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ep3.홍콩의 자랑 페닌슐라와 나의 별 없는 스타의거리

chapter 1. 구룡반도에서 장국영 찾기 - 침사추이

by LesliE

코로나 이후라 그런지, 아니면 신규노선이라 그런지, 체감 상 10명도 타지 않은 것 같은 그레이터베이항공에 몸을 실었다. 손님이 많던, 적던 큰 문제 안된다는 듯 우리의 비행기는 아주 멋있게 이륙준비를 마쳤다.


'Ready for take off'


그렇게 나를 홍콩까지 데려다줄 비행기가 천천히 떠오르자, 나의 비행기를 감싸주던 인천국제공항은 단 하나의 점이 되어버리더니 어느새 사라져 버렸다.


오후에 출발하는 비행기였던지라 홍콩국제공항에 도착하니, 어느새 시곗바늘은 사람들의 퇴근시간을 향해가고 있었다. 나의 숙소는 침사추이에 위치하여 있었기에, AEL을 타고 홍콩역에서 Tsuen Wan Line으로 갈아타야 했는데, 손에 들고 있는 든든한 구글맵 녀석 덕분에 전혀 어렵지가 않았다. 처음 방문하는 나라, 지하철역인데도 현지인처럼 퇴근하는 사람들의 틈에 섞여 침사추이로 향했다.


홍콩 여행을 머뭇거리는 사람이 있다면,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비싼 숙박비 일 것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라 홍콩여행을 떠나기 전에도 다른 나라들을 방문했었는데, 안전상의 이유로 무조건 호텔에서만 묵었었다.


허나 홍콩에서는 새로운 경험을 해보기로 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는데, 첫 번째는 홍콩의 숙박비는 매우 매우 비싸기 때문이었고 두 번째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내가 좋아하는 나라이기에 더 가깝고 친근하게 홍콩을 경험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첫 번째도 안전, 두 번째도 안전이었기에 수많은 곳을 검색하고 후기를 찾아보았다.

그렇게 선정된 곳이 홍콩 침사추이에 위치한 [Hop inn]이었다. 가격도 크게 나쁘지 않았고, 다양한 나라의 숙박객들의 후기가 좋았으며, 게하 특성상 도미토리 방이 대부분이었지만 여성전용 방도 있어서 괜찮게 느껴졌다.


약 1시간을 이동하여 도착한 나의 첫 게스트하우스. 홍콩 영화에서만 보았던, 건물의 5층에 위치하여 있었는데 엘리베이터를 내려 게하의 문을 여니 친절한 프런트직원이 나를 반겨주었다.


빠르게 짐을 풀고, 다시 밖으로 나갔다. 게스트 하우스를 찾기 위해 두리번거리며 곁눈질로 보았던 홍콩의 풍경을 이제야 내 두 눈으로 가득 담을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오후에 도착하는 일정이었기에, 오늘 일정은 크게 없었다. 8시에 시작하는 심포트라이트를 보고 천천히 걸어 스타의 거리를 방문하는 일. 그리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짐사저이 종루(시계탑)를 구경하며 돌아오는 것이었다. 3곳이나 방문한다니 너무 빡빡한 거 아니요!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사실 홍콩이라는 나라가 워낙 작기도 하고(홍콩 전체 면적은 서울의 1.82배이다) 그 3곳이 모두 모여있기에 충분히 가능한 일정이었다.


그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려 했는데, 그때 나의 뱃속에서 소리가 무슨 소리가 들렸다.


'꼬르륵...'


생각해 보니 이른 오전 인천국제공항 라운지에서 식사를 한 후, 계속 이동만 하여 아무것도 먹지 않은 것이었다. 체크인도 했겠다. 긴장도 풀렸겠다. 이때구나 하고 내 몸에서 배고픔의 신호를 보낸 것이다. 홍콩에서의 첫 음식메뉴를 고르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바로 완탕면! 사실 장국영이 자주갔던 완탕면 식당 '침사이키'를 가볼까했지만, 그곳은 센트럴에 위치하여있어 거리가 조금 있었기에 가까운 곳으로 향했다.


