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의 보스, 한 명의 충신.
본 글은 아이리시맨(2019)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음을 알림.
아이리시맨은 프랭크 시런(로버트 드 니로)의 전기영화로 진행된다.
그의 인생에는 두 가지의 터닝포인트가 있는데, 러셀 버팔리노(조 페시)를 만났을 때와 지미 호파(알 파치노)를 만났을 때이다.
이 둘은 영화 내내 서로 다른 모습으로 드러내며 프랭크에게 영향을 준다
이때 프랭크의 선택이 그의 인생을 바꿔놓게 된다.
1. 러셀 버팔리노와의 첫 만남.
What is the problem kid?
러셀은 프랭크의 트럭에 문제가 생겨 골머리 앓고 있을 때 나타난다. 러셀은 친근한 주유소 사장과 같은 평범한 모습으로 골머리 앓던 프랭크의 문제를 간단하게 해결한다. 곧바로 통성명이 이어지며 프랭크는 그의 이름을 묻지만 순간의 정적 후 러셀은 다시 대화의 주도권을 가지고 다른 주제로 넘어간다.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은 3분도 되지 않는 시간에 러셀의 특징을 모두 내포한다. 빠른 문제 해결 능력, 겉으로는 친근하지만 확실한 주도권을 가진 계산적인 대화법,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모습등의 모습을 짧은 시간 내에 담은 것이다. 이후 프랭크의 내레이션으로 부가적인 설명이 추가된다.
"그때 난 러셀이 주유소 사장인 줄 알았어, 알고 보니 그 길이 전부 러셀 거더군."
1.1 러셀의 면접.
You ain't afraid of Tough Guys are you?
러셀과의 첫 만남이 프랭크에게 좋은 인상을 준 만남이었다면, 두 번째 만남은 그의 인생을 바꾸는 운명적 만남이다.
-"이곳에 터프한 이들이 많은 건 아나? 혹시 두려운 건 아니지?"
-"그럼요"
-"예상대로군"
짧은 대화에서 프랭크만이 아닌 러셀도 그를 좋게 보고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
이후 필라델피아 마피아 보스인 안젤로 브루노(하비 카이텔)와 겸상함으로써 러셀의 위엄을 상기한다.
" 난 그때 러셀 버팔리노가 누군지 몰랐지만, 그와 식사하는 사람이 신문에서 지겹게 보던 안젤로 부르노라는 건 알았어. 나도 그 정도는 알았지."
이때 프랭크의 대사에서 알 수 있는 것은 그가 안젤로 부르노라는 사람은 신문에서 자주 봐서 알고 있지만 러셀은 신문에 등장하지 않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으로 러셀은 대중에게 드러나지 않는 인물이라는 점과 프랭크와의 첫 만남에서 러셀이 본인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화제를 돌린 이유를 알 수 있다.
Catania? sono di Catania
러셀은 이탈리아계 마피아이고 프랭크는 아일랜드인이지만 프랭크의 이탈리아 전쟁 참전으로 이탈리아어로 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대화에서 서로 굉장히 잘 맞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이탈리아어, 참전, 마인드 등 유대감을 쌓는 모습으로 프랭크의 면접은 굉장히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때 유의해야 할 점은 프랭크가 러셀을 진심으로 존경하는 태도로 대화한다는 점이다. 몇 마디 대화로, 강렬한 인상으로 상대방에게 존경심을 끌어내는 러셀의 능력이다.
"러셀은 처음부터 나를 마음에 들어 했고 얼마 후 작은 일을 맡기기 시작했지"
1.2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
"좋은 친구를 뒀군, 자넨 이분의 진가를 몰라"
러셀의 작은 일들을 처리하던 프랭크는 "캐딜락 리넨"을 폭파하려다 안젤로 부르노의 부름을 받게 된다.
의뢰인이었던 위스퍼스는 프랭크에게 캐딜락 리넨의 다른 주인인 안젤로 부르노에 대한 말만 빼놓은 채 의뢰한 것이다.
" 러셀 아니었으면 넌 유대인 마피아한테 죽었어"
이 장면에서 러셀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다만 안젤로가 위스퍼스를 처리하라는 말을 은연중에 할 때 러셀이 눈빛만으로 모든 말을 대신한다.
