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이것저것, 한 해를 정리해봅니다.
2020년 올해의 이것저것 정리.
여러모로 잊지 못할 한 해였지만 (많은 분들과 비슷하게, 부정적인 의미로 -_-)
그래도 돌아보니 나름의 소소한 성취들이 있었네.
오랜 준비기간을 거쳐서 아내가 드디어 그림책 작가로 데뷔했다. 작년까지는 천천히 긴 호흡으로 준비했다면, 올해는 마무리를 목표로 여름부터 빠르게 달려서 드디어 책 출간. 긴 시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한 아내에게 박수를... ㅎㅎ 책을 기획하고, 그림을 그리고, 교정을 하고, 원화를 스캔하고, 인쇄 감리를 하는 과정을 어깨너머로 지켜봤는데, 그림책 한 권을 제작하는 건 굉장히 많은 단계를 거쳐야하고 그 과정에서 많은 분들의 수고가 필요한 일이었다. 아직 이 책을 만나보지 못하신 분들이라면, 예스24와 알라딘, 교보문고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우연한 기회로 인프런 온라인 강의를 찍게 되었다. 최근에 온라인 강의 서비스가 엄청나게 많이 생겼는데, 지식공유자 입장에서 인프런은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파트너였다. 막연히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수강해주셨고, 좋은 리뷰를 남겨주셔서 스스로 학습하고 지식공유를 하는 것에 대한 동기부여가 많이 되었다. 생각해보면 그로스 해킹 주제로 첫 강의를 했던 게 2013년이었는데(까마득...), 지금도 모자라지만 그때는 뭘 안다고 나가서 외부 강의를 했나 하는 생각이 ㅋㅋ (그냥 용감하긴 했었구나...) 수 년간 수십 번의 강의를 진행하고, 또 여러 서비스에서 기획과 데이터 분석 실무를 진행하면서 조금씩 살을 붙인 게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아는 것들은 한번 싹 정리해서 쏟아냈으니, 이제 또 열심히 채워넣어야 할 때가 되었다. 일단 책만 마무리하고... (Coming Soon...)
연초 조직개편이 되면서 데이터 분석 조직과 마케팅 조직을 함께 담당하게 되었다. 마케팅 데이터를 분석한 적은 있지만, 실제로 이게 어떤 과정을 통해서 어떻게 쌓이는지에 대한 이해가 없어서 마케팅 신입사원이 되었다는 생각으로 하나하나 빡세게 공부함. 페이스북이랑 네이버 등 주요 채널의 광고 운영 프로세스, 앱스플라이어 로데이터 다각도로 살펴보기, Braze를 활용한 CRM마케팅, 여러 플랫폼의 마케팅 데이터를 API 연동해서 가져와서 파이프라인 만들기 등등등... (올해 선형대수랑 통계학 이것저것 더 공부하겠다는 원대한 결심은 마케팅에 밀려 Fail...)
1년을 해 보니 이제서야 간신히 마케터들과 어떤 주제로 이야기할 때 같이 의견을 나누고 토론할 수 있는 정도는 된 것 같다. 이와중에 마케터 채용한다고 많은 분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고, 제안을 하고, 거절을 하고... 정신없는 한 해를 보냈네. 다양한 경로로 가르침을 주신 많은 분들 감사합니다 :)
회사 자기계발비를 대부분 책 구입에 써서, 올해도 알라딘 멤버십은 내내 플래티넘 유지... 구매내역을 보다보니 한 권을 뽑기가 너무 어려워서, 올해 만난 인상적인 책 몇 권을 짧게 정리해본다.
마케터와 데이터분석가 사이에 있는 그 누군가가 읽으면 좋은 책이다. '빅데이터'라는 제목이 들어간 책 치고 괜찮은 책이 별로 없는데 ㅋㅋ 이 책은 정말 좋았다. 예전에 '린 분석' 처음 발견하고 읽었을 때 느낌? 읽으면서 여기저기에서 엄청 감탄했고, 여기서 발견한 인사이트를 아직 서비스에 다 녹여내지 못할 만큼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준 책. 개인적인 미스테리는... 이 책은 왜 유명해지지 않았나??!! (출판사 일해라...)
