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인생
얼마 전 남편 부서에 권고사직을 당한 사람이 있었다. 평소 근무태도가 좋지 않았던 사람이었기에 회사 내에서도 말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무단으로 자리를 비우는 일이 많았던 사람으로 그걸 우연히 본 다른 부서 사람이 상사에게 이를 알리면서 이제는 더 봐주기 힘들다며 사직 권유를 받았다고 한다. 물론, 평소 근무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기에 자업자득이었지만, 아이 둘을 둔 가장이 나는 안타까웠다. 그렇게 자진퇴사가 결정되고, 송별회를 하는데 상사에게 이 사람을 고발한 사람들도 함께 했다기에 나는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앞뒤가 다른 사람이 많기야 하다지만, 퇴사를 누구보다 좋아했던 그 사람들이 웃으며 송별회에 참석한다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업자득을 나 또한 믿는다. 그러나 누구나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남이 잘못되기를 바라는 못된 심보는 결국 자신에게 자업자득이 될지 모른다.
내가 처음 자궁경부암을 알게 된 것은 한참 난임으로 힘들어하던 그때, 아버지가 담도암 판정을 받고 병원을 들락날락할 때였다. 아버지는 처음 간경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하러 들어갔다가 마취를 하자마자 심장이 멈추는 일이 발생하면서 결국 수술을 포기하고 나온 일이 있었다. 그 후 다른 병원을 여러 군데 다니다가 간경화가 아닌 결국 담도암이라는 결과를 받았고, 마취가 불가능해 수술이 안되어 초기임에도 결국 수술을 할 수 없었다. 그 사이 상태는 악화되었고, 몇 번이나 쓰러지는 일들이 발생하며 결국 요양병원에 입원한 지 6개월 만에 돌아가셨다. 백수인 나말고는 간병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병원을 함께 다니며 경과를 봐야 했고, 몇 번의 죽음의 위기를 함께 견뎌야 했다. 게다가 아버지의 향후 거취의 문제로 가족들 간의 의견충돌이 생기며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매일을 술로 보냈다.
그 사이 드디어 우리 부부의 첫 아파트에 입주를 했지만, 나는 하나도 즐겁지 않았다. 매일 새벽잠에서 깨어나 멍하니 아파트 앞 교회 십자가를 보며 눈물을 흘렸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버지는 퇴원을 하셨고 우리 집 집들이에 와서 집이 너무 좋다며 기뻐하셨다.
매일매일 아버지가 언제 돌아가실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엄마와의 불화로 눈물바람을 하던 나는 남편에게 "나 정말 이러다 암 걸려 죽을 것 같아"라는 말을 몇번이고 했었다. 그러고 얼마지나지 않아 진짜 나는 암환자가 되었다. '말이 씨가 된다'라는 말처럼 진짜 말이 씨가 되었다. 그후 나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만큼 힘들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야했고, 아버지를 잃었다.
쉽게 내뱉었던 내말이 진짜가 되었을때 나는 부모님을 원망했다. 안그래도 힘든 나한테 모든 것을 맡긴 가족들이 밉기만 했다. 암판정을 받고는 아버지를 볼 자신이 없어 한동안은 병원에도 가지않았다. 그러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이틀전 병원에 들렀더니 엄마한테 내 상태를 전해듣고 미안하다고 말하는듯 나를 아무말없이 지그시 바라보던 아버지의 눈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끝까지 잘하지 못했던 나의 후회는 평생 씻을 수 없는 죄책감이 될 것 이다.
오랜 난임, 두번의 암판정과 수술을 겪으며, 나는 나를 원망했다.
그동안 내가 잘못 살아온것일까? 아니면 내가 전생에 큰 죄를 지었나?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기지?라며 스스로를 원망했다. 그러다보니 든 생각이 그동안 내가 무심코 던진 말로 상처를 받은 사람이 있다면 그 결과로 내가 이런 일을 당한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에게 큰 해를 가한적이 없이 평범하게 살아왔지만, 나 또한 누군가를 미워한적이 있었고, 남에게 상처를 준적도 있었다. 그런 업보들이 나한테 돌아온게 아닐까 하는 '말의 힘'을 믿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생각으로라도 누군가가 미워지더라도 절대 입 밖으로 내뱉지 않으려 노력한다. 잘못을 했다면 그 사람은 결국 자업자득하게 되어있으니 굳이 내가 저주를 퍼부으며 내 업보를 쌓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저 인과응보를 믿어보는 수 밖에.
"관세음보살"의 뜻은 세상의 소리를 들어 알 수 있는 보살이라고 한다. 중생이 고통 가운데 열심히 이 이름을 외면 도움을 받게 된다.라는 뜻으로 소리를 들어 관찰한다는 것인데 그만큼 말을 할때 조심해야하는 것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화가나서 무심코 뱉어버리는 작은 말이 결국 나에게 돌아오는 비수가 될 수 있다. 언제든 입장은 뒤바뀔 수 있으니 타인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P.S
참고로 저는 무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