Shek Kee Wonton Noodles(錫記招牌雲吞)

허름한 외관과 심플한 테이블 몇 개, 무심한 듯 벽에 붙어있는 포스터와 홍콩연예인과 찍은 사진들.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내가 잘 찾아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심플했던 메뉴판을 보며 거침없이 Wonton with noodle를 주문한 후, 벽에 붙어있는 연예인 사진을 보며 저건 누구지.. 하며 얕은 홍콩 연예인의 지식을 총동원해 추측해보고 있었는데 그 스타가 누구인지도 알아내기 전에 홍콩느낌이 제대로 나는 이가 빠진 그릇에 완탕면이 담겨 나왔다. 벽에 걸린 스타는 조금이 따 알아보기로 하고, 우선 나의 완탕면을 맞이하기로 했다. 젓가락으로 면을 집어 한 입 먹었을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완탕면과의 첫 만남을 딱 5글자로 표현할 수 있다.


'어우 기름져'


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몇 번 먹고 나니 그 맛에 적응이 되었고, 완탕을 처음 먹었을 때의 그 느낌은 정말 최고였다. 너무 맛있어! 이가 빠진 그릇이 아니라 온전한 그릇에 담겨 나왔더라면 조금 서운?! 했을 것 같다는 웃기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홍콩에서 처음 만들어진 중화요리용 소스인 XO가 각 테이블마다 놓여있었는데, 빨간 음식 러버인 한국인으로서 노란 완탕면 위에 XO소스를 살짜쿵 넣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든든하게 한 끼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하는데, 이때 내가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었다. 바로 현금을 챙기지 않은 것.


홍콩을 여행하는 여행객이라면 모두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옥포토스 카드는 버스, 페리, 지하철 등 각종 교통수단 부터 음식점, 마트까지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다. 조금 과장을 보태어 이 카드 하나면 홍콩여행 준비는 끝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한 생각으로 공항 ATM에서 인출한 돈을 몽땅 옥포토스 카드에 집어넣었는데, 사실 홍콩에서는 현금만 받는 곳이 꽤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현금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식사를 마치고 부랴부랴 은행으로 달려가 현금을 인출하여 지불하였던 기억이 있다. 은행으로 향하는 내 모습을 보며 '먹은 완탕이 그대로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그때를 생각하면, 식은땀이 흐르는 것 같다.


어찌저찌 계산을 잘 마치고 난 후,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니 심포니 오브라이트의 시간까지 시간이 여유로워 천천히 이동하기로 했다.


홍콩 특유의 빨간 택시를 볼 때마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도 하였고, 신호를 기다리며 서있을 때에도 처음 방문했지만, 고향 같은 이곳의 곳곳을 둘러보려 고개를 가만히 두지 못하기도 하였다.



심포니 오브라이트는 홍콩예술관을 앞의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이 구경을 하는데, 그 공간 뒤에 떡하니 5성급 호텔인 페닌슐라호텔이 위치하여 있다. 바로 이곳이 2023년 홍콩에서 장국영 흔적을 처음 찾았던 장소, [장국영을 찾아 떠난 2001년의 홍콩여행]에 첫 챕터였다.


출처: 구글

장국영은 페닌슐라의 라운지인 '더 로비'의 천장을 홍콩의 자랑이라고 말을 하였는데, 이 날은 안으로 들어가 보지 않았지만 추후 이곳의 천장을 보고 난 후 꼭 가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아쉬운 대로 페닌슐라의 외관을 나의 카메라에 담았다. 그의 흔적을 소중히 간직하기 위하여.


그렇게 신호등을 건너 홍콩예술관 앞에 자리를 잡고 심포니 오브라이트를 기다렸다. 8시 정각에 시작했던 심포니 오브라이트. 생각보다 시작이 화려하지 않아서, 언제 하이라이트가 나오지 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벤트가 끝나버렸다.