SF소설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아 생각해보니 마션과 아르테미스는 재밌게 읽었구나), 우연히 리디셀렉트에서 발견하고는 이틀 간 출퇴근길을 순삭시킨 책. SF라고 하면 뭔가 논리적이고, 정교하고... 이런 이미지였는데, 이 책은 상상력과 감성을 자극하는 따뜻한 SF라고 해야하나. 짧은 이야기 하나하나가 흡인력이 대단했다. 이거 읽다가 지하철 못내리고 회사 지나칠 뻔... 결론적으로는 깁초엽 작가님께 입덕하는 계기가 된 책이다 +_+ 최근에 기대되는 한국 (여성) 작가분들이 엄청 늘어나고 있다.
리드 헤이스팅스의 '규칙 없음'이 올해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된 책이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마크 랜돌프가 쓴 이 책도 굉장히 좋았다. 넷플릭스의 시작과 위기, 성장 과정이 잘 정리되어 있고, 서비스가 성장하는 것과 동시에 창업자의 한 사람으로서 마크 랜돌프가 성장해 간 모습이 잘 나타나 있음. 넷플릭스는 여러모로 올해의 핫한 스타트업으로 인정?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자산배분' 투자에 대해서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던 책. 저자 이력도 굉장히 흥미로웠고, 스스로 공부하면서 자산배분을 배워가는 과정에 대해서도 공감이 많이 되었다. 실제로 이 책 바탕으로 올해 중반부터 개인 투자 포트폴리오 싹 조정함. (아 물론 저자와 생각이 일부 다른 부분이 있어서, 책에서 추천하는 방향과 완전히 똑같지는 않음 ㅎㅎ)
깨작깨작 헬스장에서 운동 비슷한 걸 하고 있다가,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실내 운동을 하기가 꺼려져서 러닝을 시작했다. 나이키 런 클럽 앱을 받았더니... 무려 10년 전에 탄천을 달린 기록이 남아있어서 깜놀 ㅎㅎ 10년 전 기록을 목표로 뛰고 있는데, 이제 체력이 달려서 쉽지 않음 -_-; 5월에 처음 달렸을 때는 1km를 쉬지 않고 뛰는 것도 너무 힘들어 죽을 것 같았는데, 10월에는 4km를 쉬지 않고 뛸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추워서 못 뛰고 있다는 게 함정 ㅠ) Slow & Steady...
올해의 드라마 원픽은 이태원 클라쓰. 사실 드라마 나오기 전에 원작 만화를 봐서 알고는 있었는데, 드라마로 보니 훨씬 더 생동감있고 좋았다. 조이서 미스캐스팅 논란이 있다고도 들은 것 같은데, 원작 만화와 이미지가 많이 다르긴 하지만 김다미 연기는 전반적으로 흠잡을데가 없었다고 생각. 조이서 캐릭터는 정말 대단했다. 딸은 저렇게 키워야지! 참 이 영화의 가장 큰 반전은 김다미 키가 170cm이라는 게 아닐까 싶다. 박서준 옆에 있으니 엄청 작아보였는데 ㄷㄷㄷ 시리즈를 관통하고 있는 메시지도 명확하고 설득력이 있었고, 원작의 감칠맛나는 대사도 잘 살렸고, 여러 배우들의 입체적인 모습을 보는 게 즐거웠던 드라마.
우후죽순 생기는 자산관리 유튜브 중에 단연 탑이라고 생각한다. 연금저축과 IRP 관련한 정보 찾다가 우연히 발견했는데, 정말 핵심적인 내용만 쏙쏙 잘 정리해서 쉽게 설명해주는 영상이 너무 인상적이라서 몇 개 더 보다가 바로 구독! 개별 종목 추천 일체 없고, 말 그대로 '내 돈을 내 손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금융에 대한 상식들을 쉬운 언어로 잘 설명해준다. 최근에 책도 내심. ㅎㅎ 자산관리나 투자에 대해서 고민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꼭 봤으면 좋겠다.
