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걸림돌은 언제나 나 자신이었다.

40대 아재의 일본어 도전 Step1

by 김영훈 Andrew
내가 올해 상반기에라도 일본어를 진심으로 배웠더라면 지금 어땠을까?

올해 초에도 일본 시장이 중요하다고 하였는데 일본어 스터디를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6개월이라는 시간만이라도 더 제대로 했다면 지금의 어려움을 겪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중요성을 알면서도 행동하지 않았습니다. 팀에서 일본어를 제대로 다루는 PM은 없었고, 제품의 복잡한 구조를 고려할 때 빠르게 이해하고 실질적인 퍼포먼스를 내야 할 사람은 결국 나뿐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나는 미뤘고 결국 지금 이 순간까지도 내 발목을 잡고 있는 건 바로 나 자신이라는 걸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올해 상반기에라도 일본어를 진심으로 배웠더라면 지금 어땠을까?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건 아니었습니다.


6월에 새벽 운동 루틴에 맞춰 매일 아침 유튜브로 히라가나를 외웠습니다. 그리고 듀오링고로 하루도 일본어 연습을 하였고 단 10분이라도 좋으니 매일 하자는 다짐으로 하다 보니 어느새 50일이 넘어갔습니다. 이를 위해 4년 넘게 출근길에 늘 보던 웹툰도 끊었습니다. 다른 시간은 몰라도 이 시간만큼은 무조건 일본어에 쓰자고 결심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는 작게 보일 수 있겠지만, 제게는 큰 전환이었다. 그동안 외국어 공부 계획하고 흐지부지 되는 것을 넘어서고 싶었습니다. 이번만큼은 제대로 해내고 싶었습니다.

하루도 안 빠지고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그리고 7월부터는 회사 근처 일본어 학원에 등록했습니다. 주 3회, 화목금 아침 7시 수업이었고, 회사 지원금 덕분에 비용 부담도 크지 않았습니다. 수업은 확실히 좋았습니다. 구조도 잘 짜여 있었고, 말하기 연습도 많았습니다. 문제는 제가 진도를 따라가기가 어려웠다는 점입니다. 7월 중순에는 도쿄 법인 워케이션 일정으로 일주일간 출장을 가게 되었고, 그 사이 빠진 세 번의 수업을 메우기 위해 도쿄 현지에서 아침 6시에 온라인 수업을 들었습니다. 스스로도 꽤 성실하게 대응했다고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복습할 양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결국 레벨 테스트에서 다음 단계로 올라가지 못했습니다. 재수강 통보를 받는 순간, ‘내가 너무 안일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실을 언제나 냉혹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순간 좌절보다는 다짐이 먼저 들었습니다.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지금까지 내가 얼마나 덜 간절했는지’를 먼저 떠올렸습니다. 부족한 실력을 탓하기보다, 내가 얼마나 시간을 쪼개고 또 쪼개서 집중했는지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부끄러운 순간도 많았습니다. 수업 시간에 다른 사람들은 선생님의 질문에 곧바로 대답하는데, 나는 책을 펴고 한참을 머뭇거리다 겨우 입을 열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가 창피했고, 때론 수업에 앉아 있는 내 모습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마음은 또렷해졌습니다. 이번만큼은 절대 중간에 포기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부끄러움을 견디면서라도 끝까지 가고 싶었습니다.


확실히 40대가 되고 나니, 예전과는 다른 한계가 분명하게 느껴졌습니다.


단어 하나를 외우는 데도 시간이 훨씬 오래 걸렸고, 기억력은 예전 같지 않았습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출근을 하고 일본어까지 공부하는 건 체력적으로 꽤 큰 부담이었습니다. 출퇴근 시간만 편도로 1시간 30분이 걸렸고, 하루의 대부분은 회사와 집을 오가며 소진되었습니다. 결혼 후에는 아내와 보내는 시간도 소중했기에, 혼자였다면 가능했을 선택들도 조율이 필요해졌습니다. 가끔은 ‘지금이 20대였다면 일본으로 바로 떠났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렇게 할 수 없었고, 그렇기에 남은 선택지는 단 하나였습니다. 있는 조건 안에서 버텨내는 것. 결국 환경보다 중요한 건, 그 안에서 내가 무엇을 선택하느냐였습니다.


그럼에도 나는 아직도 매일 출퇴근길에 듀오링고를 하고 있습니다. 출퇴근 시간만이라도 반복을 놓치지 않으려 합니다. 출퇴근 시간에 하던 웹툰을 보는 것도 멈췄습니다. 하루 중 오직 이 시간만큼은 일본어에 집중하자고 스스로와 약속했습니다. 어느 순간, 이 작은 습관은 내가 하루를 버텨내는 기둥 같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얼마 전, 성시경이 일본어를 공부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을 봤습니다.


“기상 후 2시간, 취침 전 1시간을 1년 반 넘게 반복했다”는 그의 말이 인상 깊었습니다. 연예인인 성시경도 저렇게 열심히 하고 있다는 사실이 저를 부끄럽게 만들었습니다. 결국 공부는 방법이 아니라, 버티는 시간의 총합이라는 걸 그 영상이 알려줬습니다. 작은 시간이라도 계속 이어간다면 분명 그 끝은 지금과 다를 거라고 믿게 되었습니다.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yZNfGXaxibE

일본어 공부는 여전히 어렵습니다. 단어는 돌아서면 잊히고, 수업 시간에는 아직도 말이 막힙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 포기하는 사람보다는, 버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이번 도전은 단순히 외국어 하나를 배우는 일이 아니라, 끝까지 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은 저 자신에 대한 실험입니다.


내가 정말 간절하면, 방법은 조금씩이라도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결국, 내 인생의 걸림돌은 언제나 나 자신이었다는 사실도 조금씩 인정하게 됩니다. 지금 내가 이 걸림돌을 넘는 중이라는 사실이, 내 인생을 앞으로 더 넓고 단단하게 만들어 줄 거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