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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태영 Dec 28. 2023

사진, 그리고 여행의 시작

 여행은 언제나 설렘을 동반한다. 출발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와 자동차에 시동을 거는 소리, 기차가 곧 플랫폼에 도착한다는 안내 표시, 비행기가 활주로를 딛고 이륙할 때 느끼는 긴장감 등은 매번 사람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사실 나는 처음부터 여행을 좋아하던 사람은 아니었다. 가끔 친구들과 술을 마시는 것 외에는 집에 콕 박혀서 기타를 치거나, 혼자 노는 게 제일 좋았고, 귀찮거나 흥미가 없는 분야에 대해서는 절대 관심을 갖지 않던 사람이었다. 전혀 관심이 없었던 분야 중에는 당연히 여행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다 취미로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 렌즈를 통해 바라보는 세상이 매력적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사진은 쉬는 날 방구석에 앉아 술이나 마시던 나를 집 밖으로 떠밀었다. 구도는커녕 조리개와 ISO 감도, 셔터스피드 등의 기본적인 촬영 개념도 모른 체 자동 모드로 열심히 셔터만 누르던 실력이었지만, 집으로 돌아와 노트북으로 내가 찍은 사진을 차근차근 살펴보는 것은 삶의 새로운 행복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가까운 집 주변에서부터 시작된 나의 시선은 길고양이와 오래된 골목, 빛과 그림자, 비가 내리거나 눈이 내리는 날의 분위기, 거리의 다양한 장면들을 사진으로 담으면서 점점 낯설고 새로운 장면에 대한 갈망으로 번져갔다. 그러다 보니 다른 나라로 시선을 돌리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날이 왔다.


 생애 첫 해외여행은 아프리카 동쪽에 자리한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였다. 비행기를 타고 떠났던 여행이라고는 제주도가 전부였던 내가 대한민국을 벗어나 아프리카를 가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해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이름도 생소한 마다가스카르라니. 여행이 주는 설렘을 알게 된 것은 그때부터였다. 여권 발급을 받기 위해 사진을 찍고, 은행에 가서 달러로 환전을 하고, 난생처음으로 캐리어를 샀다. 짐을 쌌다 풀었다, 빠진 게 있나 없나 몇 번을 확인하면서 출국 날짜만을 기다리던 그때의 기분이 아직까지도 생생하다. 인천 공항에서 방콕까지 6시간, 방콕에서 나이로비까지 9시간, 마지막으로 나이로비에서 마다가스카르의 수도인 안타나나리보까지 3시간 반을 더 날아갔다. 경유하는 동안 공항에서 보낸 시간까지 포함하면 가는 데만 20시간이 넘는 장거리 비행이었다. 전혀 모르던 사람들과 함께 여행을 하는 것부터 비행기를 타고 여러 나라를 경유하는 것, 아프리카 땅을 밟는 것, 사진을 찍기 위해서 이렇게나 멀리 오게 된 것까지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여정은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전환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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