. 아흐메드라는 자는 성격이 단순하지만 아주 예리해. 도둑맞은 상자가 40개니 당연히 도둑도 40명이라고 계산한 거겠지. 우연히 맞춘 거야. 극 전부야. 그래도 그놈을 잘 감시하는 게 좋을 거야. 가끔 놀라운 일을 밝혀내기도 하거든. 우리 중 하나가 오늘 저녁에 아흐메드의 집 테라스에 가도록 해. 그놈과 아내의 대화를 엿듣는 거야. 왜냐 하면 그놈은 아내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틀림없이 우리를 어떻게 해서 찾아낼 건지 아내에게 말할 거야. 그걸 들어야 해.”
모든 도둑은 대장의 계획에 찬성했다. 밤이 되자 한 명이 아흐메드 집의 테라스로 몰래 들어갔다. 마침 아흐메드가 저녁 기도를 마친 직후였다. 아내가 첫 대추야자를 가져왔다. 아흐메드는 대추야자를 테라스 쪽으로 높이 들어 올리고는 말했다.
“오! 40개 중 하나로군.”
이 말을 들은 도둑은 깜짝 놀라서 그대로 달아났다. 그는 아흐메드의 초자연적인 지혜 때문에 들켰다며 덜덜 떨었다.
“점성술사가 아내에게 ‘40명 중 하나가 저기 있다’라고 말하더군. 내가 보이지도 않았을 텐데 말이야.”
다른 도둑은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가 너무 불안하게 생각해서 헛소리를 들은 거라고 여겼다. 아니면 그가 실수한 거라고 생각했다. 대장은 다음날 같은 시간에 두 명을 보내기로 했다. 그들은 전날처럼 아흐메드가 저녁기도를 마친 시간에 테라스로 몰래 들어갔다. 아흐메드는 아내로부터 두 번째 대추야자를 받았다. 그는 대추야자를 테라스 쪽으로 높이 들어 쳐다보면서 말했다.
“사랑하는 부인! 오늘은 둘이로군.”
두 도둑은 깜짝 놀라 달아났다. 그들은 도무지 못 믿겠다는 동료들에게 보고 들은 걸 그대로 털어놓았다. 대장은 다음날 세 명을 한꺼번에 보냈다. 그 다음날에는 네 명을 보냈다. 낮에 돌아다니는 걸 두려워한 도둑들은 저녁이 되면 숨은 곳에서 나왔다. 언제나 아흐메드가 대추야자를 받을 때였다. 그래서 늘 그가 대추야자 숫자를 말하는 걸 들을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날 도둑들은 다함께 아흐메드의 집에 갔다. 그는 절망의 기쁨에 사로잡혀 소리를 질렀다.
“아! 드디어 완성이야. 오늘은 40개가 다 왔군.”
마침내 도둑들의 머리에서 모든 의심은 사라졌다. 그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아흐메드가 자연적인 방법으로 우리를 찾는 것은 불가능해. 그렇다면 그는 어떻게 정확한 수를 알 수 있었을까? 매일 밤 실수를 한 번도 하지 않으면서. 이 사람은 점성술 기술로 그걸 알게 된 게 틀림없어.’
심지어 도둑 대장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음에 미심쩍은 부분이 남아 있었지만 그는 부하들의 말에 동의했다.
“이 점성술사를 피하는 것은 불가능해. 그렇다면 그를 친구로 삼도록 하자. 모든 걸 털어놓는 거야. 비밀을 지켜주는 대신 훔친 보물을 나눠주는 거지.”
도둑들은 대장의 의견에 동의했다. 새벽이 오기 한 시간 전 도둑들은 아흐메드의 집 문을 두들겼다. 불쌍한 아흐메드는 깜짝 놀라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문틈으로 밖을 내다봤다. 무자비하게 생긴 남자들이 서 있었다. 그는 궁에서 보낸 병사들이 그의 목을 베러 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무릎을 꿇고 소리를 질렀다.
“신이여! 자비를 베푸소서. 내가 아는 건 당신들이 왜 여기 왔는지 그 이유뿐이랍니다. 정말 부당하고 사악한 짓이지요.”
문 밖에 서 있던 대장은 깜짝 놀랐습니다. 그는 문이 열리자 들어가면서 무릎을 꿇었습니다.
“정말 놀라운 분이시여! 우리가 여기 왜 왔는지 당신은 다 알고 계시는군요. 우리는 도둑질을 정당화하려는 건 아닙니다. 여기 금화 2천 개를 가지고 왔습니다. 당신께 드리겠습니다. 어느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약속하신다면 말이지요.”
아흐메드는 그제야 상황을 눈치 챘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마시오. 내가 이렇게 부당한 일을 할 거라고 생각하시오? 내가 세상에 알리지 않을 거라고 믿는 것이오?”
대장 뒤에 서 있던 도둑들은 모두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자비를 베푸십시오.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그러면 보물을 제자리에 돌려놓겠습니다.”
