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안 하고 싶으면 안 해도 돼. 괜찮아. - 1

좀 까칠합니다.

by SomeDay


확신의 J형인 나는 하루에 뭘 해야 할지 아침에 일어나 머릿속에 순서를 정한다. 오늘의 할 일은 무엇인지를 정하고 그날 꼭 그 일을 해내고 만다. 그러다 보니 P형인 신랑은 늘 주말이 곤욕이다.


주말 아침에 눈을 뜨면 우리의 숨 막히는 대화가 시작된다.

J : "오늘 뭐 할 거야?"

P : "꼭 뭘 해야 해? 쉬는 날인데 그냥 있으면 안 돼?"

J : "그럼 주말인데 아무것도 안 할 거야?"

P : "뭐가 하고 싶은데"

J : "됐어. 그럼 자기 혼자 집에 있어 나는 카페도 가고 마트도 가고 할 거야"

P : "그럼 같이 가"

J : "됐어.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며 나 혼자 갈 거야"

P : "내가 언제. 같이 해야지 같이 가"


나도 알고 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쉬고 싶다는 남편의 마음을 하지만 나는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쉰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밥은 제때 먹어야 하고 나가지 않아도 청소는 해야지'라며 나의 주장을 펼친다. 주말도 평소처럼 제때 삼시 세 끼를 꼬박 차려먹고는 '나처럼 주말인데 쉬지 않고 삼시 세 끼를 꼬박꼬박 맛있게 차려주는 현모양처가 어딨어, 복 받은 거지'라며 주장을 펼친다.


물론 나도 컨디션이 안 좋을 때는 하루종일 잠만 자고 무기력하게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될 수 있으면 움직이고 그날그날 내가 정해놓은 해야 할 일을 끝내야 마음이 홀가분하다. 이렇게 부지런한 나도 대외적으로는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산 기간이 10년이 다되어간다. 처음부터 내향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친구들도 만나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술자리를 하는 게 나름의 낙으로 살아왔는데 결혼을 하고 모든 게 바뀌었다. 만나는 사람은 줄어들고 난임으로 고민을 하다 보니 친구들과 거리를 두게 되었다.


친구들 사이에서 결혼 스타트를 끊었던 내 주변에도 점점 결혼하는 친구들과 지인들이 늘어가면서 나는 조급해졌고 언제 아이를 가질 거냐는 물음에 날카롭게 대답하게 되었다. 점점 못나지는 자격지심에 가족과 가장 친한 친구 외에는 만나지 않고 칩거 아닌 칩거를 해나갔다. 마음은 편했다. 누가 임신했다는 소리만 들어도 쿵쾅쿵쾅 떨리던 마음이 자극이 없으니 평화로웠다. 내 마음만 잘 다스리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병원을 다니고 실패를 하고 유산을 겪으면서 나는 더 피폐해졌고 주변의 상황까지 안 좋아져 스트레스는 최고조를 달렸다. 평온하게 유지하던 마음이 요동을 치기 시작했고 술 한잔 기울이다 보면 남 편고 극으로 치달으면서 싸움이 일어났다. 이혼이라는 말이 쉽게도 나왔다.


가족과도 떨어져 혼자 고독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어느덧 그런 시기가 지나고 결국 나의 상황을 인정하게 되면서 암흑 속에서 다시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보니 아무것도 남지 않아 있었다. 그 많던 친구들도 지인도 모두 떠나갔다. 이제는 전화번호에 엄마와 남편, 시어머니 외에는 연락할 사람조차 없는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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