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야 맺은 황금 빗의 사랑

by leo



일본 센다이에 친구 사이인 두 사무라이가 살고 있었습니다. 한 명의 이름은 하스누마였고 다른 친구의 이름은 사이토였습니다. 하스누마는 딸을 낳았습니다. 이름은 ‘사랑의 아이’라는 뜻인 아이코로 지었습니다. 같은 날 같은 시간 사이토는 아들을 낳았습니다. 이름은 고노조라고 정했습니다.


1년이 지났습니다. 두 친구는 두 아이를 약혼시켰습니다. 약속의 증표로 사이토의 부인이 하스누마의 부인에게 황금 빗을 주었습니다.


“아이코가 머리를 빗을 나이가 되면 이 빗을 사용하세요.”


아이코의 어머니는 황금 빗을 예쁜 비단 손수건에 싸서 황금 장식장에 넣어 보관했습니다. 그런데 사이토에게 불운이 닥쳤습니다. 그는 뜻하지 않게 모시던 주군의 분노를 사게 됐습니다. 그래서 밤에 몰래 다른 마을로 달아나야 했습니다. 그는 부인과 아들도 데리고 갔습니다. 아무도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몰랐습니다. 절친한 친구인 하스누마도 이후 사이토의 소식을 듣지 못했습니다.


하스누마의 딸 아이코는 아주 잘 자라 센다이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숙녀로 성장했습니다. 그녀는 센다이의 어떤 소녀보다도 길고 멋진 머리카락을 갖고 있었습니다. 춤을 잘 춰서 센다이에서 가장 훌륭한 무용수라는 칭찬을 듣게 됐습니다. 아이코의 춤을 본 사람들은 바다의 파도처럼 격렬하다가 하늘의 구름처럼 평온하고, 바람 속에 흔들리는 대나무 잎사귀처럼 속삭이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아이코에게는 한 살 어린 여동생이 있었습니다. 이름은 아이야메였습니다. 센다이에서 언니 다음으로 사랑스럽고 아름답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아주 몸이 가볍고 잘 웃는 아이였습니다. 두 자매가 센다이 시내를 걸어 다니면 사람들은 “달과 바람이 함께 걷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공기가 아주 습한 여름이었습니다. 자매는 어머니와 함께 나무그늘 아래 돗자리에 앉아 쉬고 있었습니다. 머리카락은 편하게 풀어 헤쳐 놓았고, 가느다란 다리는 맨발이었습니다. 둘 사이에는 어머니가 아끼던 황금 장식장이 놓여 있었습니다. 자매는 심심해서 장식장 서랍을 열어 이곳저곳을 뒤져 보았습니다. 아이코가 한 서랍에서 여러 가지를 꺼냈습니다.


“엇! 여기 보라색 끈이 있네. 샌들을 만드는 데 사용하면 좋겠는 걸. 이건 뭐지? 크리스탈 묵주잖아! 정말 예뻐. 어머니, 이 보라색 비단을 제게 주시면 안 될까요? 잠옷 안소매를 만들고 싶어요. 이 진홍색 안료는 속치마를 물들이는 데 쓰면 좋겠네요.”


아이야메는 다른 서랍을 열어보았습니다. 예쁜 천이 나왔습니다.


“이 오비(기모노에 두르는 천)는 정말 예뻐요. 이 오비를 두르고 나가면 센다이에서 가장 멋진 숙녀가 될 것 같아요. 센다이 최고 부자인 하치만 씨의 딸이 질투할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 애가 그러든 말든 저는 입을 다문 채 도도하게 그냥 걸어갈 거예요.”

두 자매의 어머니는 깔깔 웃었습니다.


“이런 작은 도둑들 같으니라고.”


아이코가 마지막 서랍을 열었습니다. 안쪽에 손을 집어넣었더니 무엇인가가 잡혔습니다.


“여기 딱딱한 게 있어요. 비단 손수건에 둘러싸인 작은 장식함이네요. 이게 무엇이지요?”

