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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전 Qauntum Warfare

미래 전장의 판도를 바꾸는 기술 혁명

by 똘아이디어



목차

1. 서론

2. 양자전의 개념과 중요성

3. 양자 통신과 암호 보안

4. 양자 컴퓨팅과 군사 활용

5. 양자 센싱과 정보 수집

6. 주요국의 연구 동향 및 사례

7. 도전 과제 및 향후 전망

8. 결론


1. 서론


오늘날 군사 기술 분야에는 **“양자전(Quantum Warfare)”**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는 제2의 양자 혁명으로 불리는 기술 혁신을 군사적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과 맞물려 탄생한 개념입니다. 양자전은 기존의 통신, 컴퓨팅, 센싱 능력을 뛰어넘는 획기적인 성능 향상을 목표로 하며, 양자 역학의 원리를 전장에 적용해 **게임체인저(game changer)**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기술들을 의미합니다  . 미국, 중국을 비롯한 주요 강대국들은 이를 미래 핵심 기술로 간주하고 적극 투자하고 있으며, 군사 분야에서 실제로 ‘양자전’이라는 용어까지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군사 전문가들은 양자 기술이 우주, 사이버를 포함한 전 영역의 전장에 걸쳐 핵심 기술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러한 기술을 선점하면 스텔스 탐지, 암호 통신 무력화 방지, 초정밀 내비게이션 등 다양한 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지만, 반대로 뒤처진다면 안보에 심각한 취약점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각국 군대는 양자 기술을 국방 분야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 개발과 전략 수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양자전 시대에 대비한 양자 우위(quantal supremacy) 확보 경쟁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본 보고서에서는 양자전의 개념과 그 하위 분야(양자 통신, 양자 컴퓨팅, 양자 센싱)를 심층 분석하고, 최신 연구 동향과 실제 적용 사례를 살펴본 뒤, 앞으로의 과제와 전망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2. 양자전의 개념과 중요성


양자전이란 한마디로, 양자 역학의 원리를 활용한 양자 기술을 군사 작전에 적용하여 통신, 컴퓨팅, 감지 능력을 혁신적으로 향상시키려는 시도를 말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양자 기술은 양자중첩, 양자 얽힘 등 미시세계의 물리 현상을 이용하여 기존 기술로는 불가능했던 성능을 실현하는 최신 기술들을 가리킵니다. 20세기 중반 트랜지스터와 레이저를 낳은 1차 양자 혁명에 이어, 2차 양자 혁명에서는 복잡한 양자 현상을 직접 활용하는 기술들이 등장하고 있으며, 이것이 군사 분야에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오고 있는 것입니다.


양자전은 기존의 지상전, 해전, 공중전처럼 독립된 전쟁 형태라기보다, **기존 모든 전투 영역에 횡단적으로 적용되는 기술 군(群)**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양자 기술은 특정 전장(domain)에 국한되지 않고 전력 증강 수단으로써 사이버, 우주, 전자기 스펙트럼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어 전쟁 양상을 변화시킵니다. 이러한 이유로 양자 기술을 효과적으로 군사에 통합하는 것이 미래 전장에서 승패를 가르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실제로 미국 국방부 자문기관인 **국방과학위원회(Defense Science Board, DSB)**도 국방 분야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양자 기술로 양자 센싱, 양자 컴퓨팅, 양자 통신 세 가지를 꼽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한국군 역시 “양자는 우리에게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는 ‘게임체인저’ 같은 기술”이라고 평가하며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요약하면, 양자전의 범위는 크게 세 분야로 나눌 수 있습니다 : (1) 양자 통신 – 양자 암호를 통한 절대 보안 통신과 네트워크 보호, (2) 양자 컴퓨팅 – 초고속 계산 능력을 이용한 정보 처리 및 암호 해독/인공지능 활용, (3) 양자 센싱 – 극한의 탐지 정밀도를 갖춘 센서로 위치항법, 감시정찰 능력 강화. 다음 장들에서는 이 각각의 분야에 대해 구체적인 원리와 군사적 적용 사례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3. 양자 통신과 암호 보안


