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보다는 소수가 좋아

좀 까칠합니다.

by SomeDay

내향인이라고 해서 말수가 적은 것은 아니다. 대부분 첫 만남에서는 분위기 파악하느라 입을 떼지 않을 때가 많아서 말수가 없다고 생각이 들지 모른다. 그러나 친한 사람이 있거나 컨디션이 좋다면 수다쟁이가 될지도 모른다. 내향인은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기가 빨리는 편이다. 어느 날 서울에 친구를 만나러 갔던 날 나는 지옥철을 경험했다. 퇴근시간에 몰려나온 사람들로 가득하던 지하철은 더 이상 탈 수 없을 것 같았다. "더 못 탈 거 같은데"라는 나의 말에 친구가 "다 타게 되어있어"라며 찡끗 웃었다. 그야말로 휩쓸리는 상황이었다. 압사당한다는 느낌이 이런 건가 싶을 정도로 다닥다닥 붙어 점점 우리는 떠밀려 가고 있었다. 타기는 했지만 원하는 역에 내릴 수 없겠다 싶었는데 "그것도 다 내리게 되어있어"라는 친구의 말처럼 우리는 어느덧 인파에 떠밀려 원하는 목적지에 내려있었다.


예측불가의 상황과 기 빨리는 상황을 기피하는 극내향인 나는 지금도 단체생활이 힘들다.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한 회사는 다행히 남자들이 많은 회사라 그런지 단체생활의 느낌이 별로 없었다. 맡은 일만 잘 해내면 노터치인 곳에 개인플레이를 하는 느낌이어서 오히려 편했다. 그런 내가 아줌마들이 가득한 요양보호사학원을 들어가면서 다시 한번 단체생활이라는 것을 하고 있다. 오랜만에 경험하는 단체생활이라 재미있기도 하지만 역시나 힘들기도 하다. 2주가 지나 조금 친해진 어머니들이 이제는 여러 가지 피곤한 일을 만들기 때문이다. 엄연히 돈을 내고 간 학원에서 다시 또 돈을 모아 간식을 산다던가 스승의 날을 기념하자거나 회식얘기를 꺼낸다. 6주 과정이 끝날 학원인데

친목도모를 하고 있으니 답답했다. 내가 이런 생각을 꺼내면 아마 정이 없다고 표현할지 모른다. 하지만 본인이 생각하기에 정이지 내가 보기엔 오지랖이다. 먹기 싫은 것도 굳이 들이밀면서 강요를 한다거나 하기 싫은 산책을 강요당하기도 한다. "그렇게 밥 먹고 누워있으면 안 돼"라면서 시어머니한테나 들어볼 법한 잔소리를 요즘 듣고 있다.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강요하는 아줌마 틈에서 나는 요즘 몹시 기가 빨리는 중이다.







어렸을 때부터 친구를 1:1로 사귀는 편이었던 나는 몇 년 사이 가장 오래된 절친을 잃었다. 어쩌면 예견된 일인지도 모른다. 결혼을 하고 서로의 상황이 바뀌면서 우리 둘은 점점 어딘가 모르게 달라지고 있었다. 내향인인 우리 둘은 막상 할 말은 속에 꽁꽁 감춰둔 채 서로에 대한 불만이 쌓였을지 모른다. 나는 무엇보다 오래 본 사이를 신뢰하는 편이다. 쉽게 마음을 여는 편이 아니다 보니 사귄 기간과 신뢰는 비례하는 편이다. 15년 가까이 알아온 친구의 부재는 참으로 슬펐다. 결혼 후에도 한 달에 한번 이상 꼭 보던 사이였는데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한참을 생각하고 생각했다. 그전에도 6개월 정도 멀어진 기간이 있었지만 결국 누군가의 연락으로 우리 사이는 다시 아무렇지 않게 다시 봉합되었다. 그런데 이제는 둘 다 먼저 손을 내밀지 않았다. 코로나라는 시기와 맞물리면서 점점 우리는 멀어져 갔다. 지진이 심하게 났던 날 가장 먼저 연락을 했던 친구였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장례식장도 가장 먼저 달려온 친구였다. 하지만 우리는 암묵적으로 우리가 다시 연락을 한다고 해도 우리가 다시 같은 일이 반복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 잠정 휴업 중이다. 몇십 년이 지나 문득 생각이나 다시 연락을 했을 때 또 아무렇지 않게 잘 지냈냐고 안부를 전하고 다시 만나 수다를 떨지도 모른다. 단순히 생각하면 지금은 둘 다 상황이 아니라는 뜻이니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외향인들이 보기에 그렇게 불만이 있으면 진작에 말하지 그랬냐고 할지 모른다. 일명 쿨한 성격을 가진 외향인들은 나는 뒤끝이 없으니 무슨 말이 든 해도 되라고 하지만 막상 진짜 불만을 말했을 때 적극적으로 수긍하고 인정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건 외향인이나 내향인이나 마찬가지이다. 누군가 나에 대한 불만이나 지적을 했을 때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나도 친한 친구들에게 솔직한 마음을 전달했다가 떠나보낸 적이 많았다. 정말 친해서 이런 부분은 섭섭하니 앞으로 신경 써주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결국 친구는 그 후 연락이 없었다. 오히려 반박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 말을 수용했다고 이해했었다. 그러나 평소에 말이 없던 내가 너무 진지하게 꺼낸 말이 그 친구에게는 상처로 다가오게 느껴졌을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참 요령이 없이 말한 나도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수록 가장 부러운 사람이 기분 나쁜 말을 기분이 나쁘지 않게 팩트만을 잘 전달하는 사람이다. 이건 내공이 꽤나 많이 쌓여야 가능한 일이라 앞으로 가능할지 모르겠다. 나이가 들수록 말수는 줄이고 경청을 많이 해야 하며, 필요한 말만을 조리 있게 말하는 대화법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참 어렵다.

할말은 많지만 하지못하고 눈치를 보며 끙끙앓는 나는 여전히 나는 속이 좁은 어린아이다. 대신 이렇게 글을 쓰면서 나의 생각을 정리하면서 반성하고 깨달으면서 다시한번 다짐한다. 다음에 만나면 꼭 얘기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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