아이코는 장식함을 꺼내 열었습니다. 그 안에서는 황금 빗이 나왔습니다. 오래전 마을을 떠난 사이토의 부인이 주고 간 빗이었습니다. 빗을 본 어머니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습니다.


“얘야! 그 빗은 이리 다오. 다른 물건들은 다 가지고 가더라도 이 빗만은 너희들에게 줄 수 없단다. 너희들에게 어울리는 게 아니야.”


하지만 이미 아이코은 황금 빗에 반하고 말았습니다. 그녀는 어머니가 빼앗아간 황금 빗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한동안 딸과 어머니는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습니다. 동생은 두 사람 눈치만 살피면서 입을 다물었습니다.


“어머니, 이 황금 빗은 무엇인가요?”


“이 빗은 너와 사이토 씨의 아들 고노조가 약혼할 때 사이토 씨의 부인이 내게 준 것이란다. 15년 전에 사이토 씨 가족은 야반도주를 했지. 아무도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몰라. 우리도 그래. 그래서 너와 고노조의 약혼은 이미 깨진 거나 마찬가지야.”


“제 약혼자는 죽었나요?”


“아무도 모른단다. 그 이후로 사이토 씨 가족을 본 사람은 없으니까. 앞으로 그 아이를 생각할 필요는 없단다. 이 빗을 보니 기분이 우울하구나. 아이코. 내게 부채춤을 보여주지 않겠니? 기분을 전환시키고 싶구나.”


아이코는 머리카락에 황금 빗을 꽂았습니다. 그리고 부채를 들고 일어나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감탄했듯이 바다의 파도처럼 격렬하게 춤을 추다가 하늘의 구름처럼 고요하게 흘렀고, 나중에는 바람에 조용하게 흔들리는 대나무 잎사귀처럼 소곤거리기도 했습니다.


춤을 추던 아이코가 갑자기 부채를 떨어뜨렸습니다. 그리고 춤을 멈추더니 바닥에 주저앉아 펑펑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날 이후 아이코는 매우 우울해졌습니다. 늘 침대에 누워 한숨만 내쉬었습니다. 마치 실연한 소녀처럼. 밥을 제대로 먹을 수 없었고 잠을 잘 수도 없습니다. 세상에 재미있는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아이코를 늘 기분 좋게 만들던 매일 아침 떠오르는 해도, 평소에 좋아하던 처마 끝에서 비가 내리는 소리도 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었습니다. 갑자기 변한 딸을 보는 부모는 마음이 아팠지만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었습니다.


아이코의 상심은 더욱 깊어갔습니다. 마침내는 드러눕고 말았습니다. 하루 종일 벽만 바라보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리고는 알 수 없는 말만 했습니다.


“도저히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야.”


그러던 어느 날 아이코는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사람들이 아이코를 묻기 위해 땅을 팠을 때 어머니는 슬픔에 복받쳐 딸의 시신을 붙잡고 통곡했습니다. 그녀는 딸의 머리에 황금 빗을 꽂아 주었습니다.


“내 소중한 작은 보석! 이승에서는 행복하게 살도록 하여라. 이 황금 빗을 가지고 가서 한 번도 보지 못한 네 사랑을 만나도록 하려무나.”


아이코의 부모가 딸을 묻고 돌아온 날 저녁이었습니다. 갑자기 누군가 대문을 두들겼습니다.


“하스누마 아저씨, 문 좀 열어주십시오. 제가 돌아왔습니다. 고노조가 약혼녀를 찾아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15년 동안 소식이 끊겨 있던 고노조가 센다이로 돌아와 아이코와 결혼하겠다면서 하스누마의 집을 찾아온 것이었습니다. 하스누마 부부는 고노조를 집에 들어오게 한 뒤 사정을 설명했습니다.