양자 통신은 양자 암호 기술을 이용하여 통신 보안을 혁신하는 분야로, 미래 사이버전의 판도를 바꿀 핵심 요소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기술인 **양자 키 분배(QKD)**는 송신자와 수신자가 양자의 특성을 이용해 암호 키를 공유하는 방식입니다. QKD에서는 도청자가 있으면 양자 상태가 교란되므로 이를 통해 도청 시도를 즉각 탐지할 수 있으며, 이론적으로 절대적으로 안전한 통신 채널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17년 중국은 세계 최초의 양자통신 위성 **“묵자(Micius)”**를 활용하여 베이징-빈(오스트리아) 간 영상회의를 QKD로 암호화하는 데 성공, 양자 암호 통신의 실용 가능성을 입증했습니다. 이처럼 위성이나 광케이블을 통한 양자 암호망 구축이 가시화되면서, 군용 통신망에도 QKD 기술을 적용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드론의 지휘·제어 링크에 양자암호 모듈을 장착하여 적의 해킹이나 재밍(jamming)을 방어하는 기술이 연구되었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전장 통신의 보안 수준을 한층 끌어올릴 기술적 대안으로 평가됩니다.


그러나 양자 암호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양자 컴퓨팅의 발전으로 기존 암호체계가 언젠가 뚫릴 수 있다는 전망에 대응하여, **양자내성암호(PQC)**도 함께 주목받고 있습니다. 양자내성암호란 양자컴퓨터로도 풀기 어렵다고 알려진 수학적 문제를 기반으로 한 차세대 암호화 기법입니다. 미국 국가표준기술연구소(NIST)는 2022년 PQC 알고리즘 표준안을 발표했고, 미국, 유럽, 한국 등 많은 국가들이 현재의 통신을 미래 양자 공격에도 견딜 수 있도록 암호 체계를 전환하는 작업을 추진 중입니다. 특히 **“수확 후 탈취(harvest now, decrypt later)”**라는 표현이 말해주듯, 일부 정보기관들은 미래에 양자컴퓨터로 해독할 목적으로 지금부터 암호화 통신을 수집하고 있다는 경고도 있습니다. 따라서 군사 통신에서는 QKD와 PQC를 상호보완적으로 운용하여 어떤 형태의 공격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양자 통신 분야에서 현재 진행 중인 연구들과 실증 사례들은 이 기술의 잠재력을 보여줍니다. 중국은 위성뿐만 아니라 지상 광통신망을 통해 도시 간 양자 암호 네트워크를 구축했고, 유럽연합도 범 유럽 양자 통신 인프라(QCI)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한편 호주에서는 양자 자력계를 이용해 GPS 신호가 닿지 않는 환경에서도 통신이 가능하도록 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는 자기장이 전파보다 감쇠가 적다는 점을 활용하여, 전파가 차단되거나 교란된 전장 환경에서도 양자 기반 통신으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하는 기술입니다. 이처럼 각국은 양자 통신 기술을 이용해 전장에서의 정보 우위를 확보하고 통신망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혁신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향후 수십 년 내에 양자 인터넷이 구축되고 군사 통신 전반이 양자 암호로 보호되는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4. 양자 컴퓨팅과 군사 활용


