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와 좀 다릅니다.

좀 까칠합니다.

by SomeDay

어쩌면 나는 결혼이란 제도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어느 날 대학동기인 친구와 술 한잔을 하고 있었다.

"나는 네가 결혼생활을 잘하고 있는 게 참 신기해"라는 말을 불쑥 던졌다.

그렇다. 나는 꽤 자유분방한 타입이었고, 구속을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12년 학교생활에서 개근을 해본 적이 없으며, 야자는 땡땡이를 치기 일쑤였다. 틀에 박힌 감옥 같은 생활이 너무 싫었던 나는 그렇다고 잘 나가는 부류의 아이도 아니었고 겉으로 보기에는 아주 평범한 모범생 같은 모습이었으나 키 작은 순한 모습과는 달리 꽤나 까칠해 불량하던 아이들도 말을 쉽게 걸기 힘든 타입이었다. 그런 나에게 대학생활은 나에게 꿈의 무대였다. 엄마아빠의 감시도 없고 지각을 하던 출석을 하지 않던 간섭하는 사람이 없었다. 물론 책임감이 뒤따랐지만 출석률만 채우면 되기에 중간중간 농땡이도 치면서 대학생활에 금방 적응해 나갔다.


이런 나와 결혼한 남자는 절대적인 반대의 타입이다. 성실함 빼면 시체인 그는 12년 개근을 하고 살았으며, 평생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지 않고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기 앞가림을 잘해온 사람이다. 그런 그와 내가 같이 산다는 건 참 이상한 일이었다. 남자친구이던 시절 남편의 친구들을 만나러 간 날이었다. 첫 느낌은 공부 잘하는 그냥 순한 사람들이었다. 어릴 때 제대로 놀아본 적 없는 모범생들이라고 했다. 반대로 결혼을 앞두고 결혼식에 온 내 친구들을 보고 남편 친구들은 친구들이 쌔보인다며 뒤풀이도 거절했다. 평균 165 이상의 키를 가진 내 친구들은 웨딩드레스를 입은 나보다 더 휘황찬란한 색상에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성격도 꽤 쌘 편이라 내 친구들도 뒤풀이는 거절했기에 결혼식이 끝나고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고작 155인 나와 165 이상의 친구들의 조합도 참 이상하고 오묘했다. 여자들의 친구들은 같이 다니다 보면 대부분 외모가 비슷해진다고 하는데 나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흥, 입 다물고 있어서 그렇지 성격은 쟤가 제일 쌔거든"이라며 늘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래서 나는 외모를 보고 먼저 다가오는 사람을 경계한다. 순해 보이는 인상이기 때문에 꽤 편하게 다가오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외모와는 정반대의 성격을 가졌기 때문에 일단 경계를 하는 편이다. 물론 나이가 들어보니 외모만으로도 호감이 간다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호감 가는 성격과 말투를 가지고자 노력하기도 하지만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나의 속마음을 숨기는 게 여전히 어렵다. 하지만 나도 겉보기와 다르게 속에 인정이라는 게 많은 사람이다. 누구보다 남편을 위해 열심히 밥을 하고, 반려묘 앞에서는 남편도 본 적 없는 애교를 부리니 말이다.


나는 사람은 사계절을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래 지켜봐야 진짜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마음을 쉽게 열지 않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과 관계가 어느 일정 선을 넘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들이 많았다.

요즘 그나마 위안에 되는 것은 주변에 화려한 인맥과 친구를 가진 사람들도 모두 외롭다는 것이다. 남편이 있고 없고를 떠나 인간은 모두가 외로운 존재이다. 양희은 씨가 말하기를 '30대 초반에 암이라는 것을 겪으면서 얼기설기 엮여 있는 인간관계가 다 부질없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어차피 인생은 나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가장 가까운 한두 사람을 붙잡고 가는 일이라고 했다.' 나 또한 오랜 난임기간으로 인해 여러 인간관계가 정리되고 지금은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인 나의 남편과 벌써 11년째 생활 중이다.


미성숙한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너무나 창피한 일들이 많았다. 물론 여전히 나는 미성숙한 인간이지만, 내가 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는 그래도 나 스스로한테는 떳떳한 성숙한 인간이 되고자 오늘도 노력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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