엥? 설마 이게 끝이야?라고 생각하며, 주위를 둘러조니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를 뜨고 있었다. 기대를 많이 했기 때문일까? 홍콩의 심포니 오브라이트는 생각보다 별로였다. 발걸음을 옮겨 스타의 거리로 향했다. 심포니 오브라이트를 보던 곳에서 왼쪽으로 쭉 걸어가다 보면 다리가 하나 나오는데, 그곳으로 가다 보면 스타의 거리를 만날 수 있다.


제일 먼저 만난 홍콩의 스타는 유가령! 물론 양조위의 아내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지만, 그 당시 나에게는 아비정전의 서브여주로 각인되어 있었다. 익숙했던 그분의 핸드프린팅을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었다. 그 뒤로도 성룡, 영원한 수리진 장만옥 그리고 나의 최애영화인 화양연화의 주인공 양조위도 만났다. 심지어는 내가 좋아하는 홍콩영화의 주역 왕가위 감독의 자리도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만나게 된 장국영의 자리. 내가 홍콩에서 찾은 그의 두 번째 흔적이었다.

이 스타의 거리가 조성되기 전, 그가 세상을 떠나 다른 배우들과 다르게 핸드프린팅 대신 얼굴이 새겨져 있었다. 물론 왕가위 감독의 자리에도 핸드프린팅 대신 얼굴이 새겨져 있긴 했지만, 그건 전제자체가 다르니까. 이젠 영원히 받을 수 없는 장국영의 핸드프린팅을 생각하며 그의 얼굴이 새겨진 부분을 수십 번 쓰다듬었다.


'아... 나의 스타가 없는 스타의 거리이구나...'

나에게 홍콩의 스타의 거리는 마음이 한편이 빈 것처럼 허하게 느껴졌다.


홍콩의 밤공기를 맡으며, 어렵사리 발걸음을 옮겨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인 침사추이 시계탑(짐사저이 종루)으로 향했다. 물론 그곳으로 향하는 20분 동안 나의 머릿속에는 장국영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있었지만.


침사추이 시계탑은 44미터의 높이답게 위엄이 상당했다. 시계탑 앞에 야자수들과 분수로 잘 꾸며진 공간들도 있어 관광객뿐 아니라 홍콩시민들도 러닝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곳은 1915년 침사추이 구룡-캔톤 철도의 종착역의 일부로 세워졌다고 하던데. 1956년 생인 장국영이 태어나기 41년 전에 세워진 것 아닌가. 어느 순간부터 홍콩의 모든 것을 장국영과 엮어 생각하고 있는 내 모습이 꽤나 웃기게 느껴지기도 했다.


철도의 종착역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인 역이지만, 이제는 홍콩 침사추이의 대표 건축물로 단단하게 그곳을 지키고 있었다. 오전 8시부터 자정까지 매시간 종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 추후에 방문하시는 분들께서는 정각 시간에 맞춰 방문하셔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 길을 돌려 숙소로 돌아가려고 할 때, 휴대폰이 울렸다. 고등학교 친구들이 오랜만에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내용의 사진들이었다. 사진을 자세히 보기 위해 시계탑 앞에 자리를 잡아 앉자마자 곧바로 영상통화가 걸려왔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얼굴도 있었는데, 졸업한 지 근 3년이 지났지만 화면 속의 친구들은 여전히 고등학교시절의 모습으로 보였다. 친구들과 함께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들었다. 통화를 끝낸 후, 돌아가기 위해 일어나 출구로 향하려는데 아까는 보지 못했던 풍경들이 눈에 들어왔다.


스케이트보드를 타며 시간을 보내는 학생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커플, 뭐가 그리도 좋은지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니는 아이들, 또 그런 아이들을 흐뭇하게 바라보고있는 엄마 아빠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생각했다. 지금 이 순간도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 후회하지 않게, 또 아쉽지 않게 온몸을 다해 지금 이 순간의 홍콩을 온전히 느껴야겠다고.

keyword
작가의 이전글ep2.저 홍콩으로 떠나려고요. 장국영 흔적 찾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