양자 컴퓨팅은 양자중첩 상태를 활용하는 **양자 비트(큐비트)**를 통해 기존 컴퓨터로는 수백만 년 걸릴 연산을 순식간에 수행할 가능성을 지닌 기술입니다. 양자컴퓨터의 이론적인 성능은 큐비트 수가 늘어날 때마다 지수적으로 증가하며, 병렬 연산을 통해 특정 문제에서 현용 슈퍼컴퓨터를 압도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군사 분야에서는 양자컴퓨팅이 전력 증강의 게임체인저로 거론됩니다. 가장 크게 주목받는 분야는 암호 해독입니다. 현재 널리 쓰이는 RSA, ECC 등 공개키 암호는 이론상 충분히 강력한 양자컴퓨터가 등장할 경우 순식간에 풀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바로 이 순간을 가리켜 일명 **“Q-데이(Q-day)”**가 올 수 있다고 하는데, 이는 군사 및 경제 안보에 일대 혼란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각국이 그 도래를 두려워하며 경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NSA는 이미 양자 내성 암호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을 비롯한 경쟁국들도 상대의 기밀을 추출하기 위해 양자컴퓨터 개발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암호 해독 외에도, 양자컴퓨팅의 군사적 활용 범위는 매우 다양합니다. 우선 군사 의사결정 및 전략 수립에 양자컴퓨터의 초고속 시뮬레이션 능력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양자컴퓨터는 복잡한 물리 모델이나 수많은 시나리오를 동시에 계산하여, 전쟁 게임이나 작전 시뮬레이션을 기존보다 훨씬 정교하고 빠르게 수행할 수 있게 합니다. 이를 통해 최적의 전략을 도출하거나, 새로운 무기체계 도입 시 모의시험을 거쳐 성능을 예측하는 등 군사 의사결정 지원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물류 최적화, 부대 배치 문제, 경로 계획 등 조합최적화 문제들을 양자 컴퓨터로 해결하여 작전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양자컴퓨터가 기여할 부분이 있는데, 예를 들어 양자기반 기계학습이 발전하면 패턴인식이나 데이터 분석 능력이 향상되어 표적 식별과 위협 탐지를 더욱 정교하게 할 수 있고, 이는 곧 자율무기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연결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양자컴퓨터 기술 수준은 아직 **초기 단계(NISQ: Noisy Intermediate-Scale Quantum)**로, 실용화를 위해 넘어야 할 산들이 많습니다. 양자컴퓨터는 주변 환경에 매우 민감하여 디코히런스(decoherence) 문제로 에러가 발생하기 쉽고, 상온에서 안정적으로 수백-수천 큐비트를 유지하는 기술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2020년대 들어 IBM, 구글 등이 100 큐비트가 넘는 프로토타입을 발표하고 양자 **“양자우월성”**을 시현하는 등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실전에서 암호를 풀거나 작전을 지휘할 수준의 양자컴퓨터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양자컴퓨팅에 대한 과장과 현실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 국방과학위원회(DSB)도 양자컴퓨팅의 잠재력은 크지만 단기간에 군사적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장기적으로 국방에 미칠 영향이 지대하기에 지속적인 투자와 대비가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각국 군대는 한편으로는 양자컴퓨터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 경쟁을 벌이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들의 암호체계가 미래 양자공격에 견딜 수 있도록 미리 대비하는 이중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요약하면, 양자컴퓨팅은 미래 군사력의 지형을 바꿀 잠재력을 지녔지만 아직 기술적 성숙도를 더 끌어올려야 하는 분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자컴퓨팅 관련 선행 연구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한다면, Q-데이가 왔을 때 치명적인 취약성을 노출하게 될 것입니다. 반대로 이를 선도한다면 적보다 앞서 적의 암호를 해독하고 빼앗긴 정보 우위를 되찾는 등 막대한 전략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양자컴퓨팅은 현재의 실용화 수준과 무관하게 국방 연구개발에서 최우선 순위에 놓여 있으며, 양자컴퓨팅 인력 양성, 산업 생태계 구축, 그리고 국제 공조를 통한 윤리적 가이드라인 마련까지 함께 논의되고 있습니다.


5. 양자 센싱과 정보 수집


**양자 센싱(Quantum Sensing)**은 양자 물리 현상의 섬세함을 활용하여 기존 센서의 한계를 뛰어넘는 극한의 탐지 능력을 구현하는 기술입니다. 군사적으로 양자 센싱 기술은 정찰·감시, 표적 탐지, 항법(navagation) 등 여러 분야에서 혁신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됩니다. DSB 보고서에서는 양자 기술 중 가장 성숙도가 높은 분야가 양자 센싱이며 일부 능력은 이미 “임무 활용에 임박”했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양자 센서는 현재 진행 중인 연구들 가운데 군사적으로 빠르게 응용될 가능성이 높은 기술로 손꼽힙니다.


