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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태영 Jan 03. 2024

바오밥 나무를 만나던 순간

 새벽부터 일어나 짐을 꾸린다. 마다가스카르의 면적이 우리나라보다 약 6배가량 넓다 보니 여정의 반은 길 위에서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남쪽을 향해 달리던 자동차가 서쪽 길로 접어들고도 몇 시간이나 더 달렸을까. 마다가스카르에 도착해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거대한 나무가 하나, 둘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멀리서 봐도 그 나무는 눈에 띌 정도로 거대하다. 그 나무가 바오밥 나무라는 걸 알아보고는 부랴부랴 카메라를 꺼내 든다. 모론다바에 가까워질수록 길옆으로 스쳐가는 바오밥 나무가 점점 많아진다. 마다가스카르에 있는 웬만한 건물보다도 훨씬 큰 높이. 모론다바 지역에서는 바오밥 나무를 신성시 여기기 때문에 유독 잘 보존이 되고 있다고 한다. 안치라베에서 8시간을 넘게 달려 도착한 모론다바는 마다가스카르 서쪽 해안에 자리한 어촌이다. 과거에는 해적들이 많이 사는 지역으로 알려졌으나, 현재는 바오밥 나무 덕분에 여행자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이다. 모론다바 시내에서 서쪽으로 조금만 걸어 나가면 해변이 펼쳐진다. 그곳은 모잠비크 해협과 모론다바 시내를 흐르는 강이 만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모론다바 해변은 이른 새벽 어부의 고기잡이로 하루를 시작해서, 밤이 되면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변한다. 산책을 하기에 좋고, 현지인들의 생활을 조금은 더 가까이에서 마주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모론다바 시내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에는 이번 여행의 최종 목적지인 바오밥 나무 군락지가 있다. 마다가스카르에 오기 전부터 인터넷으로 수도 없이 봐왔던 바로 그 장소다. 건기 때와 우기 때의 풍경이 다르기 때문에 모론다바 지역은 사진가들이 여러 번 찾는 지역이기도 하다. 사진으로만 보던 장면을 두 눈으로 마주했을 때의 감동은 직접 가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다. 어린 왕자가 말한 대로 바오밥 나무는 정말 어마어마한 크기였다. 대자연 앞에서 인간은 정말 작은 존재라는 걸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커다란 바오밥 나무가 가로수처럼 늘어선 길. 그 사이로 사람과 자동차가 지나는 모습은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 비현실적인 풍경을 넋 놓고 바라만 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한 걸음, 한 걸음 동화 속 장면으로 들어가 본다. 그냥 보면 여느 아프리카의 농촌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지만 바오밥 나무 덕분에 주변은 전혀 다른 세상이 된다. 말 그대로 다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유일한 풍경인 것이다. 이곳에 있는 바오밥 나무들은 보통 500년 이상 나이를 먹었고, 1000년 이상 된 바오밥 나무도 존재한다. 탄자니아와 모잠비크, 그리고 호주에도 바오밥 나무가 자라지만, 마다가스카르에 가장 여러 종의 바오밥 나무가 자라고 있으며, 길고 곧게 뻗어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듯한 모습의 바오밥 나무는 마다가스카르에서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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