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아재의 일본어 도전 Step5
10월 말, 저는 결심했습니다. "나는 스스로를 믿을 수 없다. 그러니 환경을 바꾸자." 새벽반을 저녁반으로 옮기고, 월수금 새벽에는 회사에 일찍 나와 자습하기로 했습니다. 의지가 아닌 시스템으로, 강제성이 아닌 구조로 나를 움직이기로 한 것입니다. 11월은 그 결심을 실행에 옮긴 한 달이었습니다.
첫 저녁 수업에 들어서는 순간, 확연히 달랐습니다. 새벽반이 4~5명이었다면, 저녁반은 10명 가량이었습니다. 사람이 많으니 수업 분위기도 달랐고, 무엇보다 제 집중력이 확실히 달랐습니다. 새벽 수업은 아무리 일찍 일어나도 잠이 덜 깬 상태였습니다. 10월 중순 온수매트를 설치한 이후로는 더욱 그랬습니다. 알람을 4개, 5개 설정해도 결국 다 끄고 늦게까지 누워 있곤 했습니다. 수업 시간에도 계속 졸음이 쏟아져 집중이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저녁 수업은 달랐습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오는 것이라 머리가 깨어 있었고, 오히려 수업이 하루의 긴장을 환기하는 시간처럼 느껴졌습니다. 게다가 2번째 듣는 2단계 수업이라 이해도가 높았습니다. 선생님의 질문에도 예전보다 훨씬 빠르게 반응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저녁반의 단점도 분명했습니다. 저녁 6시 30분 수업이라 저녁을 제대로 먹기 애매했습니다. 항상 수업 전에 가볍게 먹을 것을 챙겨야 했습니다. 무엇보다 일을 하다가 중간에 끊고 수업을 들어야 하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회사와 학원이 정말 가까운 거리에 있었습니다. 시간이 되면 학원으로 갔고, 수업이 끝나면 다시 회사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간단히 먹을 것을 사 와서 빨리 먹고 다시 일했습니다. 어차피 먹을 것을 사러 나가야 했기 때문에, 생각보다 효율적이었습니다. 특히 금요일 저녁 수업은 힘들었습니다. 수업을 듣고 다시 회사로 와서 야근을 하다 보면 집에 도착하는 시간이 밤 11시 가까이 됐습니다. 바로 어제가 그랬습니다. 육체적으로 지치는 순간들이 분명 있었지만, 그래도 이 루틴을 깨고 싶지 않았습니다.
11월 3일, 첫 새벽 자습을 시작했습니다. 보통 5시 30분에 일어나 6시에 집을 나서면 7시 조금 넘어 회사에 도착했습니다. 회사에는 포커스룸이라는 조용한 공간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따뜻한 커피를 준비하고, 애플워치 스톱워치로 시간을 딱 정해놓고 공부했습니다. 보통 1시간 이내로 잡았습니다. 상상했던 것과 비슷했고, 오히려 더 좋았습니다. 집에서 공부하면 아내가 자고 있어 조용히 해야 했고, 자칫 깨울까 신경 쓰였습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슬랙 메신저 같은 것도 보지 않아도 됐습니다. 오롯이 일본어에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그 시간에 과제를 했고, 부족했던 기초 단어들을 다시 외우기 시작했습니다. 10월에 못했던 단어 암기를, 11월에는 조금이나마 늘릴 수 있었습니다.
특히 지난달 책에 썼던 문장들을 다시 보며 확실히 더 잘 작성하는 제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와, 그래도 뭔가 확실히 나아지긴 했네?' 수업 시간에도 변화가 느껴졌습니다. 가끔 선생님이 질문하면 제가 먼저 입 밖으로 답을 하고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머릿속으로만 맴돌다가 결국 말하지 못했던 순간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완벽하지는 않았습니다. 새벽 자습 시간은 고정적이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은 1시간, 다른 날은 30분. 목표는 수업 시간과 동일하게 1시간 30분이었지만, 최대로 해도 1시간 정도였습니다. 이 부분은 스스로도 조금 나약해진 부분이 있다고 인정합니다. 밤 9~10시에 퇴근해서 집에 도착하면 11시, 그리고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야 하는 일정. 하루 5~6시간 수면으로는 부족했습니다. 게다가 겨울이 깊어지면서 새벽은 더욱 추워지고 어두워졌습니다. 따뜻한 이불 속에서 일어나는 것은 여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힘들었습니다. 수면과의 싸움, 그리고 겨울 새벽과의 싸움에서 제가 진 날들이 있었고, 자습 시간 확보에 실패한 날들도 있었습니다. 수업 지각은 아니지만, 자습 지각은 있었던 셈입니다.