“고노조야! 오랜만에 돌아온 너를 보니 옛 친구를 본 듯이 반갑구나. 하지만 슬프구나. 고노조야. 너무 늦고 말았구나. 네가 돌아온 게 우리에게는 기쁘면서도 너무 슬픈 일이란다. 네가 그토록 찾는 너의 약혼녀는 어제 그만 세상을 뜨고 말았단다. 오늘 낮에 산에 가서 묻고 내려오는 길이란다. 네 약혼녀의 동생이 달빛 아래 흘러내리는 폭포수처럼 눈물을 쏟아내고 있단다. ”


고노조는 고개를 떨어뜨렸습니다. 그의 눈에도 눈물이 맺혔습니다. 다시 고개를 든 그는 눈물을 떨구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아저씨, 제 약혼녀를 찾아가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군요. 칼과 튼튼한 천과 강이랍니다. 어느 것이 가장 빠른 길인지 생각해 보겠습니다.”


하스누마 부부는 깜짝 놀랐습니다. 오랜만에 돌아온 옛 친구의 아들, 그러니 그들에게도 친아들 같이 소중한 고노조가 자신들의 딸 아이코를 만나기 위해 목숨을 버리겠다는 게 아닌가! 하스누마는 고노조의 소맷자락을 붙잡아 앉혔습니다.


“그러면 안 된다. 내 친구 사이토의 아들아. 네 번째 방법이 있을 거야. 아이코에게 바로 가는 길은 매우 가깝지만 너무 험하고 무서운 곳이지. 한 번 가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어. 그러지 말고 우리랑 함께 지내도록 하자. 우리에게는 아들이 없단다. 너를 아들로 삼으마. 일찍 세상을 떠난 내 딸처럼 우리와 함께 살도록 하자.”


이렇게 해서 고노조는 하스누마의 집에서 살게 됐습니다. 그가 센다이로 돌아온 지 석 달 되던 때였습니다. 하스누마 부부와 아이야메는 지인 잔치 행사에 참석하느라 집을 떠나게 됐습니다. 그들은 밤늦게 돌아올 예정이었습니다.


해가 져 어두워지자 고노조는 대문 밖에 나가 하스누마 부부와 아이야메를 기다렸습니다. 날씨는 매우 추웠습니다. 두꺼운 옷을 입은 그는 멀리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맹인의 호각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가 지팡이로 땅을 딱딱 하며 치는 소리도 들렸습니다. 이어 한 어린이가 두 번 깔깔 하며 웃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남자 몇몇이 술에 취해 부르는 노래도 들렸습니다.


가마꾼이 가마를 메고 달리면서 부르는 노래 소리도 들렸습니다. 고노조는 하스누마 부부가 돌아오는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의 집에 간다네

처마 앞에 꽃이 활짝 핀 오얏나무가 서 있고

꽃잎 사이에 이슬이 하얗게 맺혔으니

참새가 목을 축이는 잔이 바로 이것이리


너는 어떻게 연인의 집에 가려느냐

차가운 밤 바람의 날개를 타려느냐

어느 길이 연인에게 가는 길이더냐

이 세상 모든 길이 다 그러하거늘”


가마 세 대가 고노조가 서 있는 문 앞에 당도했습니다. 먼저 하스누마가 내렸고, 이어 부인과 딸 아이야메도 내렸습니다. 고노조는 아이야메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오늘 피곤했을 텐데 잘 자려무나.”

그런데 평소와는 달리 아이야메는 아무 말 없이 고노조 곁을 지나쳐 갔습니다. 그때 가마에서 무언가 빛나는 물건이 땡그랑 하는 소리를 내면서 떨어졌습니다. 고노조는 허리를 숙여 주웠습니다. 황금 빗이었습니다.


고노조는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책을 꺼내 침대에 누워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등불을 끄고 잘 준비를 했습니다. 그때 이상한 발소리가 들렸습니다.


“이 늦은 밤에 제 방 주변에 오신 분은 누구신가요?”


