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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다큐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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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ONATO Mar 25. 2023

다큐의 삶:다시 태어나도  우리 엄마 아빠

2022년도와 1987년도

다시 태어나도
우리 엄마 아빠

2022년도 서울랜드에서

#2022년도, 경기도 과천 서울랜드


집에 아이가 태어나서 주말마다 야외에서 시간을 보낸다. 솔직히 그렇게 보내는 시간이 빠르게 흐르기 때문이다. 10년이 된 K5 자동차를 타고 멀지 않은 과천으로 간다.


주차하고 차에서 나온 아이는 기분이 좋다. 코끼리 열차를 탄 아이는 벌써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책에서만 보던 동물들을 보면서 "우와~" 하고 크게 소리를 내고, 무서워서 바로 언다. 서울랜드의 회전목마를 두, 세 번이나 탄다. 이전에 처음 온 해는 무서운 표정으로 타지 못하고 구경만 하고 간 기억이 있다. 그때 돈 날린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나지만, 기쁘게 타는 모습을 보면 이제는 뽕을 뽑는다는 생각에 만족스럽다.


평소에 잘 웃는 아이지만, 동물원에서 호랑이를 보거나 놀이동산에서 회전목마를 타면서 짓는 미소는 선홍빛이 되어 찐 웃음이 나온다. 아이는 머리에 땀이 나도록 놀고 쉬는 것을 반복한다. 손에는 솜사탕을 쥐어주고, 겨우 주차장에서 빠져나온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K5 차 안에서 출발한 지 1분 만에 아이는 새근새근 소리를 낸다. 금세 깊이 잠든다. 도착하여 엄마는 잠든 아이를 안고 먼저 내리고, 아빠는 차를 주차한다.


집에 들어간 아빠는 주안이가 잠든 걸 보고 안심한다.

"주안이 안 깼어?"

"응, 잘 자는 걸로 봐서 잠깐 옆에 있다가 나왔어."

"잘했어. 오늘은 엘리베이터에서 안 깨서 다행이야. 나 피곤해서 먼저 잘게."

"그래, 나 뒷정리 좀 하고 올게."

아빠는 피곤해 보인다. 금방이라도 잠들어버릴 것 같다.


아빠는 금세 잠든다.


#1987년도, 전북 전주 동물원


논밭 사이의 도로를 따라 차가 달리고 있다. 차 안에는 어릴 적 나와 동생 그리고 우리 엄마 아빠가 함께 있다. 아빠 차인 프린스를 타고 이리(현 익산)를 지나 전주를 향한다. 논밭이 좌우로 펼쳐진 백구를 지나간다.


도착한 곳은 익숙한 전주동물원이다. 멀리서도 보이는 대관람차도 그대로이고, "우와~ 코 코"하며 코끼리를 반가워하는 표정을 짓는다. 가까이 가면 무서워하는 표정을 짓는다. 주안이랑 표정이 같다. 원숭이, 타조, 표범 등을 보면서도 무표정 같은 언 얼굴로 관찰한다. 무서워하면서도 끝까지 관람을 마친다. 우리 엄마 아빠는 그런 나을 보며 웃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기구인 범퍼카와 회전목마를 타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의 나는 너무나도 행복해 보입니다. 한 번 타고나면 두 번 타고나며, 이마에 땀이 나도록 놀이기구를 즐깁니다. 지치기 시작하면 아빠는 솜사탕을 나와 동생의 손에 쥐어줍니다. 하루 종일 전주 동물원과 놀이공원 이곳저곳을 앞장서 돌아다닙니다. 우리 엄마 아빠는 우리 뒤를 따라다니며 산책을 즐깁니다. 날이 어두워질 때쯤 집으로 돌아옵니다.


프린스 차 안에서는 집에 가기 싫은 듯 아쉬운 표정을 짓는다. 나는 오른쪽, 동생은 왼쪽에 누워서 앞에서 아빠와 엄마가 나누는 대화를 들으며 잠이 든다.

 

엄마는 동생을 안고 건물 왼쪽 계단으로 2층으로 데리고 올라갔다. 아빠는 나를 안고 따라 올라간다. 동생은 침대 옆 바닥에 눕힌다. 아빠가 나를 동생 옆에 눕힌다. 엄마와 아빠는 우리 옆에 누워 우리에게 뽀뽀를 한다. 말없이 오랫동안 쳐다본다.


1987년도 전주 동물원에서


우리 엄마 아빠
다시 태어나도
우리엄마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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