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나시나요?

by leo


헝가리의 한 작은 마을에 부부와 세 아들이 살았습니다. 막내는 늘 말이 없었습니다. 굴뚝 한쪽 구석에 앉아 있r기만 했습니다. 두 형은 달랐습니다. 아주 활기찼고, 늘 똑똑하다고 큰소리를 쳤습니다.

어느 날 큰아들 미섹은 멀지않은 도시에 일하러 나갔습니다. 어머니는 그런 아들을 위해 따뜻하게 구운 떡을 가방에 넣어 주었습니다.


미섹은 운이 좋게도 도시에서 가장 큰 저택에서 일하게 됐습니다. 주인은 재미있는 계약을 하자고 했습니다.


“일하다 화를 내면 지는 거야. 벌로 코를 자르는 거지. 어때?”


“좋습니다.”


미섹은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주인의 말에 동의했습니다. 그는 다음 날 곡식을 타작하러 갔습니다. 그런데 점심시간이 돼도 주인이 부르지 않았습니다.


“미섹, 배가 고프지 않아? 그래서 화가 나지 않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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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식사 시간에도 주인은 부르지 않았습니다. 미섹은 가방에 든 떡을 꺼내 먹었습니다. 하루, 이틀, 사흘이 지났습니다. 어머니가 챙겨준 떡은 다 먹어 버렸습니다. 그래도 주인은 부르지 않았습니다.


“미섹, 화가 나지? 배가 고파서 나를 죽이고 싶지?”


“그래요. 주인님, 당신을 죽이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나요.”


이 소리를 들은 주인은 껄껄 웃으며 칼을 꺼내 미섹의 코를 잘랐습니다. 그는 울면서 집에 돌아갔습니다. 물론 코가 잘린 얼굴을 하고 말입니다.


둘째 아들 파브코가 형을 나무랐습니다.


“이 바보 같으니라고. 내가 가서 형의 복수를 할 거야. 어머니 떡을 많이 구워주세요.”


파브코는 바로 집을 나서 형이 코를 베인 집으로 찾아갔습니다. 역시 주인과 똑같은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는 사흘 동안 곡식을 타작했습니다. 하지만 주인은 음식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는 사흘을 더 타작했습니다. 이번에도 주인은 음식을 주지 않았습니다. 파브코는 화가 났습니다.


“악마라도 어떻게 당신한테 화를 내지 않을 수 있겠어요? 내 배가 등뼈에 붙을 지경이니 말이에요.”


주인은 기다렸다는 듯이 껄껄 웃으며 칼을 꺼내 그의 코를 잘라 버렸습니다. 파브코도 어쩔 수 없이 코를 잘린 채 집에 돌아가야 했습니다. 그는 울며 형에게 하소연했습니다.


“그 집은 악마의 집이야. 악마가 내 코를 베어갔어.”


굴뚝 옆 구석에 앉아 있던 막내 아담이 소리를 질렀습니다.


“형들은 모두 바보야. 내가 다녀올게. 형들의 복수를 해줄게. 집에서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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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도 두 형과 마찬가지로 어머니가 구워준 떡을 가방에 넣고 두 형의 코를 벤 주인이 사는 집으로 갔습니다. 그는 두 형처럼 코 베기 계약을 했습니다. 하지만 아담은 두 형보다 훨씬 현명했습니다.


아담은 주인 지시대로 밖에서 곡식을 타작했습니다. 주인은 역시 이번에도 그를 저녁 식사 자리에 부르지 않았습니다. 아담은 집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대신 타작한 곡식을 들고 바로 시장에 가서 전당포에 팔아버렸습니다. 주인은 집에 돌아온 아담에게 물었습니다.


“곡식이 어디 있느냐?”


“배가 고파서 먹을 걸 사려고 전당포에 팔아버렸습니다. 제가 이렇게 해서 화가 나시나요?”


“아니야. 화가 나기는. 그럴 수도 있지.”


다음날 주인 부부는 다른 도시에서 열리는 결혼식에 다녀오게 됐습니다. 주인은 아담에게 이런 지시를 내렸습니다.


“점심 무렵 축사에 가거라. 네 눈에 띄는 첫 양을 잡아서 솥에 넣어 삶아라. 파슬리도 조금 넣고.”


아담은 주인이 시킨 대로 축사에 갔습니다. 그런데 양들이 한꺼번에 그를 쳐다봤습니다. 그는 양을 모조리 잡았습니다. 그리고 한 마리씩 솥에 넣어 삶았습니다. 그때 ‘파슬리’라는 이름을 가진 주인의 애완견이 다가왔습니다. 그는 파슬리도 잡아 솥에 넣었습니다. 저녁에 돌아온 주인이 물었습니다.


“내가 시킨 대로 했느냐?”


“예. 축사에 갔더니 양들이 저를 일제히 쳐다보기에 모두 잡아 삶았습니다. 강아지 파슬리가 보이기에 역시 함께 넣었습니다.”


“양을 몽땅 다 도축했다고?”


“예, 왜요? 화가 나시나요?”


“아, 아니다. 그런 일로 왜 화를 내겠니?”


주인은 양을 모두 잃어 짜증이 났습니다. 양은 그의 모든 재산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양보다는 코가 더 소중했습니다. 그러니 화를 낼 수는 없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가 됐습니다. 주인 부부와 아담은 교회에 갔습니다. 돌아오는 길은 무척 어두웠습니다. 주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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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교회처럼 불을 환하게 밝혀주면 얼마나 좋을까?”


아담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제가 그렇게 할까요?”


“네가 할 수 있다면.”


아담은 얼른 뛰어가더니 주인의 집에 불을 질렀습니다. 집은 활활 타올랐고 주인 부부가 걸어오는 길을 환하게 밝혀주었습니다. 주인은 타오르는 집만큼이나 속이 타올랐습니다.


“집이 몽땅 타 버리니 화가 나시죠?”


“아, 아니다. 집이야 타버릴 수도 있지. 왜 내가 화를 내겠니?”


주인 부부와 아담은 결국 바깥에서 살게 됐습니다. 그들은 불타버린 집 근처의 강가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됐습니다. 주인 부부는 틈만 나면 아담을 없앨 생각을 했습니다.


“나중에 밤에 저놈이 잠들면 강에 던져 버립시다. 그러면 모든 게 끝이야.”


아담은 주인 부부의 계획을 다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강 쪽에 눕지 않았습니다. 주인의 아내가 가장 안쪽에 누웠습니다. 그는 밤에 일어나 그녀를 강으로 밀어버렸습니다. 물소리를 듣고 주인이 깨었습니다. 아내가 강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결국 죽고 말았습니다. 아담은 웃으며 말했습니다.


“화가 나시죠? 부인이 죽었는데 화를 내지 않으시면 사람이 아니지요?”


“아무리 악마라도 어찌 화를 내지 않겠느냐?”


주인이 화를 내자 아담은 칼을 꺼내 주인의 코를 베었습니다. 그는 바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리도 두 형에게 말했습니다.


“잘난 척 하는 형들! 이걸 보라고. 주인의 코야.”



*헝가리의 동화 ‘화가 나시나요?’입니다. 이 동화를 아이들에게 읽어주실 수 있나요?


*끔찍한 복수극이군요. 이런 걸 인과응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주인과 아담 중에서 누가 더 잔인한 사람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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