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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ONATO Mar 25. 2023

다큐의 삶:새로운 아침

모든 처음과 다시 처음

1.

아침에 일어나 아이를 깨워 유치원 버스에 태우고 보낸다. 오늘도 바삐 시작한다. 가까운 아파트 내 도서관으로 이동하여 독서실 룸에 들어간다. 어제 와이파이가 되냐는 물음에 답해주신 아저씨가 오늘도 계신다. 오늘도 1등은 아니지만 혼자가 아니기에 고맙고 반가운 마음이다.


2.

독서실은 오래전 고등학교 때 간 학교 도서관의 독서실 이후 처음이다. 그때는 강제였나 아니었나 가물가물하지만, 지금은 나 스스로 걸어와서 착석한 곳이다. 나 스스로 독서실도 알아보고, 주변도 살피니 나 자신이 대견하게 느껴진다.


3.

새로 산 노트북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고 준비를 끝낸다. 넓은 책상이 마음에 들어 기분 좋다. 기분이 좋고 편안한 마음에 유튜브를 켠다. '아차! 글을 쓰려고 앉은 것이 아닌가, 왜 유튜브를 켜는 것일까?' 이젠 진짜 달라져야 한다는 다짐이 있었는데 바보같이 딴짓하려고 했다. 바로 유튜브를 끄고, 대신 멜론에서 내가 좋아하는 노동요를 틀어 주변음을 환기시킨다. 집이었다면 딴짓을 했을 것 같지만, 이제는 다르다. 작은 고비 하나 넘겼다. 글쓰기를 시작하기 전에 마음을 정리하고, 노동요와 함께 글쓰기를 시작한다.


4.

내게 있어 40대의 시작은 육아이다. 늦은 나이에 가진 아이는 40대 초반을 함께 하면서 어느새 6살이 되었고, 나는 40대 중반을 맞이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느낌이다. 4년 전 돌잔치에서 우리 아기가 우렁차게 울 때 오래전 기억이 떠올랐다. 대학교 연극 동아리 때 조연출 선배가 외친 말이다. "우리는 지금 다 커서 목소리가 가성으로 나오지만, 아기로 태어났을 때는 뱃심으로 진성으로 말했어. 지금 하는 스트레칭을 최선을 다해야 무대에 올라서 좋은 목소리가 나오니까, 꾀부리지 말고! 딴생각 말고! 스트레칭에 집중합시다~!"


5.

아기 돌잔치 때 우는 아기의 배를 만지다가 내 기억 어딘가로부터 옛 연극반 선배의 말이 다시 떠오를 줄 몰랐다. 실제로 아기의 울음소리는 우렁차다. 배를 만져보면 크게 요동치는 게 느껴진다. 아기의 '모든 처음'이 나에게 '다시 처음'이 된다. 기분 좋은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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