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엄마의 전화

엄마와 딸

by Some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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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돌아가시고 엄마는 무릎관절 수술을 하셨는데 꽤 오랜 시간 병원에 있으면서 퇴원을 하지 않으려고 하셨다. 이제 퇴원을 해도 된다는 병원의 통보에도 혼자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게 무섭다고 하셨다.

아빠가 돌아가시는 걸 누구보다 담담하게 받아들이시는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그래서 이사를 권유했다. 언니나 내가 사는 곳 근처로 오시면 훨씬 편하지 않겠냐고 말씀드렸더니 결국 이사는 하지 않겠다고 하셨다. 한동네에서 몇십 년을 사셨기 때문에 친구들도 있고 아파트 주민들도 다 아는 사이라 그곳이 편하다고 하셨다.


딸들은 어이가 없었다. 혼자 있어서 무섭다고 하는 사람이 딸들이 있는 곳은 싫다고 하니 정말 피곤하게 만드는 엄마였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엄마는 감정기복이 심했다. 갑자기 울면서 전화하는 날도 있었고, 갑자기 화를 내는 날도 있었다. 갑작스러운 엄마의 전화는 우리를 숨 막히게 했다.

다른 집 엄마들은 아파도 안 아프다며 거짓말을 하는데 우리 엄마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딸들을 곤란하게 하느냐며 자식들을 걱정시키는 엄마라며 비난했다.


아직 엄마의 나이를 살아보지 못한 우리는 아무리 요즘 100세 시대라고 해도 그 정도의 나이가 되었으면 죽음에 대해 초연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엄마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엄마는 자신보다 더 나이 많은 경로당 친구분들도 죽음이 두렵다고 했다. 자식들에게는 이렇게 오래 살아서 뭐 하냐고 말하면서도 아프지 않기 위해 기를 쓰고 좋은 음식을 챙겨 먹고 운동을 한다고 했다.


나는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죽음이 뭘까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암이 걸린 환자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지 직접 보았다. 처음에는 부정이라는 감정이 들었고, 다음에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고, 그다음은 초연해지는 듯 보였으나 결국 포기에 가까웠다. 죽음이 두렵지 않은 사람은 없다.

죽음 앞에서 초연한 사람도 없다. 그것은 나이가 젊든 늙든 마찬가지이다. 죽고 싶지 않다며 자식 앞에서 눈물을 흘리던 아빠의 모습을 잊지 못한다. 자신이 머물 곳조차 선택의 권한이 없던 그 나약함과 초라함을 나는 보았다.


오늘도 엄마는 하루 한번 나에게 전화를 한다. 귀찮던 그 전화가 이제 울리지 않으면 오히려 걱정돼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다행히 엄마의 밝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냥 전화했어."란 나의 말에 엄마는 웃으며 "나 잘 있어 걱정 마"라고 대답해 준다. 감사하다. 오늘도 무사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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