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짐이 되기도 했었죠 많은 기대와 실망 때문에
늘 곁에 있으니 늘 벗어나고도 싶고
어떡해야 내가 부모님의 맘에 들 수가 있을지 모르고
사랑하는 나의 마음들을 그냥 말하고 싶지만 어색하기만 하죠
이승환 - 가족
'자식이 그 정도 하는 건 당연하지.'라고 말하던 엄마였다. 그것도 안 하는 자식이 어디 있냐던 우리 엄마는 지금은 작은 일에도 나에게 고맙다고 표현해 준다.
어린 시절 사촌들이 "너 다리밑에서 주워왔어" "너희 엄마 도망갔어."라는 농담에 눈물을 흘렸었다.
나이가 많은 부모님은 내가 봐도 이상했고, 매일 싸우는 부모님의 사이에서 난 늘 주눅 들 수밖에 없었다.
술을 좋아하는 아빠와 엄마는 싸우는 일이 많았고, 엄마는 늘 힘들어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자라서인지 엄마에게는 늘 측은지심이 있었다. 나라도 속상한 일을 만들면 안 되겠구나 싶었고 이러다 정말 엄마가 도망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자주 집을 비웠던 아빠 때문에 엄마는 집착이 심했다. 나는 해만지면 집에 들어가야 했고, 친구를 만나는 일도 자유롭지 않았다. 가족과 함께를 강조했던 엄마의 집착은 모두 나에게로 쏠렸다.
일찍 결혼을 해 해방된 언니는 '너도 빨리 결혼해'라며 나를 자극했다. 반대하는 결혼을 해 힘든 결혼생활을 하던 언니를 보며 속상해하던 엄마는 '너는 오지랖 많은 사람보다 가정적인 사람을 만나'라며 주입식 교육을 일찌감치 시키셨고 덕분에 나는 그런 사람을 결혼 상대로 골랐다. 물론 지금은 술을 마시지만 누구보다 가정적인 사람이기에 엄마는 늘 사위가 마음 쏙 든다고 하신다.
지나고 보면 엄마의 말이 전적으로 옳았다. 하지 말라는 건 다 이유가 있었다. 엄마의 말대로 살아온 나는 결혼 후 멘붕이 왔다. 더 이상 엄마의 말이 전적으로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엄마의 꼭두각시였다. 엄마는 날 의지했다. 착한 딸 콤플렉스로 살아온 나는 언니가 있어도 도맡아 하는 일이 많았다.
부모님도 그런 내가 편했기 때문에 점점 당연히 나의 몫이 되었다. 불만은 딱히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고 적대감이 있던 언니보다 내가 더 착한 딸이라고 스스로 으쓱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아버지가 아프고 큰 결정을 할 때면 모든 권한은 언니에게도 돌아갔다. 결정을 하는 일도 선택을 하는 일도 나의 의견은 묵살되었다. 그래도 장녀의 말이 옳다고 생각하셨다. 여전히 난 우리 집에서 어린 막내딸이었다. 나는 언니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는 말을 했을대 전혀 납득이 가질 않았다. 노력이라고는 하지 않고 회피만 한다고 생각했다. 부모님이 미웠다. 귀찮고 힘든 일은 내가 하는데 결정은 장녀의 몫이었다.
우리 가족의 불협화음은 대단했다. 지나고 보니 드는 생각은 부모에 대한 부양을 강요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물론 가족이 힘을 합쳐 서로 힘든 부분을 나누는 것이 모양새도 좋고 심적으로도 덜 힘들겠지만 사람은 누구나 이기적이다. 자신이 편한 방향을 선택한다. 가족이라고 해도 생각은 전혀 다르다. 나는 나만 옳다 생각했고 나와 다른 생각은 틀렸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 생각이 완전히 바뀐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나와 정반대의 삶을 살아온 남편은 나의 특별한 조언자이다. 옳고 그름만을 따지는 융통성이 없는 나에게 늘 다른 시각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나와 정반대의 생각을 가감 없이 말하는 남편은 누구보다 나를 위해 진심으로 조언을 해준다. 물론 우리는 서로 아주 치열하게 언쟁을 하며 대화를 이어가는 편이다. 결국 어떤 것도 정답은 없다. 누가 옳고 그르다고 말할 수 없다. 그냥 각자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것이 최선이다.
남편은 늘 내게 말한다. '떠넘기거나 모른 척이 더 힘들다면 그냥 기분 좋게 하는 게 어떻겠냐고'
얄밉지만 남편의 말이 전적으로 맞다. 누군가를 바꿀 수 없다면 후회하지 않을 만큼 나는 내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이다. 누구한테 보여주려고 하는 것도 아니니까. 효도는 셀프다.
아빠를 케어하는 동안 처음과 달리 나중에는 몸도 마음도 지쳐갔기 때문에 아빠가 돌아가시고 후회로 남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이제는 거절할 부분은 확실하게 거절하고 할 수 있는 부분은 기쁘게 해드리려고 한다. 이제 착한 딸 코스프레는 그만하고 스스로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나를 위해 살아가기로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