가장 큰 관심을 끄는 양자 센싱 응용은 정밀 위치·항법·시각(PNT) 분야입니다. GPS 신호 교란이나 사용 불가 상황에서도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양자 항법 시스템이 개발된다면, 현대전의 양상은 크게 바뀔 것입니다. 실제로 호주 육군은 GPS 없이도 이동 중인 플랫폼의 위치를 지속 추적할 수 있는 양자 센서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이 센서는 이동하면서 가속도, 중력 변화, 지구 자기장의 변화를 감지하여, 미리 저장된 지형 지도를 참고함으로써 위성 신호 없이도 오차를 최소화한 자체 항법을 가능케 합니다. 또한 별도로 양자 가속도계만으로 장기간 **자기항법(dead reckoning)**을 수행하는 기술도 연구되고 있는데, 기존 관성항법은 시간이 지날수록 오차가 누적되는 반면 양자 가속도계를 활용하면 이러한 위치 오차를 획기적으로 줄여 장시간에 걸쳐 정밀한 위치 추정이 가능합니다. 이처럼 양자 항법 기술이 실용화되면, GPS 위성 신호 교란이나 파괴에 노출되지 않고도 군대가 독자적으로 정확한 위치 정보를 확보하여 기동 할 수 있게 되어 작전의 안정성이 크게 높아집니다.


또 다른 주목되는 분야는 스텔스 표적 탐지입니다. 양자 센서는 극미세한 변화도 감지할 수 있으므로, 레이더나 소나 등 기존 탐지 장비로는 포착이 어려운 스텔스 항공기나 잠수함을 발견하는 데 이용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 CETC사는 2018년 세계 최초의 양자 레이더 시제품을 공개하며, 날아가는 스텔스 전투기를 탐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양자 센싱 기술로 잠수함이 남기는 미세한 지구 자기장 교란이나 중력 이상을 포착하여, 심해에 숨은 잠수함도 원격 탐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런 능력이 현실화된다면, 스텔스 기술에 의존해 온 기존 **전략 자산(예: 핵잠수함, 스텔스기)**들의 생존성이 낮아져 군사 균형에 큰 변화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다만 양자 레이더의 경우 실제 환경에서의 성능이 아직 불확실하며, DSB도 “도감도 낮은 스텔스기 탐지 등에 있어 양자레이다가 획기적 개선을 줄 것 같지는 않다”는 회의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습니다. 이는 현재 기술로는 대기의 노이즈나 거리 제약 등 현실적 한계가 크기 때문으로, 양자 센싱 기술의 군사적 적용에는 기술적 난제 또한 존재함을 의미합니다.


양자 센싱은 이 밖에도 전자전(EW) 및 정보수집(ISR)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양자 자력계나 양자 전기장 센서는 극도로 미세한 전자기 신호까지 감지할 수 있으므로, 적군의 통신 신호나 레이더 방출을 먼 거리에서 탐지하거나 위장된 병력의 장비에서 나오는 미약한 전자기파도 포착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곧 아군에게 탁월한 상황 인지 능력을 제공하여, 은폐된 위협을 조기에 발견하고 전자전에 대응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입니다. 실제 연구 중인 기술로, 단일 입자 수준의 자력계를 이용해 라디오 전파의 방향을 정확히 탐지함으로써 도시 등 복잡한 환경에서도 발신원의 위치를 역추적하는 방법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또한 양자 센싱을 통한 지하 구조물 탐지도 관심 분야인데, 중성미자 검출이나 미세한 지각 변동 감지 기술을 활용하면 지하 벙커나 매설된 핵물질까지도 찾아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렇듯 양자 센싱 기술은 육·해·공 전장 전반의 투명성을 높이고, 교란 요소를 극복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물론 실제 작전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센서의 소형화나 실시간 데이터 처리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남아 있지만, 일부 양자 센서 기술은 이미 시제 장비 수준에 도달하여 시범 운용 단계에 있습니다. 예컨대 영국은 초정밀 원자시계와 양자 나침반을 군함과 항공기에 적용해 보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미국도 양자 GPS 대체 기술에 군 연구기관을 통해 투자를 늘리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양자 센싱은 **정보 우세(information superiority)**를 좌우할 게임체인저로서, 미래전 양상을 크게 변화시킬 중요한 분야입니다.


