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J 여자와 ESTP 남자인 우리 부부는 T인 거 말고는 하나도 맞는 게 없다. 그런 부부가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온전히 남편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같은 자전거를 사서 탄 적이 한차례 있었으나 운동에는 소질이 전혀 없는 여자가 자전거를 타다가 다치는 바람에 접은 상태였다. 겨우 직진만 하는 여자에게 남편은 MTB 자전거를 추천했는데 바구니 달린 자전거를 타고 싶던 여자는 빠른 속력을 이기지 못하고 턴을 하다가 넘어진 후 자전거를 한동안 멀리했었다.
그 후로 몇 년간 타지 않던 자전거를 용기 내 새롭게 장만했다.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MTB 자전거는 타지 않겠다던 여자였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삼천리 전기자전거였다. MTB를 타는 남편과 얼추 속도를 맞춰 탈 수 있었다. 퇴근 후 몇 번의 밤마실을 다닌 후 꽤 잘 따라오는 여자를 보며 남편은 좀 더 빨리, 좀 더 멀리 가기를 권했고 결국 공사 중이던 턱에 걸려 넘어져 한밤중에 엠블란스를 타게 되었다. 얼굴과 무릎에 타박상과 갈비뼈에 금이 간 여자는 그 후 다시는 자전거를 타지 않게 되었다.
문제는 속도의 차이였다. 여자는 같은 코스로 반복하는 연습이 하고 싶었고, 남편은 여자의 실력을 간과하고 좀 더 속도를 높여보자, 더 색다른 코스로 가보자며 여자를 부추겼다. 사고가 난 그날도 꽤 멀리 가서 그대로 돌아오기만 하면 되었는데 남편이 마음을 바꿔 다른 코스로 돌아오자고 하다가 결국 사달이 나고 말았다.
앞서가던 남자는 방지턱에 놀라 뒤를 돌아 '조심해'라고 외쳤지만 여자는 영문을 모르고 따라가다가 결국 작은 방지턱에 걸려 넘어졌다. 헬멧을 쓰지 않았더라면 이가 부러졌을지도 모른다. 고작 5cm도 되지 않는 작은 방지턱이었지만, 그때 여자는 알았다. 우리는 같은 취미를 가질 수 없음을..
INTJ 여자는 자전거를 타며 생각했다. '이거 내가 왜 타고 있는 거야?' 질문과 생각이 많은 여자는 자전거를 타면서도 온전히 자전거를 즐기지 못했다. ESTP 남자는 '자전거는 그냥 타면 되지 무슨 생각을 하냐 그냥 열심히 타! 속도를 좀 더 올려보자!'라고 했다. 여자는 풍경을 보며 천천히 둘러보며 자전거를 타고 싶지 속도를 높이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생각의 차이가 이렇게 큰 두 사람이 같은 취미를 즐기는 것은 애초에 어불성설이었다.
INTJ 여자는 평소 책이나 영화를 보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 등 손을 움직이는 취미를 좋아한다. 카페에 앉아 조용히 사색을 즐기거나 가벼운 산책을 하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ESTP 남자는 밖에 나가 몸을 움직이는 것이 좋았다. 헬스를 하는 것도 운동장 트랙을 도는 것도 그에게는 답답한 일이었다. 스피드를 즐기거나 좀 더 흥분되는 일이 좋았다. 이렇게 극명하게 취향이 나뉘는 두 사람이 자전거를 함께 탄 것부터가 문제였다.
자전거를 타기 전에는 함께 PC게임을 했는데, 심심풀이로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INTJ 여자와 달리 ESTP 남편은 철저하게 계획을 세워 꼭 랭킹에 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남자였다. 계획형이 아닌 남자였지만, 이런 부분에서는 승부욕을 세우며 철저한 계획형이 되었다. '게임은 그냥 할 때 즐거우면 되는 거 아냐?' 몇 시간 즐기는 게임을 하루 종일 연구하듯 하는 그 남자를 여자는 이해할 수 없었다.
아이가 없는 저녁시간을 어떻게 잘 보낼 수 있을지 생각하던 우리는 같은 취미를 가지려 몇 번이고 노력했지만, 결국 답을 얻지 못하고 이제는 저녁을 먹고 다과를 마시며 티브이를 보다가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저녁을 보낸다. 가끔 보고 싶은 영화가 있으면 함께 보지만 영화 취향도 다른 둘은 각자보고 싶은 영화는 각자 본다. INTJ 여자는 혼자 영화를 보고 혼밥을 하고, 혼자 카페에 가서 책을 보며 힐링을 한다. 뭐든 같이해야 하는 ESTP 남자도 이제는 실내 자전거를 사서 집에서 혼자 자전거를 타거나 컴퓨터를 하는 등 자신만의 시간을 즐긴다.
결혼 초 뭐든 함께 해야 된다고 생각했던 남자와 여자는 보고 싶지 않은 영화를 2시간을 참아가며 봤었고, 개인의 시간은 1도 없이 잠들 때까지 계속 함께였다. 더군다나 사내커플이었던 둘은 개인 시간이 1도 없는 결혼생활을 했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맞지 않는 그들이 부부가 되며 하나씩 배려하며 조율해 10년 이상을 살았지만, 근본적인 특성은 절대 달라지지 않았다. 수건을 접는 것부터 뭐든 제자리에 둬야 하는 INTJ 여자와 그딴 거 모르겠다는 ESTP 남자의 아슬아슬한 결혼생활은 여전히 그대로지만 이제는 가장 하면 안 되는 것은 하지 않기, 그리고 무조건 사과는 잘하기를 실천하며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맞는 게 하나도 없는 INTJ 여자와 ESTP 남자가 어떻게 14년을 살았냐면 나는 무조건 1순위는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다. 사랑 없이 조건을 보고 결혼했다면 내 성격에 10년을 넘길 수 없었다. 연애를 해도 1년을 못 넘기던 내가 무려 4년을 연애한 사람인만큼 그 확신은 변하지 않았다. 물론 그것은 상대방의 한결같은 마음 덕분이다. 내가 어떤 모습이던 어떤 상황이던 한결같은 마음으로 배려를 해준다. 당연히 자전거 사고처럼 고집을 부리는 부분이 있지만 잘못한 부분은 꼭 사과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된다. 토크콘서트로 유명한 방송인 김창옥 씨가 말하길 남자가 진짜 사랑하는지 알 수 있을 때는 아무런 잘못이 없어도 사과할 줄 알 때라고 했다.
내 남자가 그렇다. 처음에는 그도 다른 남자들처럼 자존심 때문에 절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못하던 그 남자에게 나는 조건을 걸었다.
"그냥 내가 미안하다고 해라고 하면 그냥 사과를 해줘. 그럼 더 이상 따지지 않고 화도 내지 않고 용서할게. 그렇게만 해줘"
자존심이 쌘 그는 나에게 자존심을 세워서 뭐 하겠냐며 지금은 누구보다 사과를 잘하는 사람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자존심이 없는 것처럼 보여도 그건 절대 자존심을 버린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현명한 사람이라는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