"러셀을 위한 일은 돈 때문이 아니었어. 존중의 표시였지"
빠르게 위스퍼스를 처리한 이후 프랭크는 러셀의 히트맨이 되어 페인트칠 및 심부름을 하며 그의 충신이 된다. 유의할 점은 러셀을 존중, 존경하며 따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2. 지미 호파와의 첫 만남
"I heard you paint houses"
신중하고 간접적으로 상대방을 읽던 러셀과 다르게 지미 호파는 얼굴도 보지 않고 면접을 보기 시작한다.
이때 스콜세이지 감독은 지미와의 대화와 그의 연설을 번갈아가며 보여주며 그가 어떤 인물인지를 확실하게 각인시킨다.
"듣자 하니 자네가 페인트칠을 한다던데?"
이때 프랭크가 목공일도 한다고 재치 있게 대답하는데 이는 시체를 목공기계로 갈던 방법의 비유이다. 러셀이 들으며 미소 짓는 것을 볼 수 있다.
"같이 역사를 써볼 텐가?"
지미는 프랭크의 평판을 믿고 그를 곧바로 시카고로 불러낸다.
"패튼 장군과 얘기하는 줄 알았습니다."
러셀과의 대화에서 의연하고 여유롭게 대답하던 프랭크도 패튼장군과 통화하는 줄 알았다고 하며 버거워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당시 지미 호파가 대통령 다음가는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라 그렇기도 하지만, 실제 그의 단도직입적이고 강한 말투도 큰 부분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2.1 내가 자네를 사랑하는 거 알지?
"내 모든 건 순전히 지미 덕분이었어."
상하 관계가 명확하던 첫 만남과 달리 그들은 빠르게 가까워지며 프랭크는 지미의 듬직한 조력자가 된다. 그들은 서로를 믿고 다투기도 하며 서로를 존중한다.
러셀과 달리 지미는 프랭크에게 다른 선물을 해준다. 그것은 지부장의 자리, 첫 전세 계약, 첫 노조 이 모든 것이 전부 지미 덕분이었다.
"자넨 내 가족이야"
3. 두 명의 보스, 한 명의 충신
3.1 드러나지 않는 자
"러셀은 모든 일에 관여했어. 피츠턴에 있는 러셀 소유의 가게에서 모든 걸 지휘했는데 그 정체를 누가 알겠어? 다들 그의 말을 따랐어. 판사에게 뇌물을 줘야 한다면 러스에게 물었지, 얼마를 줘야 하는지 모른다? 그에게 물어야 했어. 누굴 승진시키고 싶으면 그에게 찾아가야 했지. 누군가를 제거하고 싶으면 그의 허락이 필요했어. 저명한 사실이었지."
이처럼 러셀은 모든 일에 관여하지만 절대 드러나는 일이 없었다. 그만의 원칙이었던 것이다. 프랭크가 그를 처음 만났을 때도, 다시 만났을 때도 그의 정체를 정확히 알지는 못했다.
프랭크와 수금을 돌면서도 가게 주인만 그를 알아보지 다른 이들은 알아보지 못한다. 그는 조용하게 그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모든 이들은 그에게 존경의 의미로 곧바로 지시를 이행한다.
보이지 않는 적이 가장 무섭듯이 그를 보지 못하는 이들은 그의 상대조차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서 위스퍼스는 그를 보지 못했지만 러셀은 그를 주시하고 있었고. 위스퍼스는 제거된다.
3.2 드러나는 자.
"요즘 젊은이들은 지미 호파를 모르지만, 그 당시에 지미 호파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어 1950년대엔 엘비스만큼 유명했고, 60년대엔 비틀스와 맞먹었어. 대통령 다음으로 가장 막강한 사람이었지."
지미 호파는 외부에 드러나는 자인만큼 지지자들에 의한 대통령 다음으로 막강한 사람이긴 했지만 그만큼 그를 노리는 적들의 표적이 되기 쉬웠다. 그의 가장 가까운 측근들도 믿을 수 없는 자들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러셀이 프랭크를 그에게 보낸 것이다.
영화가 이어지는 내내 지미를 바라보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장면마다 보여주고 항상 그 중심에는 지미가 있다. 이는 지켜보는 자(러셀, 안젤로, 토니)와 대조되는 연출을 보이다 최후에 그의 가장 측근이었던 프랭크의 시선으로 화룡정점을 찍는다.
지미 호파를 지켜보는 이들
이곳에서 러셀과 지미의 확연한 차이, 프랭크가 지미를 가장 친한 친구처럼 생각하고 가족처럼 생각했음에도 러셀을 선택한 이유를 알 수 있다.
