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준 옷
너희집에 놀러갔다가 나오던 길에
날씨가 쌀쌀해졌으니 입고 가라며
네가 무심히 건네준 반코트
네 맘이 좋아서
왠지 너의 체취가 느껴지는 것 같은
옷을 입으니 좋아서
내게 조금 크긴 하지만
소매끝이 말리긴 하지만
제법 마음에 든다면서
한동안 그 옷을 잘 입고 다녔어
그런데 오랜만에
친한 친구를 만났는데
나보고 그런 이상한 옷을 어디서 샀냐는거야
네가 구제샵에서 샀다고 한게 생각나서
나도 그렇게 둘러댔는데
친구니까 솔직히 말한다며,
정말 이상하고 낡고 못생긴 옷이라면서
입지 말라고 하는거야
워낙 솔직하고
패션에 까다로운 친구이긴 하니까
나쁜 의도로 한 말은 아니란 걸 알아
그런데 그 순간 문득
우리 사이가 이 옷 같은 거면 어쩌나
덜컥 겁이나기 시작하는거야
다른 사람들 말은 중요하지 않은것도 알아
하지만 때때로 서운하게 하고
나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있고
무심해보이는 너를 보는 순간들이 떠올라
네가 나에게 주는 사랑이
내게는 달콤하고 크지만
이 옷처럼 그저 좋기만 하지만
사실 알고보면
볼품없고 이상한
어울리지 않는 옷 같으면 어떡해...?
나만 그걸 모르고 있는거면 어떡해...?
어쩌면,
옷이 문제가 아닐지도 모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