아흐메드는 눈을 비볐다. 지금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를 알아보려는 것이었다. 그는 꿈이 아니란 걸 알고는 매우 기뻐했다. 무릎을 꿇은 남자들은 모두 도둑이었다. 그는 아주 엄숙한 어조로 말했다.
“죄인들이여! 너희들은 나의 직관에서 달아날 수 없다. 해가 빛나고 달이 비치는 한. 그리고 하늘에 빛나는 모든 별의 위치를 내가 아는 한. 너희들이 적당한 순간에 뉘우쳤기 때문에 너희들뿐만 아니라 내 목숨도 살렸다. 훔친 보물 상자를 헤맘의 허물어진 남쪽 성벽 아래 1m 깊이로 묻어놓아라. 일을 제대로 한다면 너희들의 목숨을 살려주겠다. 만약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영원한 파멸이 너희들은 물론 가족, 후손에게 내릴 것이다.”
도둑들은 그의 명령에 따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도둑들이 집에서 나가 사라지자 그제야 아흐메드는 무릎을 꿇고 덜덜 떨었습니다. 그리고 신에게 감사 인사를 드렸습니다. 두 시간 뒤 궁에서 보낸 근위대 병사들이 아흐메드를 데리러 왔습니다.
“전하께서 당신을 데리고 오라고 하셨소.”
“잠깐 기다리시오. 아내에게 인사를 하고 오리다.”
아흐메드는 아내에게 새벽에 일어났던 일을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일이 최종적으로 정리되면 말해줄 참이었습니다.
“여보, 다녀올게.”
“용기를 가지고 가세요. 늘 힘을 내시고요. 신의 섭리가 당신을 지켜줄 거예요.”
아흐메드는 아주 밝은 표정으로 왕에게 갔습니다. 왕은 그가 오기를 기다리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었습니다. 아흐메드가 나타나자 그는 소리를 질렀습니다.
“아흐메드, 아주 얼굴이 좋아 보이는군. 내 보물을 찾았나?”
“전하, 도둑을 원하십니까? 아니면 보물을 원하십니까? 별은 둘 중 하나만 줄 수 있다고 합니다. 고르십시오.”
아흐메드는 탁자에 놓은 천문관측기를 보면서 짐짓 모르는 척 말했다.
“도둑들에게 벌을 줄 수 없다니 유감이로구나. 하지만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보물을 선택하겠노라.”
“그러면 도둑들을 용서해주시는 겁니까?”
“그렇다. 내 보물에 전혀 손을 대지 않았다면.”
“전하, 저를 따라오십시오. 보물을 돌려드리겠습니다.”
왕과 신하들은 모두 아흐메드를 따라 헤맘의 옛 성벽으로 갔습니다. 아흐메드는 하늘을 바라보면서 혼자 조용하게 중얼거렸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마치 마법의 주문을 외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신에게 감사 기도를 드리는 것이었습니다. 아흐메드는 기도를 마친 뒤 남쪽 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습니다.
“전하, 저 곳 주변을 파 보도록 하십시오.”
병사들이 성벽 주변 땅을 파기 시작했습니다. 잠시 후 보물 상자 40개가 잃어버렸을 때 모습 그대로 발견됐습니다. 재무관의 인장은 전혀 손상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왕은 기뻐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그는 아흐메드를 껴안고 등을 마구 두들겼습니다. 그리고 즉시 그를 수석 점성술사로 임명했습니다. 또 궁에 멋진 방을 하나 선물했습니다.
왕은 또 아흐메드에게 외동딸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는 신이 축복을 내려 궁의 보물을 찾아준 사람을 귀하게 모시는 게 그의 의무인 것처럼 말하고 행동했습니다. 어린 공주는 달보다 더 아름다웠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아버지의 선택을 싫어하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마음은 종교와 미덕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녀는 지상의 가치보다 아흐메드가 가진 신앙심과 지식을 더 높이 평가했던 것입니다.
왕의 명령은 곧바로 실행됐습니다. 이날 새벽까지만 해도 아흐메드는 아주 누추한 가축우리 같은 집에서 살았습니다. 아주 초라한 침대에서 일어났고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사로잡혔습니다. 저녁이 된 지금 아흐메드는 아주 훌륭한 궁전의 주인이 됐습니다. 왕의 외동딸과 결혼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아흐메드의 성격을 바꾸지는 않았습니다. 그는 역경을 만나고 늘 온순하고 순박한 사람이었습니다. 당연히 성공을 이룬 뒤에도 겸손하고 부드러운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스스로의 무지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모든 행운을 오직 신의 호의 덕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매일 아름답고 덕이 넘치는 공주에게 매달렸습니다. 그는 공주를 이전의 아내와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는 더 이상 조강지처를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아흐메드의 아내는 남편에게 사기를 치게 한 여인인가요? 아니면 숨겨진 남편의 재능을 발휘하게 한 사람인가요?
*아흐메드가 공주와 결혼하고 조강지처를 버린 것은 배신인가요? 아니면 아내에게 합당한 벌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