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아재의 일본어 도전 Step6
12월부터 3단계 수업을 시작되었습니다. 11월 말 레벨 테스트를 통과하고 올라온 단계였지만, 솔직히 불안했습니다. 2개월 전 2단계에서 1단계로 내려갔던 기억이 생생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떨어지지 않고 끝까지 잘 해내야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그런데 12월 초, 예상치 못한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일본어가 아니라, 제 삶 전체를 흔드는 고민이었습니다. 2025년 11월, 저는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약 5년을 채웠습니다. 2024년에 결혼도 했고,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직을 할까? 새로운 일에 도전할까? 여러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습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봤습니다.
만약 내일 당장 회사를 그만둔다면, 정말 아쉬움과 후회 없이 떠날 수 있을까?
대답은 명확했습니다. 아니었습니다. 자기만족일 수도 있지만, 제가 포기하지 않고 꼭 이곳에서 이루고 싶은 것들이 아직 남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이걸 해소하지 않고 다른 곳으로 간다면, 거기서도 똑같을 것이라고. 결국 문제는 회사가 아니라 제 자신이었습니다. 인생 마흔 즈음, 저는 그 누구도 아닌 스스로와 다짐했습니다. 지금의 회사에 다시 한번, 최대한 집중해서 도전해 보자. 앞으로 최소 2년은 후회 없이. 그런데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습니다. 회사에 집중하고 싶어도, 제 현실은 그걸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왕복 3시간의 출퇴근 시간. 저녁 11시가 넘어서야 집에 도착하는 일상. 그리고 그 시간까지 아내 혼자 집에서 기다려야 하는 상황. 아내는 원래 결혼 전 강남에서 일했습니다. 하지만 저와 결혼하면서 강북으로 옮겼습니다. 저 때문에 근무지를 바꾼 거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매일 야근을 했고, 평일에 집에 들어오면 10~11시는 기본으로 넘었습니다. 신혼 초기인 우리에게 서로 볼 시간은 거의 없었습니다. 저는 계속 피로가 쌓였고, 가벼운 갈등도 지속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회사에 집중하려면, 먼저 제 삶의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고.
마침 회사도 정말 중요한 시기였고 저 역시 인생에서 제대로 된 도전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렇다면 아내의 직장도 다시 강남으로 옮기는 게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결심했습니다.
"회사 근처로 이사를 하자."
그렇게 결심하고 바로 실행에 옮겼습니다. 회사 근처 부동산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출퇴근 시간을 최대한 줄이려면 도보 거리가 이상적이었습니다. 부동산 앱을 열어 매물을 검색하고, 점심시간이나 퇴근 후 시간을 쪼개 집을 보러 다녔습니다. 그러던 중 12월 12일, 점심시간에 회사 근처에 괜찮은 집이 나왔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였기에 가볍게 다녀올 생각으로 나섰습니다. 그런데 집이 생각보다 너무 좋았습니다. 회사까지 도보 거리. 주변 환경도 괜찮았습니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습니다. 바로 아내에게 전화했습니다.
"여보, 집 계약하자."
아내는 직접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주말로 미루면 진행이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날 바로 저녁에 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저는 일본어 수업에 가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12월에 학원을 처음 빠진 날이었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이 하나의 결석이 앞으로 2달간 제 일본어 학습을 완전히 멈추게 만들 줄은.
집을 계약한 후, 이번에는 아내의 1인 미용실을 옮겨야 했습니다. 우리는 주거 공간만 옮기는 게 아니었습니다. 아내의 샵까지 함께 이전해야 했습니다. 집은 생각보다 빠르게 구했지만, 상가는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상가는 특성상 권리금을 끼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곳은 대부분 권리금이 많이 붙어 있었습니다. 조건에 맞는 곳을 찾기 위해 퇴근 후 여기저기 돌아다녀야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일본어 수업은 점점 멀어졌습니다. 12월 12일 이후, 두 번째, 세 번째 결석이 이어졌습니다. 한 달 동안 총 3번 정도 빠진 것 같습니다. 처음 빠졌을 때는 '오늘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오늘만'이 반복됐습니다. 연말이 다가오니 예정에 없던 일정도 잡혔습니다. 회사 업무도 바빠졌습니다. 그러면서 공부는 점점 뒤로 밀렸습니다. 그리고 결국 예상했던 일이 일어났습니다.
12월 말, 저는 3단계 레벨 테스트에서 떨어졌습니다.
솔직히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수업도 제대로 나가지 못했고, 복습은커녕 숙제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날이 많았습니다.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3단계 재수강을 신청했습니다. 1월부터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1월은 더 정신이 없었습니다. 연초라 회사 업무가 본격적으로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월 11일, 드디어 집을 이사하는 날이었습니다. 이사 전후로 너무 정신이 없었습니다. 이삿짐센터를 부르고, 새 집을 세팅하는 과정. 그리고 일주일 후인 1월 18일에는 아내의 샵을 이사했습니다. 샵은 단순히 짐만 옮기는 게 아니었습니다. 인테리어를 영업하기 위한 환경으로 만들어야 했습니다. 평일에는 회사에서 일하고, 주말에는 아내 샵 준비하는 데 시간을 거의 다 보냈습니다. 그렇게 1월 말까지 이어졌습니다.
