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구룡반도에서 장국영 찾기 - 홍함
여행자로서의 덕목 中 하나인 이른 기상. 일찍 일어나기 위해 알람을 맞췄지만, 더 일찍 일어나 버려 알람이 무용지물이 돼버리는 아이러니 한 일. 이럴 때 드는 생각이 있다 바로... 오히려 좋아!
간단하게 준비를 마치고 게스트하우스의 거실이라고 칭해야 할 것 같은 만남의 장소에서 오늘의 일정을 간단히 복기해 보았다.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했다. 오늘은 정말 장국영이라는 테마로 하루를 꽉꽉 눌러 담은 날이었기 때문에.
일단, 장국영이 살아있을 당시 그의 콘서트가 열린, 심지어는 그가 떠난 후에도 여전히 그를 기리는 수많은 팬과 함께 그의 고별 콘서트가 주기 적으로 열리는 홍함체육관을 방문해야 한다. 그리고 근처에서 간단히 밥을 먹고 난 후, 페리를 통해 노스포인트 쪽으로 넘어가야지!
홍콩섬으로 넘어가서는 장국영의 위패가 있는 동연각원을 들러 잠시 인사를 드리고, 내 최애 영화인 화양연화의 최애장면 촬영 장소! 양조위와 장만옥이 서로의 감정을 확인했었던, 골든핀치레스토랑도 살며시 들려주려고 한다. 그리고 영화 아비정전에서 장국영이 주연인 아비로 나와 아지트로 사용했던 퀸즈카페에도 노스포인트 점이 있다고 하여 방문하기로 했다. 그다음에는 해피밸리로 넘어가 팬들이라면 이제 알고 있는 동성연인 당학덕과의 파파라치가 찍힌 세븐일레븐 앞, 또 홍콩 영화관계자들이 만들고 장국영이 좋아했던 가라오케 BAR 알라바를 방문하는 것으로 오늘의 일정은 끝!
홍콩 느낌이 풀풀 나기를 바라며 빨간색을 배경을 포인트로 깔끔하게 이미지로 정리해 보았다.
왜 이렇게 왔다 갔다 하며, 동선을 낭비하는지 궁금해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가장 큰 이유는 숙소를 옮겼어야 했기 때문이다. 나의 첫 홍콩을 완벽하게 만들어준 HOP INN에서 더 머무르고 싶었지만 워낙 인기가 많았던 숙소라 2일밖에 머무를 수 없어 쇼핑의 메카 코즈웨이베이 쪽으로 숙소를 옮겨야만 했다. 알차게 짠 하루 계획도 복기했으니 이제는 빠르게 발걸음을 할 때!
내가 머무르는 숙소가 있는 침사추이에서 홍함체육관까지 갈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었는데,
첫 번째는 도보로 이동하기. 숙소에서 약 24분 정도를 걸어가면 홍함체육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재차 강조하지만 홍콩이라는 나라는 굉장히 작기 때문에 동선이 짧아 관광객에게는 최적의 나라이다. 물론 이게 단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두 번째는 MTR이용하기. East Tsim Sha Tsui역에서 Tuen ma line을 타고 홍함역에서 내려 걷는 걸아가는 것이다. 충분히 걸어갈 만한 거리였지만, 이번기회가 아니면 Tuen ma line을 탈 일이 없을 것 같아 MTR역으로 향했다. 물론 일반적으로 많이 타는 빨간색의 Tsuen wan line과 큰 차이는 없었지만, 여행자로서 그냥 타보고 싶었다고나 할까!
사실 홍함은 구룡반도의 동쪽에 위치하였기도 하고, 침사추이나 완차이 같은 관광지에 비해 볼 것이 많이 없어 여행자들이 많이 찾지는 않는 곳이기도 하다. 그 말은 즉슨 비교적 현지인이 많이 살고 있는 곳이기에 사람들이 많이 없어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는 곳이다. 물론 나는 다른 의미로 방문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도착한 홍함역에서 2분 정도 걸어가면, 홍함 체육관으로 갈 수 있었다. 왜인지 모르게 다시 뛰는 심장과 그런 나에게 괜찮다고 말하며 토닥여주듯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 맑은 하늘을 잠시 바라보며, 숨을 고르기도 하였다.
