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고 혼란한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잃지 않을 것인가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시인 윤동주,
그에게도 사랑하는 가족이 있었습니다.
멀리 경성에서 공부를 하며 멋진 시를 쓰는 형을 무척이나 따랐던 동생, 일주.
뮤지컬 <민들레 피리>는 서로를 너무나 아꼈던 두 형제의 이야기입니다.
형은 고향인 만주 명동촌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경성에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기에 형제는 늘 편지로 서로의 안부를 묻곤 했습니다.
가족들은 잘 지내는지, 공부는 잘하고 있는지, 별일 없는지...
그런 일상들을 형제는 편지를 통해서 나눕니다.
방학이 되면 형이 고향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럴 때면 동생은 신이 납니다.
그동안 편지로도 다 못 나눴던 이야기를 실컷 나눌 수 있으니까요.
형은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을 보며 동생에게 별자리를 알려줍니다.
별을 좋아하는 형은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시를 쓰겠다고 합니다.
그런 형을 보며 동생도 시를 쓰고 싶어 집니다.
길가에 핀 민들레 꽃을 꺾어 줄기로 피리를 만들어 부는 방법도 형에게 배워봅니다.
그렇게 그들의 일상이 흘러갑니다.
어느덧 방학이 끝나고 형이 다시 학교로 돌아가야 할 시간입니다.
동생은 아쉬운 마음에 형의 가방만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그렇게 그들은 다시 보자는 인사를 나누고 헤어지게 됩니다.
안녕...
경성으로 돌아온 형은 학교가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곧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게 되는데, 그곳에서도 조선인으로 공부를 해내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기 시작합니다.
동생은 그런 형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조마조마해집니다.
건강히 잘 있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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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민들레 피리>의 넘버 가사들은 윤동주, 윤일주 시인의 시들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더 넘버가 아름답게 들리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서시', '별 헤는 밤', '쉽게 쓰여진 시', '팔복', '자화상'...
그 시들이 넘버로 재탄생되어 무대를 가득 채웁니다.
그리고 윤일주 시인의 시 '민들레 피리', '설조' 등의 시도 노래로 만들어져 극장 안을 가득 채웁니다.
극은 두 형제가 편지로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으며 나누는 글들로 채워집니다. 서로의 건강을 걱정하고 꿈을 응원하며 그렇게 일상적인 글을 나눕니다.
그러다가 '이런 시대에 시를 써도 되는 걸까?'라는 물음을 던집니다.
이런 시대... 우리말로 글을 쓴다는 것이 쉽지 않았던 그 시대를 살아야 했던 그분들의 고뇌가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창씨개명이 강요되고 우리말이 아닌 일본어를 써야만 했던 그 시대.
이런 시대니까 더 시를 써야지, 라며 시인들은 펜을 듭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에게 전해져 오는 아름다운 글들을 써내려 갑니다.
전체적으로 극은 잔잔하게 흘러갑니다.
그 어떠한 자극적인 설정 없이 오로지 두 형제의 이야기만을 따라갑니다.
그럼에도 어떠한 깊은 울림을 주는 극입니다.
쉽게 글이 쓰여진 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던 윤동주 시인을 생각하면 그저 먹먹함만이 남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처음 무대에 올려지는 초연작입니다.
이 작품은 작년에 딤프(DIMF/대구 국제 뮤지컬 페스티벌)에서 창작 지원작으로 선정이 되어 무대에 올려진 적이 있는데, 그때 처음 이 공연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본 공연이 꼭 올라오길 바랐던 작품인데 올여름 본 공연이 대학로에서 올라오게 되어 공연이 되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개발 당시부터 윤동주, 윤일주 시인의 가족분들이 많은 도움이 주었다고 합니다. 가족분들이 가지고 있는 많은 자료들과 또 당시 만주 명동촌에서 쓰던 사투리도 알려주셔서 배우들이 사투리 연기를 하는데에 도움을 주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작품을 만들면서 두 형제의 이야기를 온전하게 담을 수 있게 많은 노력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작품이 유독 따뜻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화려한 무대도, 자극적인 어떠한 사건이 있진 않지만 오롯이 두 형제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들의 아름다운 마음이 내 마음에도 전달이 되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가득한 명동촌에서 두 형제의 아름다운 시를 통해 잠시나마 마음이 쉬어가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라봅니다.
그리고 극이 끝난 후, 윤일주 시인이 생전에 육성으로 남긴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 낭송이 흘러나옵니다. 이 낭송도 꼭 듣고 나오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공연기간 : 2025년 6월 15일 ~ 2025년 9월 17일
공연장소 :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2관
예매처 : 예스24티켓, NOL티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