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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꽃피는 Apr 08. 2020

인공수정, 그 이야기의 뒤켠

46세 난임 일기 4 : 한방 난임치료로 눈을 돌리다

인공수정 1차, 그 뒷이야기



" 언니, 왠지 나는 한 번 만에 성공할 것 같아."


40세가 넘는 나이에 휴직을 하고, 두 차례 체외수정(시험관) 시술을 했던 지인 앞에서 나는 깨방정을 떨었다. 그녀는 자궁난관(나팔관)이 막혀 난임 클리닉을 찾았고, 두 번의 실패 이후 너무 힘들다며 더 이상의 노력을 포기한 상태였다. 물론, 언니는 철없는 나의 반응에 맞장구를 치며 응원을 해주었다.


그런 근거 없는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나의 첫 번째 인공수정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크게 실망하거나 의기소침해지지는 않았다. 남들보다는 조금 힘든 가정환경에서 자라오면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연마한 낙천적 성격 때문이었다. 물론, 한 때는 숨만 쉬어도 눈물이 났던 시절이 내게도 왜 없었겠냐마는, 내가 가진 타고난 둔한 성격과 근거 없는 자신감은 난임 극복을 위한 여러 가지 과정을 거치는 도중에도 큰 도움이 되어주었다.


이제 와서 살짝 고백하자면, 나는 나이만 많은 난임 환자가 아니었다.


BMI 지수까지 초고도비만인 골칫거리 환자였다. 물론 담당 선생님은 그런 내색은 하지 않으셨다. 사실, 선생님이야 우리보다 어쩌면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는 다른 환자들-난관 협착이라든가, 난소 기능에 문제가 있다거나, 남편 정자의 활동성이 현격하게 떨어진다거나, 무정자증인 환자들을 지켜봐 온 입장에서 어쩌면 우리 부부가 극복해야 할 문제는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여기셨을 수도 있다. 힘들겠지만, 살이야 빼면 되는 거니까 말이다.


하지만, 보기 좋게 두 번째 인공수정 시도도 실패로 돌아갔다. 나는 여전히 해맑았다. 충격을 받지도 않았고, 좌절을 하지도 않았는데, 두 번째도 실패라고 하니 오히려 담당의가 놀라는 눈치였다. 별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성공할 거라고 생각하셨나 보다.


그런데, 다음 달 일정을 잡으려고 할 때,

병원에서 건넨 말 때문에 이번엔 내가 놀랐다.


"어떻게.... 음, 좀 쉬시다가 다시 시도하시겠어요?"


뭐지?

나는 인공수정 과정이 조금도 힘들지 않았었는데, 왜 병원에서는 나더러 쉬라고 하는 걸까?

난임의 원인이 비만이라고 생각하기에, 몸 좀 만들어 오라는 것일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이 글을 쓰면서, 다른 분들의 후기를 검색해보니, 나는 정말로 운이 좋은 축이었다. 과배란을 촉진하는 경구복용약과 주사제 등의 영향으로, 난소 과자극 증후군, 다낭성 난소증후군으로 고통받는 분들도 상당히 많이 있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복수가 찰 수도 있고, 이로 인해 호흡이 힘들다거나, 소화 기능 저하로 식사도 제대로 못한다든지, 소변을 제대로 못하는 증상을 겪으시는 분도 계셨다. 과배란을 위해 고농도의 호르몬이 체내로 들어오면서, 내분비계 교란이 일어나 난소 기능 저하를 경험하기도 하나보다. 따라서 과배란을 통한 보조생식술을 시술받는 경우는 충분한 휴식기가 필수적으로 동반되어야만 한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도 궁금하다. 인공수정을 두 차례 거치면서, 나는 이 같은 부작용을 한 번도 경험하지 않았는데, 왜 병원에서는 쉬라고 했을까. 멘탈 관리 때문에? 나는 조금도 의기소침해하지 않았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몸에 무리 가지 않게 완급조절을 해주신 거였는데, 그때 나는 그런 걸 몰랐었다.




이유야 어쨌든 간에 병원으로부터 뜻밖의 휴가를 받은 나는 새로운 시도를 꾀하게 된다. 바로 한의학적인 측면에서 난임문제에 접근해 보는 것이었다.


