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옛날 대만 중부 산악지역에 샤오라는 부족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옥수수, 타로토란, 쌀 등을 경작하며 살았습니다. 가끔 낚시나 사냥도 했습니다. 식량이 풍부했기 때문에 주민들은 평화롭고 한가로운 생활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아주 화창한 날이었습니다. 샤오족 사람들은 들판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펑~~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땅이 심하게 흔들렸습니다. 잠시 후 누군가 소리를 질렀습니다.
“아! 큰일 났다. 해가 사라졌다.”
사람들은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정말이었습니다. 해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방금까지만 해도 세상을 훤히 비추던 밝은 해가 눈 깜박할 사이에 없어진 것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금세 세상은 어두컴컴해졌습니다. 바로 옆에 서 있는 사람의 얼굴도 보이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사람들은 겨우 땅을 더듬어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밤에 달이 뜨면 그나마 조금 나을 거야. 세상이 지금보다는 밝아질 테니 그때 다시 나와서 일하도록 하자.”
사람들은 해가 사라진 낮에 집에 들어가 잠을 잤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한참 흘러 달이 떠오르자 농기구를 들고 들판에 나가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때 다시 낮과 같은 큰 소리가 들렸습니다.
“펑~~!!”
낮처럼 다시 땅이 심하게 흔들렸습니다. 집도 무너질 정도로 많이 흔들렸습니다. 그때 누군가 다시 소리를 질렀습니다.
“아~ 큰일 났다. 이번에는 달이 없어졌다.”
사람들은 밤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정말 달이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순식간에 주변은 캄캄해졌습니다. 손도 안 보일 정도로 어두웠습니다. 아무도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두려움에 떨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그날부터 샤오족이 사는 산악지대에는 해와 달이 더 이상 하늘에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어둠이 매일 온 세상을 뒤엎었습니다. 들판에서 자라고 있던 농작물은 점점 시들어 죽기 시작했습니다. 물고기들은 물속 깊숙이 숨어버렸습니다. 화초들도 더 이상 꽃을 피우지 않았습니다. 너무 어두워 돌아다닐 수 없게 된 동물들은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아! 이런 어둠 속에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간단 말인가? 앞이 보이지도 않고, 먹을 걸 마련할 수도 없으니, 지금 저장한 식량이 다 떨어지면 굶어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야!”
마을에 젊은 부부가 있었습니다. 다지안제, 쉬세지에라는 부부였습니다. 이들은 옥수수를 키워 살았습니다. 하지만 해와 달이 사라진 뒤 옥수수는 모두 말라 죽어 버렸습니다. 이들도 몇 달 뒤에는 굶어 죽을 처지였습니다.
어느 날 쉬세지에가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태양이 다시 떠오르지 않는다면 우리를 포함해서 모든 사람 사람들은 굶어 죽을 거예요. 우리가 가장 젊으니 행동에 나서야 해요.”
다지안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습니다.
“당신 말이 맞아요. 내 생각에 달과 해가 어떤 연유로 깊은 계곡에 떨어진 것 같아요. 우리가 그들을 찾으러 갑시다.”
다음날 부부는 깊은 숲속을 향해 길을 나섰습니다. 해와 달을 다시 찾아 마을 하늘 높이 걸어놓겠다는 굳은 각오가 그들의 가슴을 메우고 있었습니다. 둘은 양손에 횃불을 들고 길을 환히 비췄습니다.
부부는 수많은 산과 강, 숲을 오르고 건넜습니다. 그새 수많은 횃불이 타오르고 꺼졌습니다. 며칠 동안이나 헤매고 다녔지만 해와 달이 어디로 갔는지 조그마한 단서 하나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가는 곳마다 세상은 어둠에 싸여 있었습니다.
마침내 부부는 큰 산꼭대기에 도착했습니다. 쉬세지에는 멀리에서 희미한 빛이 새 나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너무 기뻐 산 맞은편에 있는 호수를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여보, 보세요. 저 호수에서 빛이 흘러나오고 있어요. 해와 달이 저기 있는 게 분명해요.”
다지안제도 흥분해서 울부짖듯이 대답했습니다.
“맞아, 맞아요. 해와 달이 분명해. 드디어 우리가 찾았어요.”
두 사람은 호수를 향해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며칠 전만 해도 해와 달이었던 불덩어리 두 개는 호수에 빠져 있었습니다. 무시무시한 용 두 마리가 해와 달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랬군, 해와 달이 없어진 이유가 있었어. 용 두 마리가 갖고 놀려고 해와 달을 훔쳐간 것이었어.”
다지안제와 쉬세지에는 미칠 것만 같았습니다. 당장 해와 달을 챙겨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용 두 마리를 물리칠 방도가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은 호수 근처 바위에 앉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부부가 앉아 있는 바위 아래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습니다. 다지안제는 바위를 옆으로 치웠습니다. 아주 깊고 좁은 지하 동굴이 보였습니다. 연기는 끝이 어딘지 알 수 없는 동굴 바닥에서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여기 지하 동굴에 누가 사는 모양이군요. 한 번 가봅시다.”
부부는 조심스럽게 동굴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얼마나 걸었을까? 동굴은 점점 더 눅눅해지고 어두워졌습니다. 한참 뒤 빨간 횃불이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부부는 그곳이 부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곳에는 머리가 하얀 노파가 서서 음식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쉬세지에가 부드럽게 말을 건넸습니다.
“할머니, 안녕하세요?”