6. 주요국의 연구 동향 및 사례


양자전의 가능성이 부각됨에 따라, 세계 각국은 앞다투어 국가 차원의 양자 기술 투자 전략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일찌감치 양자기술을 안보의 핵심으로 인식하고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왔습니다. 2018년 국가양자이니셔티브법(NQI Act) 제정 이후 민·군 연계 연구를 가속화했고, 국방수권법(NDAA) 조항을 통해 국방부가 민간 및 다른 정부기관과 협력하여 양자 기술 R&D 프로그램을 수립하도록 했습니다. 국방과학위원회(DSB)를 중심으로 양자 기술의 윤리적 가이드라인과 전문인력 양성 계획까지 수립하며,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법·제도 정비와 인력 확충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20년 NDAA 220조는 국방부에 양자기술 활용 윤리 원칙과 양자 인력 구축 계획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신기술 도입에 따른 안보 위험과 윤리 문제까지 선제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습니다. 미국 군은 양자컴퓨팅 업체와 계약을 맺어 양자 시뮬레이션으로 군사 문제 해결을 시도하고, 양자 센싱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등 산학협력으로 기술 생태계를 견인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사일 경보, 사이버 방어, 통신 암호화 등 분야별로 양자 기술 도입 가능성을 평가하고 있으며, NSA를 중심으로 한 PQC 전환 계획도 진행 중입니다.


중국은 정부 주도로 거대한 양자 연구 프로그램을 가동하여 미국을 맹추격하고 있습니다. **양자위성 “묵자”**의 성공적인 운용, 2,000km에 달하는 베이징-상하이 양자통신 Backbone 구축, 수백 큐비트급 초전도 양자컴퓨터 시제품 발표 등 일련의 성과를 통해 양자 분야에서 세계 선도권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 중국군은 양자기술을 전략적으로 중요시하여, 암호통신망 보호와 적 암호 해독, 스텔스기 탐지 등을 위한 전용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20년대 초 중국은 안후이성에 **대규모 양자 연구 허브(합비 국립양자실험실)**를 설립하고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양자 분야 최고 인재들을 영입하여 군민융합 형태로 기술 개발을 추진 중입니다. **“미중 양자 군비경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두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하며, 이 경쟁이 전략 균형과 미래 안보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