러셀은 드러나거나 지켜봐 지는 사람이 아니라 지켜보는 자이고 그의 귀는 항상 열려고 입은 닫혀있다.
그렇기에 그는 지미의 말도, 프랭크의 말도, 포로나 토니와 같은 다른 사람들의 말을 모두 듣고 최선의 방법을 택하려 한다.
하지만 지미는 귀를 닫고 입만 열려있다.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기에 막강한 영향력이며 재력을 얻을 수는 있었지만 '타인의 존경'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가족 같은 지미 호파를 근심 섞인 표정으로 지켜보는 프랭크 시런
4. 다른 시선으로 지켜보는 자
프랭크, 러셀은 모두 지켜보는 자였지만 그들을 지켜보는 이는 보지 못했다.
프랭크의 딸인 폐기의 역할은 그들을 지켜보는 세상의 변치 않는 아름다움, 양심, 인간으로서 절대적으로 지켜보는 자의 시선이다.
프랭크와 러셀은 폐기가 그들을 두려워한다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그녀가 자신들을 두려워하지 않기를 바란다.
단순히 어린아이에게 잘 보이려는 두 사람일 수 있지만 그들의 양심에 호소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양심"의 상징인 페기는 그들을 거부한다.
하지만 그들은 죽을 때까지 폐기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모든 이들의 존경을 얻어낸 러셀조차도 '지켜보는 아이'의 존경을 얻어낼 수는 없던 것이다.
반면에 지미에겐 눈을 마주치며 그를 존경한 것이 폐기였다. 지미도 물론 범죄자였지만 폐기의 시선에서 그는 어려운 이들을 도와주는 이였다. 그는 솔직했고 인간다운 사람이었다.
5. 지미의 허무한 죽음.
"어서 여길 나가자고"
지미는 결국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친구였던 프랭크에게 제거당한다. 이 장면의 허무함과 알 파치노의 불안한 표정 연기를 보고 있으면 아직도 마음이 아려올 정도로 훌륭한 연기, 연출을 볼 수 있다.
6. 두 명의 리더 한 명의 충신의 최후.
Fxxk 'Em
러셀이 지병으로 죽기까지 프랭크는 그의 곁에 있었다. 그는 프랭크에게 지미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미는 정말 좋은 친구였어, 가족도 화목했고. 결코 그렇게 되길 바란 적이 없네. 난 그저 그 친구 대신 우리를 택한 거야. 엿이나 먹으라지."
스코세이지 감독은 이들의 최후를 정말 허무하게 그린다. 영화의 내용 자체가 여러 가지 키워드로 볼 수 있는 복합적인 영화이지만 그 중심엔 기구한 인생과 '죽음'이 메인 키워드로 보인다.
프랭크는 노년기에 들어서도 러셀의 반지, 지미의 시계를 함께 참으로서 그들을 추억하고, 그들과 일궈냈던 시절을 추억하려고 노력하지만, 화려한 액세서리로 본인의 늙음을 지울 수 없듯이 화려했던 시절의 과거로 현재의 허무함을 지울 수 없는 충실했던 어느 한 인간을 보여준다.
문을 닫지 말게, 영 싫어서 말이야. 조금만 열어두게..
세 인물의 최후 모두 허무하지만 그들의 허무하고도 허무한 죽음으로부터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영화를 다시 보는 즉 죽음 이후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모든 이들에게 가장 강력한 '삶의 의미'를 던져줄 것이다.
그 의미가 무엇인지는 3시간 30분의 영화를 모두 본 후 우리가 생각해 볼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일 것이다.
21세기 최고의 영화
포스터에서 발견할 수 있는 복선
메인 포스터에서 그에 대한 재밌는 복선을 발견할 수 있다.
1. 러셀과 프랭크는 같은 곳을 응시하고 있는 것으로 프랭크의 최후의 선택이 러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 러셀과 지미는 정면을 응시하고 있지만, 프랭크는 곁눈으로 확실한 방향이 아님을, 그럼에도 러셀과 가까운 쪽을 향해 있다는 점으로 그의 고뇌의 방향을 알 수 있다.
3. 지미와 러셀이 반대 방향을 바라봄으로 둘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것을 알 수 있다.
4. 러셀과 지미 사이에 프랭크가 위치함으로 세 인물의 관계를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