할머니는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젊은 부부가 눈앞에 서 있었습니다. 그는 주전자를 내려놓고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아~ 이런! 두 사람은 어디서 온 거죠? 사람을 본 건 정말 오랜만이군요. 오래전 나는 들판에서 일하고 있었다오. 그때 용 두 마리가 나타나서 나를 붙잡아 여기로 데려왔지. 나를 가둬놓고 매일 음식을 만들라고 했다오.”
부부는 할머니에게 여기 온 이유를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해와 달이 없어진 이야기며, 너무 어두워 사람들이 굶어 죽게 된 사정이며, 밖에서 용 두 마리가 해와 달을 갖고 노는 모습을 본 것까지 모두 이야기했습니다. 할머니는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두 용은 너무 잔인하고 강력해요. 당신들이 맞서 싸울 상대가 아니에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저희는 해와 달을 용에게서 빼앗아 고향으로 가져가야 해요.”
“들은 이야기가 하나 있긴 한데…. 여기서 남쪽에 있는 아리샨(阿里山)에 황금 가위와 도끼가 숨겨져 있대요. 두 용은 가위와 도끼를 무서워해서 꼼짝하지 못한다고 누가 그러더군요. 두 사람이 두 물건을 가지고 와서 호수에 던지면 두 물건이 알아서 용들을 처치한다고요.”
다지안제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할머니, 감사합니다. 우리가 가서 황금 가위와 황금 도끼를 구해오겠습니다. 용을 처치하고 할머니를 구해서 함께 고향 마을에 모시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부부는 할머니를 떠나 아리샨을 향해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이틀 정도를 걸은 끝에 두 사람은 아리샨에 도착했습니다. 부부는 아주 튼튼한 나무 작대기 두 개를 구한 뒤 땅을 파기 시작했습니다. 며칠 밤낮을 쉬지 않고 땅을 팠습니다.
두 사람이 산을 얼마나 파헤쳤는지 아리샨에 커다란 구멍이 하나 생겼습니다. 그곳에서 갑자기 황금 가위와 황금 도끼가 툭 튀어나왔습니다. 부부는 기쁨에 넘쳐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할머니가 말씀하신 황금 가위와 황금 도끼가 틀림없어.”
부부는 황금 가위와 황금 도끼를 챙겨 다시 호수로 돌아갔습니다. 그들이 호수에 도착했을 때 두 용은 여전히 두 불덩어리를 갖고 놀고 있었습니다. 쉬세지에는 황금 가위를 호수에 던졌습니다. 가위는 갑자기 용 한 마리를 향해 달려가더니 몸을 난자해버렸습니다. 피가 호수를 벌겋게 물들였습니다. 다지안제는 서둘러 황금 도끼를 호수에 던졌습니다. 도끼는 빠르게 다른 용에게 달려가더니 머리를 싹둑 잘라버렸습니다. 다시 호수는 벌건 피로 물들었습니다.
무시무시한 두 용이 시체로 변하자 불덩이 해와 달이 호수 위로 천천히 떠올랐습니다. 그들은 지하 동굴로 내려가 할머니를 구해 위로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더 남아있었습니다. 저 뜨거운 해와 달을 어떻게 다시 하늘로 올려 보내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참 곤란한 일이었습니다. 그때 할머니가 빙긋이 미소 지으며 말했습니다.
“내가 듣기로 사람이 용의 눈알을 먹으면 매우 커지고 힘이 세진대요. 두 사람이 용의 눈알을 먹는다면 해와 달을 충분히 하늘에 돌려보낼 수 있을 거예요.”
부부는 지체하지 않고 호수로 뛰어들어 용의 시체를 찾아 눈알을 빼내 그 자리에서 삼켜버렸습니다. 잠시 후 두 사람의 키가 쑥쑥 늘어나고 덩치는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호수 깊이만큼 커졌다가 나중에는 큰 나무만큼 커졌고 마지막에는 산만큼 커졌습니다.
부부는 해를 먼저 든 뒤 하늘로 힘껏 던졌습니다. 해는 하늘 한가운데 한참 떠 있다가 저녁 무렵 산 너머로 떨어졌습니다. 부부는 이어 달도 하늘로 힘껏 던졌습니다. 마찬가지로 달은 하늘 한가운데 한참 떠 있다가 새벽 무렵 산 너머로 떨어졌습니다.
이렇게 해서 세상은 다시 해와 달을 되찾게 됐습니다. 곡식들은 숙였던 고개를 들고 자라기 시작했고, 화초들도 꽃을 다시 피웠습니다. 어둠에 파묻혀 있던 사람들은 눈을 비빈 뒤 환하게 웃게 됐습니다.
거인이 된 부부는 용이 다시 살아나 해와 달을 또 훔쳐갈지도 모른다고 걱정하게 됐습니다. 그들은 호수 옆에서 용이 살아나는지 계속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오랜 세월이 흘러 두 사람은 굳어 거대한 산이 됐습니다. 지금 이 산은 다지안샨(大尖山), 쉬세샨(水社大山)으로 불립니다. 용이 해와 달을 훔쳐가 갖고 놀았던 호수는 선문레이크(日月潭)가 됐습니다.
지금 샤오족의 후예로 보이는 카오주족 사람들은 다지안제와 쉬세지에에게 감사를 드리는 춤을 추는 연례 춤 축제를 엽니다. 이 축제에서 사람들은 해와 달을 상징하는 화려한 공을 하늘로 던집니다. 그리고 대나무 작대기를 이용해 해와 달을 잡으려고 시도합니다. 부부가 해와 달을 구해 하늘에 다시 올려 보낸 행동을 상징하는 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