아무 대답도 없었습니다. 잠시 후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고노조!”


“누구시오?”


“문을 열어주세요. 무서워요”


“누구시오? 무엇이 무섭단 말이오?”


“이 밤이 무서워요. 저는 하스누마의 딸이에요. 신들의 사랑으로 제발 문을 열어주세요.”


고노조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습니다. 바로 앞에 소녀가 서 있었습니다. 소매로 가린 탓에 얼굴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떨면서 울고 있었습니다.


“들어가게 해 주세요.”


“아이야메?”


“네.”


“이 늦은 밤에 웬일이니?”


“내 빗, 내 황금 빗!”


아이야메는 얼굴을 가린 천을 걷었습니다. 그리고는 고노조에게 줄 새 옷을 들고 고노조의 눈을 바라보았습니다.


“여기 있단다. 아까 가마에서 떨어진 걸 주웠단다. 내 옷을 주면 내가 빗을 가지고 오마.”


고노조의 말을 들은 아이야메는 돗자리에 쓰러져 눈물을 흘렸습니다. 고노조는 두 손을 맞잡고 어쩔 줄 몰라 했습니다.


“아이야메, 무슨 일이니? 왜 이러는 거야?”


고노조는 아이야메를 일으켰습니다. 아이야메는 고노조의 따뜻하게 잡으면서 물었습니다.


“고노조 오빠, 저를 사랑하세요?


“물론이지, 수많은 다른 생명들보다 너를 훨씬 사랑한단다.”


“그럼, 저랑 함께 가실래요?”


“비록 그곳이 지옥일지라도 함께 가자.”


고노조와 아이야메는 손을 꼭 잡고 길을 나섰습니다. 그들은 강변을 지났고 꽃이 무수히 피어있는 평원을 지났습니다. 아주 험한 산길을 넘었고 바람이 속삭이는 소나무 숲도 지났습니다. 마침내 숲 한쪽에 푸른 대나무로 만든 작은 집이 보였습니다. 둘은 그곳에서 1년 동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고노조가 아이야메와 함께 숲 속 대나무 집에서 산 지 1년 하고도 석 달이 지났습니다. 어느 날 아침 가마를 멘 남자 둘이 대나무 집으로 왔습니다.


“저 사람들은 누구지? 여기는 어떻게 온 거지?”


“우리를 아버지의 집으로 데려다 줄 거예요.”


“그게 무슨 이야기지? 나는 가지 않을 거야.”


“아니에요. 우리는 가야 해요.”


“너는 가려무나. 나는 여기에 계속 머물러 있겠다.”


“오빠, 1년 석 달 전 어디를 가더라도 저와 함께하겠다고 약속하시지 않았나요? 비록 그곳이 지옥이라 하더라도.”


고노조는 할 수 없이 아이야메가 시키는 대로 가마를 탈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마는 아주 빠르게 달렸습니다. 그러는 사이 가마꾼들은 노래를 불렀습니다. 석 달 전 가마를 메고 하스누마의 집에 올 때 부른 노래였습니다.


해가 질 무렵 고노조와 아이야메는 하스누마의 집에 도착했습니다.


“오빠가 먼저 들어가세요. 저는 여기서 기다릴게요. 아버지는 오빠에게 매우 화가 나 있을 것예요. 그때 이 황금 빗을 보여주세요. 그러면 아버지는 모든 걸 이해하실 거랍니다.”


고노조는 아이야메가 왜 혼자 들어가라고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가 시키는 대로 하스누마의 집으로 들어갔다. 그의 모습을 하스누마가 가장 먼저 보았다.


“이제 돌아왔구나! 1년 만에 그 힘든 모험을 마치고 돌아왔구나.”


“아버지와 아버지 집안에 제가 큰 죄를 지었습니다.”


