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아재의 일본어 도전 Step2
7월 레벨 테스트에서 떨어졌을 때, 좌절보다는 오히려 각성을 경험했습니다. ‘이번만큼은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마음속 깊이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8월을 맞이하며 또 다른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재수강이 확정되면서 8월부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부끄러웠지만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7월의 안일함을 반성하며 마음을 다잡았는데, 문제는 이미 몇 달 전부터 계획해 둔 여름휴가였습니다. 8월 15일부터 25일까지, 아내와 이미 다 계획한 11일간의 유럽 여행이 예정되어 있었고 이는 또다시 3회가량의 수업을 불참해야 함을 의미했습니다. 7월에 도쿄 출장으로 수업을 빠뜨렸던 것도 진도를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번에는 그보다 더 긴 기간이었습니다. 잠시 고민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레벨 테스트를 제대로 볼 수 있을까?’ 하지만 포기는 애초에 선택지에 없었습니다.
8월 초, 나는 선생님께 솔직하게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휴가 기간과 레벨 테스트 일정이 겹치는 상황,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꼭 통과하고 싶다는 의지를 전했습니다. 선생님은 흔쾌히 8월 26일 점심시간에 개별 레벨 테스트를 볼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다. 그리고 휴가 기간 동안 진행했던 진도와 꼭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었고 가이드에 맞춰서 실행을 하였습니다.
드디어 유럽 여행이 시작되었지만, 일본어 공부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비행기 안에서, 기차 이동 중에, 호텔 침대에 누워서도 단어장을 펼쳤습니다. 특히 な형용사 활용법(です, じゃありません, な+명사, で)과 기본 문법들을 반복해서 외웠습니다. 아내는 처음에는 “휴가인데 뭘 그렇게까지 하냐”며 이야기하였지만, 내 진지한 모습을 보고는 묵묵히 응원해 주었고 나중에는 외운 단어를 잘 기억하고 있는지 직접 물어봐주기까지 하였습니다.
이동 시간이나 잠깐의 시간이 날 때는 일본어에 집중했습니다. 무엇보다 듀오링고만큼은 하루도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출퇴근길에 시작한 이 작은 습관이 이제는 88일 연속 기록이 되었고, 마침내 다이아몬드 리그까지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휴가 중에도 매일 스마트폰 알림을 받고, 5~10분이라도 꼭 학습했는데 이 연속 기록이 끊어지는 것만큼은 절대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이번 도전에서 나를 가장 놀라게 한 것은 나 자신의 변화였습니다. 평소라면 ‘휴가인데 뭘 그렇게까지’라며 적당히 타협했을 텐데,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재수강을 위해 아침 수영 스케줄 기존 월수금에서 화목으로 바꿔야만 했습니다. 만약 또 레벨 테스트에 떨어진다면 스케줄을 다시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두 번 재수강’만큼은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한 번의 실패는 있을 수 있지만, 같은 단계를 세 번째 도전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유럽에서 돌아온 다음 날 점심시간에 학원을 찾았습니다. 11일간의 여행 피로가 남아 있었지만, 마음은 오히려 또렷했습니다. 그동안 준비한 모든 것을 쏟아낼 시간이었습니다. 레벨 테스트를 마치고 결과를 확인하는 순간 작지만 해냈다는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돌이켜보니, 이번 한 달은 내게 중요한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환경이 완벽하지 않다고 포기할 이유는 없다는 것. 오히려 제한된 환경이 나를 더 간절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유럽 기차에서 단어를 외우고, 호텔 침대에서 문법을 복습하고, 비행기에서 듀오링고를 하면서 깨달았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환경이 아니라 마음가짐이다.
정말 하고 싶다면, 정말 간절하다면, 방법은 언제든 찾을 수 있다. 7월의 나는 "내 인생의 걸림돌은 언제나 나 자신이었다"라고 했습니다. 8월의 나는 그 걸림돌을 넘어섰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 2단계 수업이 또 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더 어려워질 테지만, 2단계는 재수강 없이 바로 합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