11월에도 야근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늦을 때는 밤 9~10시까지 일했습니다. 집에 도착하면 11시가 넘었고, 다음 날 새벽 5시 30분에는 다시 일어나야 했습니다. 솔직히 안 힘든 날이 없었습니다. 어떻게 극복했냐고요? 극복이라기보다는, 계속해야 한다는 마인드셋을 스스로에게 계속 리마인드했습니다. '오늘 하루만 더', '이번 주만 더', '레벨 테스트까지만'. 이렇게 작은 목표들을 쪼개서 스스로를 다독였습니다. 새벽 수영도 영향을 받았습니다. 보통 일주일에 2번을 가는데, 11월에는 1번 정도밖에 가지 못했습니다. 한 달에 8번을 해야 하는데 11월에는 3번 갔습니다. 일본어에 집중하다 보니 기존 루틴에 변화가 생긴 것입니다.
무조건 새벽형 삶이 모두에게 정답은 아니라는 것을 이번에 느꼈습니다. 처한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환경 변화를 주고, 스스로에게 맞는 방법을 계속 찾아가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일본어를 시작하기 전, 제가 한창 운동에 전념했을 때는 한 달 30일을 거의 모두 운동으로 채웠습니다.
하지만 일본어 학습이 추가되면서 기존 루틴에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에 맞춰 조정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업 진도는 다행히 2번째 배우는 것이라 따라가기 어렵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8~9회 차 수업부터는 조금 따라가기 힘들기 시작했습니다. 문법도 많이 나오고 단어도 많았습니다. 특히 저녁반은 수강생이 많다 보니 회화보다는 작문 위주로 수업이 진행됐습니다. 회화 실력은 여전히 제자리 수준이었습니다. 이 부분은 계속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습니다.
11월 26일, 8회 차 수업 때 레벨 테스트가 있었습니다. 사실 불안했습니다. 테스트 전에 선생님이 말했습니다. "문법의 작은 부분까지도 체크합니다." 지금의 제 상태는 대략적인 문법과 단어는 이해하지만, 정확하게 딱 맞추는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작은 실수들이 많지 않을까 걱정됐습니다. 그래서 수업 당일 새벽, 벼락치기를 했습니다. 그동안 배운 내용을 쭉 복습했고, 특히 숙제 중 틀린 부분을 중점적으로 확인했습니다.
테스트를 보고, 선생님이 바로 그 자리에서 채점했습니다.
"합격입니다."
그 순간, 정말 작지만 너무 기쁜 마음이 벅차올랐습니다. '이제 한 단계 더 넘었구나.' 이걸 해낸 제 자신에게 칭찬해주고 싶었습니다. 오히려 이런 작은 성공들이, 가끔 '일본어를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하는 마음을 없애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이 분명 있었지만, 이런 작은 승리가 저를 다시 일으켜 세웠습니다. 아내에게 바로 소식을 전했습니다. 아내도 함께 기뻐해 주었습니다. "고생했어. 진심으로 축하해." 그 말 한마디가 정말 큰 힘이 됐습니다. 여전히 완벽하지 않지만 11월을 돌아보면, 분명 성과가 있었습니다. 2단계를 합격했고, 환경을 바꾸니 실제로 결과가 바뀌었습니다. 새벽반보다 저녁반이 지금의 제게는 더 맞는 방법이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완벽하지 않습니다. 자습 시간은 목표만큼 확보하지 못했고, 수영도 줄었습니다. 회화 실력은 여전히 부족하고, 단어도 계속 외워야 합니다. 결국 일본어 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많은 단어를 외우고 반복을 계속하는 것임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11월을 지내며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그래도 저에게 끈기는 조금 있다는 것. 어떻게든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동시에, 저를 믿으려면 아직 멀었다는 것도 압니다. 듀오링고는 11월 30일 기준 179일째입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작은 습관 하나가, 흔들리는 순간마다 저를 붙잡아 주고 있습니다.
12월부터는 3단계로 올라갑니다. 또 어려운 과정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새로운 문법, 더 많은 단어, 더 복잡한 문장들. 하지만 이제는 압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중요한 것은 멈추지 않는 것이라는 것을. 현재 학원에서의 일본어 과정은 총 10단계까지 있고, 초급이 4단계까지입니다. 제 목표는 2026년 1월까지 4단계를 마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 단계인 5, 6단계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내년에는 회사 근처로 이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사를 하면 또 다른 환경 변화가 필요할 것입니다. 어쩌면 다시 새벽반으로 옮길지도 모릅니다. 그때는 또 그때의 상황에 맞춰 조정하면 됩니다. 7월부터 지금까지, 저는 여러 번 넘어졌고 여러 번 다시 일어났습니다. 재수강도 했고, 1단계로 내려가기도 했습니다. 완벽하게 계획대로 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멈추지는 않았습니다. 한 단계 더 나아갔고, 그리고 계속 나아갈 것입니다. 만약 정말로 10단계까지 모두 끝낸다면, 그간의 경험은 다른 어디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만한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이건 단순히 일본어 하나를 배우는 일이 아니라, 끝까지 해내는 사람이 되는 과정입니다. 오늘도 듀오링고를 켭니다. 내일도 회사 포커스룸에서 커피를 준비할 것입니다. 월요일 저녁에는 다시 학원에 갈 것입니다.
한 단계 더 나아갑니다. 그리고 계속 나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