남편은 나에게 부산한의사협회에서 진행하는 한방 난임치료 안내문을 링크해 주었다


현재 한방 난임치료 사업의 경우 4개월간 치료 및 비용을 지원해 주는 걸로 혜택이 축소가 되었는데, 내가 경험할 때는 무려 10개월간 케어를 받을 수 있었다. 물론, 여러 단계의 복잡한 지원절차를 통과해야만 하긴 했다.


우선, 신청서와 구비서류를 메일이나 팩스로 제출을 했다. 신청서는 거의 호구조사 수준에 가까운 설문지였다. 이름, 주민번호, 자택 번호, 전화번호, 현주소, 이메일, 결혼 연도, 직업, 한방 난임사업을 접하게 된 계기부터 시작해서, 키, 몸무게 등의 간단한 신체 사이즈 정보까지 일차로 입력해야 했다. 그러고 나면 본격적인 질문에 들어간다.


본인과 배우자의 과거 및 현재 병력, 과거 및 현재 난임 치료 여부, 한약과 침구 시술에 대한 민감성 정도, 복용하는 약,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생활습관, 유산 및 임신 경험 등... 당연히 치료를 위한 의학적 백그라운드로 꼭 필요한 내용이긴 했지만, 작성할 때 어느 정도 압박감을 받는 것도 사실이었다.


한의사협회에서는 어떻게 보면 당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짜증날만큼 세세한 것 하나까지 고려해 대상자를 선별하고 있었다. 내가 알기로는 난임치료에 있어서 한방의 우수성을 홍보 및 입증하기 위해 진행하는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일반 병원에서 현대의학을 통해서도 힘든 분들은 배제되는 것 같아 보였다.


가끔, 현대의학으로 도저히 치료 불가능한 증상을 가진 환자가 한방 치료를 통해 기적처럼 짠~ 하고 회복하는 사례가 있긴 하지만, 이 사업은 기적을 위해 진행되는 사업이 아니었다. 이 프로젝트의 대상은, 명확한 난임의 원인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생기지 않는 부부를 한방치료의 관점에서 각을 달리해 접근하는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할 것 같다.


1차 지원서류를 제출하고 나면, 2차 선별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아내의 경우 해당 보건소에서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를 통해 기초검진 결과를 제출해야 하며, 남편의 경우 정액검사 결과지를 제출해야 한다. 정액검사의 경우 검사비가 저렴한 공공의료기관을 안내해 주었다. 병원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토요일 어느 날, KBS 부산 방송국 근처에 있는 수영구의 어느 병원의 텅 빈 복도에 앉아 남편이 나오기만 기다렸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남편의 정액 검사비는 지원이 되지 않았고, 나의 기초검진 비용은 영수증을 제출하고 전액 환불받았었다.


여기까지 왔으면, 신청 단계가 거의 마무리된다. 한의사협회에서 검사 결과를 심사한 후, 최종 선정자로 확정받게 되면, 신청서를 작성할 때 본인이 희망했던, 희망 지역 1순위, 2순위, 3순위의 한의원들 중 한 곳을 안내받게 된다.


나는 고민하다가, 집 근처 말고 출퇴근 시 반드시 거치게 되는 서면 쪽 한의원을 신청했다. 각 지역마다 여러 개의 한의원이 있기 때문에, 해당 한의원에 할당된 TO가 다 차지 않는 한, 본인이 희망하는 장소, 희망하는 한의원을 배정받게 된다.


앞서도 밝혔듯이, 현재는 4개월로 사업내용이 축소되었지만, 나는 무려 10개월간 알뜰살뜰한 케어를 받았다. 그중에서 4개월은 한약 및 약침치료를 받았고, 나머지 6개월은 약침 및 침구치료를 받았다. 비용으로 환산하면 300~500만 원가량의 혜택이라고 했던 것 같다.


이 포스팅을 통해, 한방 난임치료 후기를 작성하려고 했는데, 설문지의 압박으로 글이 너무 길어져 버렸다. 2년 간 경험했던 한방 난임 치료기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글을 통해 계속 이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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