유럽연합(EU) 역시 Quantum Flagship이라 불리는 10억 유로 규모의 장기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양자 기술을 육성하고 있습니다. EU 회원국들은 공동으로 **양자 암호 통신 인프라(QCI)**를 구축하고, 양자컴퓨팅 연구 컨소시엄을 결성하는 등 협력 전략을 취합니다. 개별 국가로는 영국이 국방 분야 양자 센싱과 통신에 적극 투자하여, **국방과학기술연구소(DSTL)**를 통해 양자 나침반, 양자 레이더 연구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 프랑스와 독일도 국가 양자 프로그램에 방위 분야를 포함시키고, 방산업체와 협력하여 양자 암호화 시스템과 양자 자기센서 개발을 추진 중입니다. 이스라엘, 캐나다, 호주 등의 국가도 자신들의 특성에 맞는 양자 군사 기술 개발 로드맵을 마련하여, 일부 분야에서는 선도적인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호주는 양자 센싱을 활용한 항법과 통신 기술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 캐나다는 양자 암호와 양자 컴퓨팅 인력 배출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양자전 대비에 발빠르게 동참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2023년 국방 분야를 포함한 양자 기술 연구개발 예산을 전년 대비 두 배로 증액한 퀀텀 이니셔티브를 발표하며, 양자 기술을 국가 전략기술로 격상시켰습니다 .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위사업청 주도로 양자암호통신 테스트베드 구축, 양자 센싱 원천기술 개발, 양자컴퓨팅 알고리즘 연구 등이 진행 중입니다. 군에서는 합동적으로 양자기술 특별분과를 운영하여, 각 군의 수요에 맞는 양자 기술 도입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군은 GPS 교란 대응을 위한 양자 항법에 관심을 갖고 있고, 해군은 양자암호로 보호되는 지휘통신망 구축을 타진하고 있습니다. 2024년 열린 퀀텀코리아(Quantum Korea) 2024 행사에서는 육·해·공군 관계자들이 모여 양자 국방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민간과의 협력을 강조하였는데, 이 자리에서 **“양자는 우주와 사이버를 아우르는 모든 전장의 핵심 기술”**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 비록 한국은 양자 기술 분야에서 선진국에 비해 후발주자이지만, 통신 분야의 양자암호 실용화 등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영역에 집중 투자하여 특화된 역량을 확보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볼 때, 양자전 분야의 글로벌 경쟁은 이제 막 시작 단계이지만 정부 차원의 지원과 전략을 통해 빠르게 추진되고 있습니다. 각국의 최근 사례들을 정리하면, 양자위성 개발, 국가 양자 네트워크 구축, 군용 양자센서 시제품 시험, 양자컴퓨터 알고리즘 경연 등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들은 향후 10년 내에 부분적인 양자 기술의 군사적 실전 배치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7. 도전 과제 및 향후 전망


양자전의 잠재력이 크지만,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많은 도전 과제들이 남아 있습니다. 첫째, 기술 성숙도의 문제입니다. 양자컴퓨터는 오류 정정과 규모 확장이라는 난제를 해결해야 하고, 양자 통신은 전송 거리와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양자 중계기, 위성 기술의 발전이 필요합니다. 양자 센싱 기기도 실제 전장 환경에서 신뢰성 있게 작동하도록 내구성, 소형화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기술적 과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양자 기술은 실험실 단계에 머무를 뿐 실전 배치로 이어지지 못할 것입니다 . 따라서 현재의 실험 단계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을 어떻게 극복하고 기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지가 양자전 성패의 관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둘째, 인력과 교육의 문제입니다. 양자 역학 자체가 매우 난해한 분야인 만큼, 군과 국방산업계에 이를 이해하고 응용할 인재를 확보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한국 군 관계자도 “양자라는 개념을 초등학생에게 설명하듯 쉽게 이해시킬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듯이 , 기초 교육 강화와 대중 인식 제고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각국 군은 관련 전공자를 적극 채용하고, 현직 장교들에게 양자 기술의 군사적 의미를 교육하며, 방산업체-대학 협력을 통해 양자공학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제 협력도 한 방법으로, 동맹국 사이에 양자 기술 교육 교류를 하거나 공동 연구를 통해 서로 배우는 노력이 진행 중입니다.


셋째, 정책·제도 및 윤리적 과제입니다. 새로운 기술이 안보에 적용될 때 항상 그렇듯이, 양자전 기술에도 윤리적/법적 규범 수립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양자컴퓨터를 이용한 적 암호 해독은 정보수집 활동의 판도를 바꾸겠지만, 동시에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나 국제법 위반 소지가 있어 논의가 필요합니다. 양자센싱으로 핵잠수함을 추적할 수 있게 되면 전략무기 균형이 바뀌어 핵억지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변화를 관리할 국제 규범과 조약의 마련도 장기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국내적으로는, 각 군과 정부 부처, 민간이 함께 양자 기술 도입을 조율할 컨트롤타워가 요구됩니다. 한국 국방 전문가들은 “양자가 국방에 잘 적용되기 위해서는 리스크, 윤리적 이슈 등을 관리하고 법적 충돌을 해결할 컨트롤타워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 이처럼 거버넌스 체계를 정비하고, 기술 도입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노력도 양자전 대비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넷째, 비용과 실용성의 문제입니다. 양자 기술은 현재 개발 단계에서는 막대한 비용이 들고, 기존 시스템과의 호환성 문제도 있습니다. 한정된 국방 예산에서 어느 정도를 양자 기술에 투자할 것인지, 당장 효과를 보기 어렵더라도 꾸준히 투자해야 할 필요성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가 과제입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단기적 성과에 연연하기보다는 장기적 안목에서 단계적으로 투자해야 하며 , 초기엔 작지만 확실한 성공 사례 (예: 군용 양자암호통신망 시범 구축 등)를 만들어내어 신뢰를 쌓는 전략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도전 과제들을 극복한다면, 양자전의 미래 전망은 매우 밝습니다. 기술이 성숙됨에 따라 향후 수십 년 내에 다음과 같은 변화가 현실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 보안 통신의 양자화: 군 통신망 전반에 양자암호(QKD) 기술이 도입되어 해킹이나 도청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안전한 지휘통신이 구현됩니다. 국가 간 비밀 협조나 핵사용권 관련 통신 등 최중요 채널은 모두 양자로 보호될 것입니다.