“고노조, 너는 언제나 부적절한 시점에 나에게 오는구나. 너의 새 동생이자 나의 딸이 마치 죽은 사람처럼 누워 있단다. 첫 1년 동안은 전혀 웃지도 많고 말도 않더니 얼마 전에는 아예 병들어 누워 버렸다. 이런 때에 네가 다시 돌아왔구나.”


“아버지,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당신의 따님이자 저의 동생이며 연인은 지금 문 밖 가마 안에서 기다리고 있답니다. 지금 곧바로 그녀를 데리고 올게요.”


고노조는 하스누마와 함께 밖으로 나갔습니다. 하지만 그곳에는 아이야메는커녕 가마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시들어 떨어진 벚꽃 잎들만이 땅바닥에 뒹굴고 있었습니다.


“아! 이런, 그녀는 어디로 간 것이지? 나에게 이 황금 빗만 남겨놓고 사라져버렸구나! 아,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하나?”


“황금 빗이라니? 고노조,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냐. 내게 그것을 보여주려무나.”


“여기 있습니다. 아버지. 아이야메는 이 황금 빗을 보여드리면 모든 걸 다 이해하실 거라고 했습니다.”


“아! 고조노. 이 황금 빗은 너의 약혼자였던 아이코의 것이었단다. 그 아이가 죽었을 때 제 어미가 머리카락에 꽂아주었지. 이걸 왜 네가 갖고 있는 것이지?”


고노조는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 영문을 알 수 없었습니다. 그는 혼란스러워 하면서 벽에 기대어 있었습니다. 그때 정원 나무들 사이에서 한 소녀가 나타났습니다. 마치 바다의 파도처럼, 하늘의 구름처럼, 바람에 일렁이는 대나무 잎사귀 같은 발걸음이었습니다.


“아이야메! 아픈 아이가 왜 침대에서 벗어나 여기에서 걸어 다니고 있는 것이야?”


고노조는 그때까지도 도대체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는 너무 혼란스러워 땅에 무릎을 꿀고 말았습니다. 아이야메는 그에게 다가가 어깨를 잡아 일으켰습니다.


“고노조 저는 아이야메가 아니에요. 당신의 약혼자였던 아이코랍니다. 저는 저의 한쪽 그늘에서 사랑의 상처를 안고 고통스럽게 당신을 기다렸답니다. 저승의 주인께서 그런 저를 가엽게 여겼지요. 저는 딱 1년만 지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았답니다. 저의 육체는 썩어 문드러져 없어졌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제 동생 아이야메의 몸을 빌었지요. 당신과 함께 지낸 1년은 정말 행복했답니다. 이제 저는 다시 저승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저를 마지막으로 한 번만 안아주세요. 제가 희미해져서 사라지기 전에.”


아이코는 말을 마친 뒤 조금씩 땅으로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고노조는 그녀를 꼭 껴안았습니다. 아이코의 머리는 고노조의 가슴에 묻혔습니다. 고노조의 눈물이 그녀의 이마로 흘러 내렸습니다.


“사랑하는 고노조, 마지막으로 부탁이 있어요. 제가 저승으로 돌아가면 곧 아이야메가 병에서 회복해 일어날 거예요. 아이야메와 결혼하도록 하세요. 저 대신 제 동생과 행복한 삶을 누리도록 해 주세요.”


“그렇게 하리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 황금 빗을 돌려주세요.”


고노조는 손에 들고 있던 황금 빗을 아이코의 머리에 단정하게 꽂아줬습니다. 잠시 후 아이코는 고노조와 아버지에게 손을 흔들며 땅 밑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녀가 저승으로 돌아가고 세 시간 뒤 병석에 누워 있던 아이야메가 일어났습니다. 그녀는 아주 깊은 잠을 잔 것처럼 눈을 부볐습니다.


아이야메는 곁에 앉아 있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보고는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리고 그 곁에 있던 고노조를 보고는 얼굴을 붉혔습니다. 고노조는 빙긋이 웃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잘 돌아왔단다. 아이야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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