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니라고 생각했어
오늘의 대화 :
어떤 사소한 일로 서운해진 내가
너에게 말했어
너는 내가 필요할 때
항상 내 곁에 있어줄 수 있는
사람인지 모르겠다고
나에게 너는
네게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만
사랑하는 사람처럼 느껴졌거든
그러니까
네가 피곤하고 졸려서 잠든 밤에
내가 아무리 너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도
너와 닿을 수는 없었고
그런게 가끔 서운하다고 생각했어
나는 무리가 되더라도
네가 원할 때 뭐라도 하고 싶거든
그럴 준비가 되어있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네가 그렇게 말했어
너는 내가 필요해서 만나고 있는거냐고
그 때 조금,
머리가 멍해지더라
너는 나를 필요로 하거나
서운해하는 일이 적어서
가끔은 그 자체가 어쩌면
나를 그만큼 좋아하지 않는다는 뜻인가 하고
생각 하기도 했었는데
어쩌면
네가 나에게 바라는 것이 그만큼 적다는게
너는 나를 있는 그대로 두고 보는 것이,
편하게 만들어지는 접점에서 함께하는 것이
그 자체로 충분히 좋다는 뜻은 아닐까
처음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어
내가 널 좋아한다는 이유로
사랑한다는 이유로
너를 필요로 하고
그 필요에 응해주지 못할 때
네게 서운함을 느끼는 건
오히려 정말
이기적이었던 걸까
나만 생각한 걸까
나 역시도 그동안
사랑이라는 이유로 나의 영역을 침범당하고
뭔가를 요구받는 것을
그렇게 싫어했으면서
네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밤에
곤히 자고 있는 너의 평안함을 생각하면서
네가 오늘 밤도 잘 있다는 사실을 고마워하며
이렇게 그리워할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뿌듯할 수도 있을 거야
어쩌면 그게 정말 너를 위하는 마음일거야
친구들이 너에 대해서 물으면
마이페이스인 사람
이라고 종종 대답하곤 했어
그런데 어쩌면
정말 마이페이스인건 나였나봐
좋아하는 사람을 자꾸 더 깊숙하게 끌어들이려는
이 중력을 어쩌지 못해서
그게 나에게도 두렵고 버거워서
어쩌면 한동안 나는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과 만나왔던걸까
이렇게 좋아하는 너를 만난 덕분에
또 한 가지를 생각하는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