• 정보 우위의 극대화: 양자 센싱으로 지하부터 우주까지 숨겨진 위협을 탐지하고, 전장의 안개(Fog of War)를 상당 부분 제거하게 됩니다. 실시간 정밀 위치추적과 폭넓은 ISR 능력으로 투명 전장(transparent battlefield) 개념이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 새로운 군사 전략 등장: 한편으로 양자 기술 보편화는 새로운 전략적 고민을 낳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스텔스 기술 무력화는 공격과 방어 양측의 전술을 변화시킬 것이고, 암호 체계 붕괴는 정보전의 양상을 바꿔놓을 것입니다. 이에 따라 공격적으로 양자 기술을 활용하는 전략과 양자 기술에 대응하는 방어 전략이 동시에 발전하게 될 것입니다.

• 국방 연구개발의 패러다임 전환: 양자전 대비를 위해 군은 이전보다 과학기술 연구기관 및 민간 기업과 밀접하게 협력하게 되고, 군사 과학 분야에서도 기초과학과 응용기술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경향이 강화될 것입니다. 이는 군이 첨단 과학 발전의 촉진자 역할을 수행하게 만든다는 긍정적 측면도 기대됩니다.


결국 양자전 시대의 도래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며, 남은 과제는 얼마나 잘 대비하여 기회를 극대화하고 위험을 관리하느냐입니다. 각국은 협력과 경쟁 속에서 기술 장벽을 하나씩 허물고 있고, 일부 기술은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실전에 투입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탄탄한 로드맵을 갖고 꾸준히 투자하는 나라가 양자전의 이점을 선점할 것이고, 그렇지 못한 나라는 새로운 격차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8. 결론


**양자전(Quantum Warfare)**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지만, 그 파급효과 때문에 이미 미래 안보 지형을 결정지을 핵심 요소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양자 통신, 양자 컴퓨팅, 양자 센싱 각 분야의 발전은 개별적으로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융합되어 만들어낼 시너지는 현대 전쟁의 양상을 근본적으로 바꿀 잠재력이 있습니다. 요컨대 양자전 기술을 선점하는 것은 정보우위, 지휘통제, 생존성 모든 측면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길이며, 이에 실패하면 상대적 열세에 처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행히도 세계 각국과 우리나라는 이러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직 기술적 난관과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전략적 투자를 통해 양자전의 문턱을 하나씩 낮춰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한 민·군을 막론하고 양자 기술에 대한 이해 증진과 전문인력 양성이 이루어져야 하며, 국제 사회에서도 새로운 군비경쟁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대화가 요구됩니다. 끝으로, 양자전 시대에도 궁극적으로 우위를 결정하는 것은 준비된 자일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빠르게 발전하는 양자 과학의 흐름을 주도하고 국방에 접목시키는 국가만이 미래 전장의 판도를 주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양자전이라는 신기술 영역에서 우리가 맞이하게 될 기회와 도전에 슬기롭게 대비하여, 국가 안보와 평화 수호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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