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뒤 절망

롤러코스터 인생

by SomeDay

어린 시절 언니를 따라 교회를 다녔던 그 시절에는 부모님이 싸우면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면서 두 손 모아 기도를 했었다. '제발 내일은 아무 일 없게 눈을 뜨게 해 달라고'

하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믿지않는다. 과연 신이란게 있기는 한걸까?


불행은 항상 한꺼번에 몰려와 정신을 못 차리게끔 한다고 했던가. 나의 결혼 생활의 반을 괴롭혀온 난임보다 죽음의 두려움에 떨게 했던 제자리암종 정기점진 결과를 들으러 간 날 결국 듣고야 말았다.

"다시 재발했습니다. 이제는 자궁 적출밖에 답이 없습니다."

이미 3번의 원추절제술을 했기 때문에 그다음은 자궁 적출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행히도 5~6년 동안 변형 없이 잘 견뎌왔는데 이제는 올 것이 왔구나.


갑작스러운 난소암 수술을 한지 겨우 3개월이었는데 불행뒤 절망이 찾아오다니 내 인생도 참 스펙터클하다.


난소암은 11cm로 다행히 절제만 하고 한쪽 난소는 살릴 수 있었으니 불행 중 다행이다 생각했는데 이제는 자궁적출이라니 난임으로 그간 고생한 나의 13년 결혼생활은 이제야 결론이 나고야 말았다.


스스로 인정하는 것도 포기하는 것도 힘들어 미적미적 시간을 끌어오던 그 수많은 날들이 이제야 종지부를 찍는 느낌이랄까? 눈물보다는 안도의 한숨이었을까.. 내 인생이 그렇게 재수가 없지는 않을 것이라 스스로 자위했던 나날들이었는데 이제는 정말 끝이구나 싶어 눈물보다는 이제는 진짜 인정을 할 때가 와버렸다.


'내 인생에 아이는 없구나'

이것을 인정하는데 무려 나의 30대를 전부 써버렸다.


다시 생각하면 아주 심플한 일인데 나는 참 심플하지 못했다. 여러 번의 시술과 노력으로도 갖지 못했으니 이제 방법이 없구나 생각했으면 될 일을 10년을 넘게 끌었으니 이제 더는 안되는구나 이제는 정말 인정해야 한다며 스스로를 다독여야 했다.


교수님 면담을 끝내고 나와 간호사는 로봇수술을 할지 복강경 수술을 할지 빨리 결정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멍한 상태에서 눈물도 한 방울 흘리지 못하고 나는 일단 로봇수술 상담을 받으러 이동했고 비싼 수술이구나 하며 그렇게 나왔다. 수술비에 대한 걱정, 또다시 수술대에 누워야 한다는 두려움보다 당장 뭘 선택해야 하는지 잠시의 시간도 주지 않는 간호사의 독촉에 잠깐만 나갔다 오겠다며 자리를 비우고 화장실에 가서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재수 없는 내 인생에 대한 슬픔 or 분노? 아니면 이제는 물리적으로 더 이상 아이를 못 가진다는 슬픔?

눈물의 의미도 모르는 채 울고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의 상황과 수술종류, 날짜에 대해 얘기를 했다.

담담한 남편의 목소리도 전화기 너머 떨리는 듯했다. 그날 그 자리에서 나는 오락가락하는 마음을 다잡고 복강경 수술을 하기로 하고 가장 빠른 한 달 뒤로 수술 날짜를 정하고 돌아왔다.



P.S

난임도 그렇듯 암도 정말 아무 이유 없이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이다. 누구에게나 잠재되어 있는 바이러스들이 스트레스나 면역력 저하가 발생하면서 암이 변형되며 나타나는 것일 뿐이다. 뭘 안다는 듯이 몸관리를 평소에 안 해서 그렇다니 운동을 안 해서 그렇다니 문란해서 그렇다니 헛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 세상에 비만인 사람만 암이 걸리는 것도 아니고 술담배 1도 안 해도 암에 걸려 죽는다.

누군가의 슬픔에 뭐라도 된 듯이 오지랖 좀 부리지 마라. 너의 가장 가까운 사람, 혹은 본인도 언제든 암환자가 될 수 있으니 입조심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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