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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태영 Jan 02. 2024

누군가의 가족 사진

 마다가스카르에 갔을 때 현지인들의 가족사진을 찍었던 적이 있었다. 한국인 선교사님께서 운영하시는 학교에서 미리 사진 촬영을 원하는 가족들의 신청을 받았고, 우리는 휴대용 프린터와 소형 액자를 준비해 갔다. 마다가스카르에 도착해 촬영이 있던 날, 학교 운동장은 이른 아침부터 가족사진을 찍으러 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선교사님께서 질서 정연하게 사람들을 줄 세우는 동안, 우리는 건물 외벽 한쪽을 스튜디오 삼아 촬영 준비를 했다. 나를 포함해서 여러 명의 사진작가분들이 번갈아가며 가족사진 촬영을 진행했다. 촬영에 임하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부끄러움과 긴장감이 교차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족사진 촬영이라는 것을 처음 해보는 날이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서투른 말라가시아어를 써가며 사람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 덕분에 사람들의 표정이 점점 자연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사진을 촬영하는 벽면 안쪽에서는 준비해 간 휴대용 프린터와 인화지를 이용해 바로바로 사진을 출력하고 있었다. 프린터에서 사진이 출력되면 종이 액자에 넣어서 가족들에게 전해주었다. 가족사진 촬영에는 화려한 조명도, 메이크업도 없었다. 워낙 많은 가족들이 신청한 데다가 컴퓨터를 여러 대 사용할 수 있는 환경도 아니었기 때문에 보정을 할 시간적 여유 또한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을 받아 든 사람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 미소를 본 순간 묘한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내 사진으로 누군가를 기쁘게 해 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나에게 보람과 행복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처음 알게 해 준 경험이었다. 그때부터 막연히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 마음은 변하지 않았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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