결국 1월에는 단 하루도 학원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처음부터 포기한 건 아니었습니다. 재수강 신청도 했고, 가려는 마음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불가능했습니다. 이사와 샵 준비, 그리고 연초 회사 업무. 일본어 학습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단 하나, 끊지 않은 것이 있었습니다. 12월과 1월, 그 정신없는 시기에도 하루 5분이라도 듀오링고로 일본어 공부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사하는 날도, 샵 인테리어 하는 날도, 야근하는 날도. 단 하루도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이 작은 습관 하나가, 제가 일본어와 완전히 끊어지지 않게 붙잡아 준 유일한 연결고리였습니다.
사실 저는 조금 더 기다릴 수도 있었습니다. 아내의 기존 샵에 새로운 임차인이 오기를 조금만 기다렸다면 공실 비용을 내지 않아도 됐을 것입니다. 결국 우리는 매달 적지 않은 공실 비용을 내고 있었습니다. 기다렸다면 이 돈을 아낄 수 있었습니다. 아내가 강북으로 출퇴근하는 방법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내의 성향을 알고 있기 때문에 밀어붙이면 가능했겠지만, 그렇게 되면 잦은 다툼이 반복될 것이고, 저는 회사 일에 집중을 못하게 될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건 가정이고, 안 그럴 수도 있습니다. 제가 회피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최대한 빠른 실행을 통해 환경을 구축하는 걸 선택했습니다. 비록 비용 손실이 있더라도. 왜냐하면 진짜 목표는 따로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 인생을 오롯이 제가 주도하는 것이었습니다.
출퇴근 시간 3시간을 세이브하면 그만큼 제 시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제가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정말 인생에 있어서 '아쉬움'과 '후회'라는 단어를 남기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더 과감하게 이사를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 차례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확신이 들었습니다. 확신이 든 이후부터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밀어붙였습니다. 누가 뭐라 해도, 저는 제 선택을 믿고 제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이제 증명해내기만 하면 됩니다.
드디어 2월이 되었습니다. 이사도 끝났고, 아내의 샵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제는 제가 만든 이 환경을 활용할 차례였습니다. 정신없이 보내다 보니 운동도 제대로 못 했습니다. 다시 마음을 다잡기 위해 2월 2일부터 새벽 6시에 집 근처 도보 10분 거리에 있는 수영장에서 매일 할 수 있는 수영을 등록했습니다. 일본어도 다시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저녁 8시 10분으로 수업 시간을 옮겼습니다. 12월에 저녁 6시 30분으로 해봤는데, 그때는 학원 다녀오고 다시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니 확실히 집중이 끊겨서 잘 안 됐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저녁 8시까지 업무를 최대한 하고 일본어 수업을 듣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그렇게 변경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2개월 만에 다시 했더니 과거 내용은 머릿속에서 다 지워진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이제 저는 회사까지 도보로 출근할 수 있습니다. 수영장도 도보 10분 거리입니다. 학원도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환경은 다 만들어졌습니다. 이제 다시 실행할 차례입니다. 지난 6개월을 돌아봅니다. 7월부터 11월까지, 저는 나름의 노력으로 일본어 학습을 계속 이끌어 나갔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한계를 맞이했습니다. 왕복 3시간 출퇴근, 야근, 그리고 결혼 후 아내와의 시간. 환경을 조정해 봤지만 부족했습니다. 결국 한계를 깨달았고, 삶의 핵심 요소들을 전반적으로 수정하기로 했습니다. 비용적인 손실도 감수했습니다. 그리고 환경 기반이 마련되면서 다시 과거의 실행들을 재개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삶은 통제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의 조합이라는 것.
저는 지금껏 스스로를 통제하려 했습니다. 새벽 수업, 저녁 수업, 회사 출근 자습. 환경을 바꾸고 시스템을 만들며 제 의지를 믿지 않는 대신 구조로 움직이려 했습니다. 하지만 이사라는 변수는 그 모든 것을 한순간에 무너뜨렸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이사'조차 제가 삶을 더 잘 통제하기 위해 선택한 결정이었습니다. 더 집중하기 위해,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하지만 그 과정 자체가 통제 불가능한 혼란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배웠습니다.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때 제대로 집중해서 미리미리 끝내야 한다는 것을.
통제할 수 없는 변수는 언제든 올 수 있습니다. 그때를 대비하는 방법은 단 하나입니다. 지금 할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하는 것. 도보로 출근 가능한 회사. 도보 10분 거리의 수영장. 저녁 8시 10분 일본어 수업. 줄어든 출퇴근 시간. 아내와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 그리고 12월과 1월, 그 정신없는 시기에도 단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매일 조금씩이라도 이어온 작은 습관.
환경은 만들어졌습니다. 이제 관건은, 이걸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입니다. 앞으로 후회 없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 아쉬움이라는 단어를 남기지 않기 위해 내일도 새벽 5시 30분에 눈을 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