이제 민속놀이(?)가 되어버린 스타크래프트. 이제 프로팀도 없고 리그도 거의 다 사라졌지만, 그나마 아프리카 스타리그가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의 ASL은 말 그대로 '이영호를 이겨라' 같은 느낌으로 진행되어 왔는데, 이영호는 이번 시즌 10에서 종족을 선택하지 않는 '랜덤'으로 참여하겠다고 선언하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현재의 최강자 자리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방식으로 더 높은 곳에 도전하는 이영호의 자세가 인상적이었고, 랜덤으로 나온 이영호의 경기력은 더 인상적이었다 ㄷㄷㄷ 보면서 ㅇㅅㄱ을 몇 번이나 외쳤던가...
10년째 타던 차가 잔고장이 늘어서 큰 마음 먹고 새 차를 질렀는데;;; 여러모로 너무 만족스럽다. 인프라를 고려해봤을 때 아직 전기차는 무리인 것 같아서 아쉬운대로 하이브리드 모델을 골랐는데, 전기로 구동되는 부분에서의 소음이나 연비가 너무 좋다. 다음 차는 전기차 사볼만하겠다는 생각이 +_+... 그리고 무엇보다 10년사이 기술이 너무 많이 발전했다! 크루즈 컨트롤, 차선이탈 방지, 후측방 충돌 경고 등등... 써보니 좋은 기능이 너무 많아. 와 이런 거 모르고 지금까지 완전 수동으로 운전하고 있었다니 -_-; 현기차 니네들 그동안 열심히 했구나. ㅎㅎ 자율주행 된다는 테슬라는 얼마나 좋을지 상상이 안감...
추운 날씨를 싫어해서 매년 겨울이면 동남아로 가서 리프레시를 하곤 했는데, 올해는 겨울 여행 일정을 못 잡아서 너무 아쉽다. 여행은 사치재가 아니라 필수재구나 -_- 라는 생각이 드는 1년이었음. 흑흑... 공항에서 느껴지는 묘한 들뜬 분위기, 낯선 도시에서 느끼는 공기의 어색함, 한국어가 아닌 말소리가 들리는 거리 풍경... 많은 게 그리운 한 해였다. 그 와중에 소소한 위로가 되었던 랜선투어.
처음에는 마이리얼트립 직원 포인트가 남아서 (여행을 못가니깐-_-) 이거라도 써야겠다 싶어서 예약하기 시작했는데, 직접 경험해보니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한동안 가족들과 함께 랜선투어 세계여행을 다녔다. 현지 사정에 따라 중간중간 사건사고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굉장히 만족스러웠음. 실시간 라이브로 보는 현지 풍경도 좋았지만, 도시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 가이드분들이 굉장히 잘 설명해주셔서 잘 준비된 교양 수업을 듣는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 특히 좋았던 도시는 홍콩, 베네치아, 세고비아.
나 뿐 아니라 굉장히 많은 사람들에게, 올해의 키워드는 코로나가 아니었을까. 나는 특히나 여행 회사에 다니고 있어서 그 영향이 정말 컸던 것 같다. 여행을 못 가고, 친구들과의 만남이 취소되고, 회사 실적이 하락하고 등등... 소소한 개인적인 아쉬움부터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큰 아쉬움까지. 정말 '아쉬움'이라는 단어를 빼고는 2020년을 설명할 수가 없는 듯. 무엇보다 이런저런 계기로 팀을 떠나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동료들을 보내면서 아쉬움이 컸다. 내년엔 올해보다 조금은 더 나아지길. 모두가 잃어버린 일상을 되찾고, 웃음을 되찾을 수 있길 바란다.
그리고 내년에는 올해 못 간 여행을...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