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시작
내가 언제부터 장국영을 좋아했지..
내가 언제부터 왕가위 감독의 영화를 좋아했지..
수많은 홍콩배우들 속에서도 왜 장국영이었을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음... 처음부터 장국영이라는 사람에 푹 빠지게 된 것은 아닌 것 같아. 홍콩영화도 마찬가지고.
아마 홍콩과의 첫 만남은 고등학교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주장에 대한 근거는 매 크리스마스마다 "화양연화"를 보는 내 습관!
그 행동의 시작이 2019년 말부터 시작된 것으로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아마 그때즈음 이루어지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생각해보면, 첫 영화는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비정전이었고, 그 다음 날은 중경삼림, 그 다음은 화양연화 순이었는데 역설스럽게 나의 최애는 장국영이지만, 최애영화는 화양연화로 영화의 색감과 분위기에 빠져 아직까지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때부터 였던 것 같다. 봄비가 소리 없이 사물은 적시듯 나는 천천히 홍콩영화에 스며들었다.
홍콩이라는 봄비가 나를 꽤나 적셨을 시기인 2020년 1월 말, 나는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스스로에게 졸업선물로 선사한 대만여행이 다가옴에 따라 내 심장은 요동치고 있었다.
'대만에 가면, 지우펀도 가보고! 아 그 온천도 가봐야지~! 나는 우라이온천으로!"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근 2~3년간 우리의 삶을 통째로 바꿔놓을 코로나가 다가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왜 홍콩영화를 좋아하는 데, 첫 여행지가 대만이었냐고 묻는다면 큰 고민없이 그냥이라고 하겠다!
혼자가는 여행이라 대만이라는 나라가 비교적 안전하여 첫 해외여행지로 많은 사람들이 추천한다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모티브가 되기도한 지우펀을 방문하여 그 분위기를 느끼고 싶었고, 홍콩영화는 좋아했지만 그때는 홍콩이라는 나라를 가고싶다!라는 생각까지는 하지 않았었다. 허나 인생은 원래 계획대로 되지 않는 법. 예상치 못했던 복병이 우리를, 아니 전세계를 뒤덮었다.
[코로나로 인한 국경봉쇄]의 시작.
사실 내 여행이 계획 되어있던 2월까지는 국경봉쇄가 시작되지 않았다. 내 주변에도 가족여행으로 유럽을 다녀온 친구도 있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부모님과 이모들의 걱정과 반대로 나는 울며겨자먹기로 모든 것을 취소할 수 밖에 없었다. 단, 한 줄로 끝나버릴 수도 있는 내용이지만, 정말 고생했다. 아직 코로나의 심각성이 크게 알려지지 않은 터라 항공사는 수수료를 물고 취소해야했고 아고다는 되지도 않는 영어로 외국인과 통화해가며 간신히 모든 금액을 환불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시작된 온라인 수업과 마스크 대란.
내 친구들은 등록금은 똑같이 내는데, 학교 측에서 코로나 이전에 찍어놓은 영상으로 수업을 대체한다.
제대로 된 학교 생활을 즐길 수도 없는데 너무 비싸다.라는 식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굳이. 지금. 코로나 전과 같은 등록금을 내며. 대학에서 얻을 수 있는 혜택들을 누리지 못한 채. 그렇게 살아가야 할까? 라는 생각을 매일 하던 때, 나는 다짐했다.
'아빠! 나 지금은 대학교를 가고 싶지 않아'
물론 아빠의 수많은 반대에 부딪히며, 나의 이유와 목적을 설득하느라 꽤나 오랜 시간을 사용했지만 후회는 없다. 그리고 나는 다짐했다. 온라인 수업이라도 대학교를 간 친구들에게 뒤쳐지지 않게,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겠다고.
친구들은 일어나 비몽사몽 방한켠에서 출석체크를 위해 노트북을 켜고 교수님과 랜선 동기들을 만날 때, 나는 내 방 한켠에서 책들을 펴 수많은 위인, 작가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때 내 심장을 뛰게한 한 책을 발견했으니 그것은 바로 스타벅스 창업자이자 전 CEO인 하워드 슐처의 "온워드(Onward)"였다.
그의 경영철학과 스타벅스의 가치관, 세계적인 기업의(신세계 주인이 되기 전이었다) 방법들을 글로 읽고나니 열정이 끓어올라 그들의 모든 것을 내 몸으로 직접 경험하여 배우고 싶었다.
여기서 잠깐, 장국영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아니냐 왜 갑자기 하워드 슐처이야기를 하는 건데?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수도 있을 것 같다. 허나 나에겐 꽤나 중요한 서사이니 조금만 참아주길 바라며.. 독자들에게 양해 구한다.
그리고 차근히 지원메일을 넣었고, 면접에서도 하워드 슐처의 자서전을 읽고 영감을 받아서 지원했다는 내용을 어필한 결과... 결과는 합격. 약간의 긴장감을 가지고 출근한 첫 날 나에게 주어진 첫 임무는 스타벅스 에서 불릴 이름 정하기. 다른 사람들은 이름을 정하는 게 어려워 점장님에게 몇가지 후보를 추천받기도 한다던데,
나는 바로 머릿 속에 생각나는 이름이 있었다.
"레슬리(LESLIE)"
장국영의 영어이름이기도 한 LESLIE를 하고 싶었다.
추후에 안 사실이지만, 그 당시 전국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에 레슬리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나 하나였다는 것을 알고 왜인지 모를 뿌듯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사실 생각해보면 그떄까지도 장국영이라는 배우에 대해서 엄청난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홍콩영화에 관심을 가졌었기에 여명, 양조위, 유가령, 장만옥 등 많은 배우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근데 이름을 정할 때, 딱 떠오른 이름은 레슬리였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무의식 속의 내가 장국영을 처음 부터 좋아하고 있었을지도..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그냥 운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확실히 내가 스스로에게 레슬리라는 이름을 붙여준 이 후 부터, 장국영에 대한 내 관심도와 애정이 급등하는 주식처럼 급격하게 상승했으니까.
근데 한 편으로는 재미있는 생각을 하기도 하는데, 만약 내가 그때 Leslie가 아니라 Tony(양조위의 영어이름)나 Maggie(장만옥의 영어이름)로 지었다면 나의 애정의 대상은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음.. 내 생각은 아니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레슬리라는 이름 외에 선택지는 나에게 없었기 때문에!
P.S 홍콩영화덕후면 모두 알 공간인 샤로수길의 <아비정전>은 왕가위홍콩영화의 컨셉의 식당이 있었다.
화양연화 레스토랑 씬에 나오던 그 가구들을 재현에 놓은 공간이 한국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던 공간이었다. 최근에 폐업하였는데, 폐업하기 전 한 번 더 방문하지 못한게 너무 아쉽다. 아시는 분 계시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추억을 같이 나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