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인쇄본을 받자마자 딸래미에게 선물해줬는데, 우리집의 첫번째 독자가 너무 좋아하네요 :)
색을 파는 가게 / 글,그림 나무토끼 / 월천상회
아내의 오랜 꿈 중 하나는 그림책 작가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육아 중에 시간을 쪼개서 관련 수업을 찾아듣고, 엄청나게 다양한 책을 읽고, 사람들을 만나고, 스토리텔링을 공부하고, 그림이 손에 익을 때까지 연습하고... 성격 급한 저와 다르게, 아내는 스스로 납득될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두고 단계를 하나하나 밟아나가는 정공법을 택했습니다.
이야기 하고 싶은 주제를 선정하고,
책의 구조를 설계하고,
스토리라인을 짜고,
머릿속 이미지들을 한장씩 그림으로 그려내고,
표지와 내지까지 다 엮은 한 권의 책을 만들기까지,
책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 하나하나를 옆에서 지켜보는 것은 굉장히 신기하고 인상적인 경험이었어요.
+
(그림책이니깐 당연하긴 하지만) 그림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쓴 책이에요. 저렇게까지 고민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선 하나, 색깔 하나까지 꼼꼼하게 챙기더라구요. 한장 한장 손으로 그려가는 과정이 쉽지 않아보여서 중간에 제가 아이패드와 태블릿을 선물했는데, 디지털로는 이 갬성이 안나온다며 원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양한 종류의 물감과 색연필, 펜으로 한땀 한땀 그리더군요. (제 선물은 고스란히 당근마켓으로... -_-;; )
휘휘 넘기면 3분이면 볼 수 있는 작은 책이지만, 그림 하나하나 찬찬히 들여다보면 1시간 동안 푹 빠져서 읽어볼 수도 있다는 게 그림책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주제 자체가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고 있기도 하고, 페이지마다 그림 기법이 조금씩 달라서 그런 부분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ㅎㅎ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로 그림책 작업을 하면 '원화'가 남는데, 붓터치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남아있어서 책으로 보는 것과는 또다른 매력이 있네요. 집에서 원화 그림을 보고 있으면, 조그만 미술관에 들어온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언제 집에서 출판기념회(?) 겸 원화 전시회라도 한번 해야겠네요. (나무토끼 작가님의 동의는 구하지 않았지만...)
아무튼, 용기내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아내의 첫 걸음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출간 과정에서 아낌없이 격려하고 도와주신 월천상회 출판사 담당자분들께도 감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