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작년 수능이 끝나고 얼마 되지 않아 남편 직장동료분의 딸이 갑자기 대학을 가게 되었다며, 갑작스러운 지출로 당황스러워하셨다고 하더라고요. 대학에 관심이 없지만 수능시험만 쳐보겠다던 딸이 갑자기 합격했다며 등록금을 내야 한다고 했다더라고요. 그래서 요즘 등록금이 얼마인지 물어봤더니 무려 600만 원이 넘는다고 하더라고요. 20년 전 제가 입학할 때 300만 원 후반에서 400만 원 정도였는데 저출산 시대에 아이들이 줄어들고 있다면서 등록금은 터무니없이 비싸지고 있더라고요. 20년 전에도 분명 고작 3개월 대학교를 다니는데 무슨 한 학기에 300~400만 원이나 하냐는 소리를 들었던 것 같은데 600이 넘는다니 놀랍더라고요. 중소기업을 다니는 사람이 1년 등록금에 용돈+생활비+자취비까지 하면 적어도 2천은 든다는 것인데 이게 가능한 싶더라고요.
한때 유행이던 욜로족 or 파이어족을 아시나요?
욜로는 You Only Live Once의 약자로, 직역하면 인생은 오직 한 번뿐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후회하지 말고 제대로 살자'라는 뜻으로 불확실한 미래보다 현재의 행복을 중시해 소비하는 태도를 말합니다.
파이어 '경제적 독립 (Financial Independence)'와 '조기 은퇴 (Retire Early)'를 합친 말로 40대 전후에 일찍 은퇴하고 안정적인 삶을 지향하는 삶의 태도를 말하는 것으로 대신 40전까지는 미친 듯이 저축이나 재테크를 통해 열심히 기반을 다져놓아야 합니다.
아마 이런 형태를 기반으로 딩크부부(Double Income No Kids)도 생겨난 것이 아닐까요?
아이들을 위해 살던 부모세대와는 달리 결혼은 하되 아이를 낳지 않고 맞벌이를 하며 둘만 행복하게 사는 딩크부부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물론 저희는 비자발적 딩크부부이지만, 결혼 14년인 지금 딩크부부로써 사는 삶이 만족스럽냐고 묻는다면, "네, 현제는 만족스럽습니다. 하지만 노후는 살짝 걱정이 됩니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자녀 한 명을 성인이 되기까지 키우는데 최소 몇억이 든다고 하그만큼의 여유자금이 확보되니까 딩크부부로써의 삶은 아무래도 시간적으로나 금전적으로 여유롭습니다. 많은 돈을 버는 직업이 아니더라도 둘이 먹고 살만큼만 벌면 무리 없이 살아갈 수 있습니다. 또 직업 선택도 비교적 여유롭습니다. 매달 들어가는 학원비, 생활비 등을 생각하다 보면 다니기 싫은 직장도 그만둘 수 없지만, 아무래도 그에 비해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으니 스트레스가 덜한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장점들이 있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스트레스는 받겠지만 아이들을 위해 열심히 일을 해야 하고 알뜰하게 아끼다 보면 딩크부부가 소비하는 것에 비해 수입이나 저축적인 부분은 아이가 있는 부부가 아닐까 싶어요. 아이가 있어 지출되는 부분도 있지만 그만큼 불필요한 소비는 줄이게 되니까요. 딩크부부는 아무래도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 보니 여행을 많이 간다거나 외식도 자주 하게 되니 수입에 비해 지출이 크게 됩니다. 물론 저축을 하지만 아이가 있는 부부보다는 절실함이 좀 더 덜 한 게 사실이니까요.
딩크부부는 처음부터 노후를 생각해야 합니다. 저는 30대에는 당연히 아이가 생길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난임병원을 다니고, 그 스트레스를 여행으로 풀며 지출이 꽤 큰 생활을 했습니다. 그때는 돈보다 아이가 생기는 게 우선이었기 때문에 일단 아이부터 만들자가 제 목표였거든요. 하지만 연속된 시험관 실패와 유산, 그리고 불쑥 찾아온 암 때문에 치료를 받느라 제 몸과 돈을 썼습니다. 그리고 40대가 된 지금은 깔끔하게 수술을 하고 지금부터는 돈을 모으는 것이 제 목표가 되었습니다.
참 신기하게도 불행과 행운은 같이 오더라고요. 암진단으로 우울했던 시절 생각지도 않은 암진단비와 친정엄마의 지원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원동력이 생겼습니다. 물론 내가 목표했던 임신과는 영원히 멀어졌지만 이제는 딩크부부로 살아가는 것을 받아들이면서 40대부터는 우리의 노후를 위해 차근차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정신을 차리고 저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드린 현재 40대 비자발적 딩크부부로 써의 만족도의 답처럼 현재는 만족스럽지만, 앞으로 남은 노후에 대한 걱정이 큰 단점이겠죠. 물론, 저희 친정엄마가 말한 것처럼 요즘 노인복지가 워낙 잘되어 있습니다. 저희 엄마의 경우에도 사회복지사가 방문해서 안부를 확인하거든요. 저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 부모님이 연세가 많다 보니 노후, 사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자식이 있다고 무조건 행복한 노후라 할 수는 없으나, 사이가 좋고 책임을 다하는 착한 자녀들이 있다는 전제하에 노부부 둘만 사는 삶보다는 자녀가 있는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쓸쓸한 노부부는 상대적으로 불쌍해 보일지도 모릅니다. 아무리 둘이 행복하게 살았다고 하더라도 언젠가는 늙고 병들기 마련이니까요. 서로가 서로를 케어할 수 없는 날이 오면 당연히 요양병원으로 들어가겠지만, 그 끝이 외롭고 슬프기는 할 테지요. 물론 자녀가 유무를 떠나 늙고 병듬은 당연히 슬픈 일입니다. 외동이 많아지는 요즘 같은 시대에는 자녀에게 부양의 의무를 기대하는 것도 힘들어지니 딩크인 사람이나 아닌 사람도 똑같은 결말이지 않을까 싶지만 아직 가보지 않은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존재합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겠지만, 막둥이로 태어난 저는 부모님의 생로병사를 일찌감치 지켜보았습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 병든다는 것, 죽는다는 것 이 모든 과정이 자연이 이치이자 모든 사람들이 겪을 과정입니다. 별다른 사고가 생기거나 질병에 걸리지 않는 한 우리 모두 한 곳을 향해 가는 것은 것이 삶이겠죠.
그 길에는 아이 유무보다는 내가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죽음을 맞이할 것 인가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가치, 품위를 지키며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웰 다잉(Well-dying)을 목표로 현재를 열심히 살아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