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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초 Mar 19. 2024

책방 좀 다녀오실게요.

책 수집가의 소소한 취미

나의 가치관과 이상을 담은 동네 책방을 운영해 보고 싶다.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하는 모든 일의 기저에는, 진정성을 갖고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을 책임감이 깔려 있다. 나만이 갖고 있는 독창적인 콘셉트를 잘 살려서, 열정으로 대할 수 있는 일을 한다면 금상첨화겠다.

나는 스스로 일을 벌이는 타입은 아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스스로 하고자 하는 일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추진력이 강한 사람이 조금은 부럽다. 그렇다고 뭔가 시도도 안 하는 타입은 또 아니다. 이미 벌여놓은 판에 호기롭게 뛰어드는 결단력은 충분한 사람이다. 조금 생경하지만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일을 해보고 싶을 때는 크게 주저하지 않는다.

어려서부터 지적 호기심을 채워줄 만한 무수한 일들, 가령 문화적 체험이나 도서관에 가는 일이나, 낯선 곳을 여행하거나, 여러 분야의 영역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사람들을 접한다거나 하는 일들에 자주 노출되지는 않았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인간사의 기본 공식처럼, 외부 환경에 두루 노출되고 거기에서 파생된 지적호기심으로 여러 일을 도모해 볼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 지금에서야 문득 아쉬워진다.

'좀 더 빨리 알아서, 좀 더 빨리 배웠더라면 좋았을 걸' 하는 일들이 많은데, 문제는 좀 더 빨리 알았다고 하더라도 단순히 배움으로만 그쳤을 일들이 더 많았다는 것이다.

나의 의지와 생각이, 배움 이후까지 확장되도록 일을 벌였어야 하는 것이지, 안 배워서 여태껏 못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큰 이변이 없는 한 벗어날 일이 없는, 정년이 보장된 일을 하고 있는 지금에서야 드는 생각은 '내가 너무 편안하게만 살아왔구나.' 하는 각성이다. 반 백이 넘는 지금에 와서야 현타가 왔다.


또 한 번 얘기하지만, 나는 동네 책방을 운영해 보고 싶다. 나만의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정직한 공간이라면 좋겠다.

나의 이름을 내걸고 하는 일을 도모해보고 싶은 강한 욕구가, 지금까지 어디에 숨어있다가 이제야 발현이 된 건지는 모르겠다. 이미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도 모든 조건을 갖춰놓고 시작한 게 아닐 텐데, 좀 더 공격적으로 내 인생의 길을 개척하지 못했다는 지금의 미련이, 마음에 파장을 일으켰다.

주변의 여건과 상황만 탓하고 있었구나. 지금이라도 깨달았으니, 지금부터 시작하면 되는 거지.

큰 일을 도모하기 전의 세세한 준비라는 것이, 단순하게 생각하고 단시간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생각으로만 세월을 허비하고 지지부진 미룰 수만은 없지.

요즘, 콘셉트와 아이템에 대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 그 방법의 일환으로 곳곳의 독립 서점을 두루 다녀보려 한다.

주 40시간 정해진 일을 하는 직장인에게는 주말 이틀의 시간이 늘 무계획의 여유 있는 시간은 아니지만, '1주일에 한 곳은 반드시 간다.'는 원칙을 세웠다. 두루 다니면서 나만의 원칙이 확고해지고 습관으로 자리 잡힌다면 준비하는 시간은 단축될 것이다. 이제 겨우 세 곳을 다녀온 게 전부지만, 그 시작에서 가능성과 희망을 보았다. 나의 무계획적인 계획에 대해!

시작을 기점으로 마음을 단단하게 다잡고 갈 수 있는 동기 부여가 된다는 점에서, 희망을 가지는 일은 중요하다. 혼자만의 계획이긴 하지만, 구체화되어 갈 이 계획이 견고해지기까지의 과정도 나에겐 깨달음을 주는 귀중한 시간이다. 작은 조각들을 모아서 큰 퍼즐을 완성하는 것처럼, 작은 아이디어들을 수집해서 촘촘하게 연결하는 과정일 테니, 즐기려 한다.

책을 사고, 시간을 들여 읽는 게 즐거운 사람이다. 그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을 직접 내어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가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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