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입양했어요.

딩크 2명과 고양이 2마리가 함께 살아요.

by SomeDay

즐겨보는 프로그램의 출연자가 "아이 없이 10년 이상을 부부만 산다는 건 너무 힘들 것 같아요"라고 했다. 맞다. 즐거움을 주는 아이가 없이 단둘만 산다는 것은 꽤 지루한 일이기도 하다.


'다 때가 있다'라는 말이 있듯이 결혼을 하고 임신과 출산, 육아 등의 코스를 밟는다면 10년~20년이 훌쩍 지나가게 된다. 처음으로 맡게 된 부모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다 보면 어느덧 자녀는 성장해 성인이 되니까 말이다. 노인이 느끼는 삶의 속도와 어린아이가 느끼는 삶의 속도가 다르듯 아이가 있는 부부와 아이가 없는 부부의 삶의 속도도 매우 다르다.


친구들을 만나고 여러 이벤트가 있던 결혼 전과 달리 결혼 후에는 가족 중심의 삶이 되기 때문에 점차 친구들과 만나는 횟수가 줄어든다. 게다가 다들 임신과 출산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으니 공감대 형성이 어려운 나와는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학부모가 그렇게 바쁜 건가 싶을 만큼 아이들 중심으로 돌아가는 친구들과 나의 삶은 동떨어지기 시작한다.


매일 쳇바퀴 도는 단조로운 일상에서 점차 부부는 말을 잃어가게 되고, 각자의 취미생활을 하면서 저녁시간을 보내게 된다. 여유롭고 조용한 일상을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매일 너무 심심하다는 말이 나올 만큼 지루한 삶이다. 물론 매일 어떻게 즐겁고 신나는 일만 있겠냐만은 대화가 줄고, 웃을 일이 줄어든다는 것은 부부의 권태기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산책을 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하며 저녁시간을 보냈다. 별다른 일이 없다는 것은 너무 행복한 일이지만, 매우 무료한 일이기도 하다. 삶의 원동력이 없는 느낌이랄까..


그러던 어느 여름날 동네에서 길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했다는 글을 보고 고양이 한 마리를 입양했다. 벼르고 벼르던 일이었으나 집사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어릴 적 마당에서 개를 키워본 경험이 있는 나와 동물을 집에서 키우는 건 학대라 말하는 남편의 사투가 시작되었다. 우리 집에 온 솜뭉치 캣초등학생은 이곳저곳을 누비며 울어대고 물어댔다. 내가 움직일 때마다 발목을 물어서 성 할 날이 없었다. 입양 후 일주일간은 심각하게 괜히 데려왔다는 생각을 할 만큼 심각한 수준이었다.


각종 카페를 검색해 보며 고양이에 대해 알아가며 교육이 안된다는 고양이를 열심히 교육했다. 내 발목만 노리던 그 고양이는 다행히도 나를 너무 좋아하는 껌딱지였고, 결국 지금은 입질이 전혀 없다. 무엇보다 나의 힘든 병원 생활을 견디게 해 준 건 바로 우리 집 첫째 '가을이' 덕분이었다. 웃을 일이 없어지던 그때 가을이가 오면서 우리 집은 생기가 돌았고, 하루에 한두 번 하던 카톡은 매일 가을이 사진으로 도배되었다. 동물을 좋아하지 않던 남편은 내 집인데 불편하게 저녁만 되면 불을 꺼야 하고, 소리도 크게 못 내야 하냐며 처음에는 불평을 늘어놨지만, 가을이로 인해 내가 웃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열린 듯했다.

솜뭉치처럼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꺼져가던 우리 집의 불을 켜고 따뜻한 온기가 돌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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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진단을 받고 죽을까 봐 무서웠다기보다는 내가 살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더 슬펐다. 아직 40대 초반의 남편은 내가 없는 편이 오히려 새 출발을 하기에 좋지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픈 자식을 보는 게 더 힘들 친정엄마에게도 미안했고 나는 왜 매번 아파서 주변을 힘들게 하는 걸까라며 스스로를 자책했다. 가장 힘든 게 나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주변에게 민폐만 끼치는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힘들었다. 같은 병실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어린 자녀가 있어 매일 아침이면 자녀들의 등교를 챙기는 전화를 했는데 물론 너무 슬픈 상황이지만 나는 오히려 부럽기까지 했다. 힘을 내야 할 이유가 있으니까 말이다.


그 와중에 나를 힘내게 해 준 건 바로 '가을이'였다. 까탈스러운 암컷 코숏 고등어 가을이는 3년이 된 지금도 남편의 손길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만 보면 숨어버리는 초예민 고양이에 입맛도 어찌나 까탈스러운지 비위를 맞추는 게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만 졸졸 쫓아다니는 가을이는 내 말을 기가 막히게 잘 알아듣고 나만 의지하는 아이다. 그래서 적어도 이 아이가 살 때까지만이라도 나는 힘을 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수술이 끝난 다음날부터 빠른 퇴원을 위해 몇 시간이고 열심히 걸었다.


나를 필요로 하는 존재가 있다는 것은 나를 살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물론 남편도 내가 필요하겠지만, 성인인 남편보다는 말 못 하는 고양이 한 마리가 나를 의지한다는 것이 정말 큰 힘이 되었다. 아이가 있는 엄마들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니겠는가.


비자발적인 딩크인 나는 여전히 아이가 있는 사람이 부럽다. 한때는 그 부러움을 인정하지 않고 시기질투로 가득 차 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부러운 것을 인정하고, 현재의 내 상황도 인정하며 현재의 상황에서 나에게 기쁨이 되어주는 존재에게 감사하며 살아가야 한다. 언젠가 다가올 우리의 이별에도 초연 해지기 위해 아낌없는 사랑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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