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토요일. 노트북을 가방에 넣고, 카페에 가려 한다. 창문 밖 비가 슬슬 오는 게 보인다. 현관문으로 나와 들리는 소나기 소리. 다시 집으로. 우산 챙긴다. 카페까지는 걸어서 7분 남짓. 아파트 단지 조경은 잘 되어 있다. 다채로운 꽃들과 위로 쭉 뻗은 나무들에 투명 빗방울이 가지가지에 떨어질 듯 매달려 있고, 툭툭 떨어진다. 꽃들은 빗방울을 맞을 때마다 나에게 인사하듯 흔들린다.
오랜 기간 자주 오는 카페다. 내가 좋아하는 뒷문 쪽 테이블이나 창가 쪽 테이블이 남아 있다. 순간 멈칫 어디에 앉을지 고민하다, 따듯한 뒷문 쪽으로 택한다. 가방을 놓고, 따뜻한 바닐라 라떼를 주문한다. 아차! 가방에 쿠폰. 이래서 내가 쿠폰을 안 하려고 하는데.
방석은 모서리 쪽 포함해 앉고, 지갑 위에 폰은 우측으로 놓는다. 노트북은 약간 오른쪽으로 놓고, 커피는 왼쪽에 놓기 위해 비여 놓는다. 에어팟은 지갑 뒤쪽으로 놓고, 커피가 나올 때까지 유튜브를 체크한다. 감상은 하지 않고, '나중에 보기'를 체크한다. 감상하면 작업이 아닌 딴짓하다가 집에 가는 날이 된다. 커피가 나오고, 쭉 반 이상 들이킨다. 카페인은 밑바닥에 진하게 되어 있다. 커피 위쪽은 부드러운 우유 커피 맛이다. 테니스 선수 루틴처럼 카페에서 하는 내 루틴은 항상 이와 같다.
오늘은 좀 피곤한 기운에, 잠시 눈을 감는다. 어제와 그제 제대로 진도를 나가지 않고, 고질병인 자료 조사라는 이유로 유튜브와 나무위키에 빠져 있었다. 새 글을 쓰지 않았다. 반성하기 위해 생각에 잠긴다. 양팔을 앞으로 꼰다. 엉덩이는 벽에 붙이고, 발 뒤꿈치도 벽에, 등도 붙이고, 머리도 붙였다. 반성한다. 반성의 시간이 길어진다.
어?
어라!?!
뭐지? 꿈을 꾸었나. 생각한 건가. 꿈이었는지 생각인지 헷갈린다. 새로운 글감이 필요했던 차에 새로운 글감이 떠올랐다. 꿈인지 생각인지 모를 찰나의 순간에 좋은 글감이 떠올랐다. 하지만 글감보다 꿈과 생각 중 무엇이었는지가 더 궁금해서 어리둥절하다.
어.........?!
아 꿈이다! 글감이 사라졌다. 방금 전에 머릿속에 맴돌던 글감이 사라졌다. 찰나의 순간에 사라졌다는 건 생각이 아닌 꿈이라는 반증이다. 잠깐 꿈을 꾸었다.
사실 난 어디서든 잘 잔다. 학창 시절 교실에서 의자에 앉은 자세로 잘 자고, 회사 의자, 버스 좌석, 기차에서도 머리를 대기만 하면 잠들 수 있다. 사실 안대도 잘 잔다. 양팔을 앞으로 꼬아만 주면 바로 잘 수 있다.
<다큐의 삶:생꿈생> 끝. (정신 못 차린다. 거꾸로 썼다.)
글자수 (공백 포함): 1233자
200자 원고지 매수: 6.4장
사진 출처: © outbreakmedia, 출처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