꽤나 긴 통로를 지나 출구로 나갈 수 있는 계단에서 무심결에 왼쪽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눈에 들어온 홍함체육관이라는 글씨는 장국영의 콘서트 당일 날로 데려다주었다. 이럴 때는 상상력이 많은 게 참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출구로 나와 마주한 홍함 체육관의 게이트. 이 날은 내가 모르는 연예인의 홍보 포스터가 콘서트 장 벽에 붙어있었는데, 그 종이를 보며 다시 나의 상상력을 발휘에 해보았다.
'저 연예인 얼굴에 장국영을 그려 넣고...'
'자.. 상상해보자.. 난 지금 곧 시작될 그의 콘서트를 기다리는 수많은 장국영 팬들과 함께 서있다'
잠깐 이름 모를 연예인에게는 미안했지만, 그 생각도 잠시 어느샌가 내 머릿속에선 이미 장국영의 콘서트를 기다리고 있는 한 명의 팬으로서 이 공간을 누비고 있었다.
이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딱히 없다. 진짜 콘서트를 위한 공간이었기에, 그저 콘서트의 건물을 바라보는 것과 건물을 등지고 홍함 앞에 있는 하버를 바라보며 내가 곧 건너갈 홍콩섬의 노스포인트를 구경하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뭔가 느낌이 달랐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었고, 날씨는 춥지도 덥지도 않게 선선했으며 사람도 많이 없어 그저 하염없이 걸어 다니기 좋았다.
그를 떠올리며, 게이트 Y에서 게이트 G로 천천히 걸어가다 보니 이른 아침 다 같이 모여 태극권을 하시는 주민 분들을 볼 수 있었다. 홍콩의 공원에서도 가끔 볼 수 있는 풍경이었는데, 마음 그리고 육체와 영혼, 이 3가지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세심하게 조율된 부드럽고 우아한 동작을 사용한다고 한다. 찾아보니 방문객들을 위한 수업도 있고 심지어는 1대 1 강습도 가능하다고 해서, 언젠가 홍콩에서 태극권을 하는 나를 상상해보기도 하였다.
또 게이트 G에서 R까지 쭉 걸어가다 보니 하버 플라자 메트로폴리스 호텔을 만날 수 있었는데, 호텔에서 경기장까지 정말 걸어서 5분도 안 걸릴 정도로 가까워 콘서트를 보기 위해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꽤나 인기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가로 말하자면, 하버 플라자 메트로폴리스 호텔은 홍콩의 4성급 호텔인데 정말 말도 안 되는 홍콩의 호텔 가격에 비해 비교적 합리적으로 묵을 수 있는 호텔이기도 하다. 더불어 이 쪽에 함께 있는 하버 그랜드 구룡이나 케리 호텔 같은 경우도 가격이 비슷하게 형성되어있다. 사람이 너무 많은 곳이 싫고, 조금 여유로운 느낌을 원한다면 걸어서 20~30분, MTR을 타면 10~15분 내로 번화가로 갈 수 있는 홍함 부근에 호텔을 잡는 것도 추천한다.
두 번째 홍콩을 방문했을 때, 홍함의 하버 그랜드 구룡과 완차이의 호텔 중에 고민을 했는데, 이곳을 방문하려고 했던 큰 이유 중 하나는 서울의 한강처럼 하버를 옆에 두고 달릴 수 있는 길이 잘 되어있기 때문이었다. 홍콩 여행하다 보면, 심심치 않게 러닝을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나도 언젠가 그들처럼 홍콩에서 여유롭게 러닝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크게 홍함 체육관을 한 바퀴 도는 동안 내 머릿속은 오로지 장국영으로 가득 차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콘서트 장이 그렇듯, 누군가의 콘서트가 끝나고 나면 그 흔적은 깨끗하게 정리되어 다음 콘서트 가수에게 넘어가기에 장국영 그의 흔적은 전혀 남아있지 않았지만, 그럼 어떠한가! 내 머릿속, 내 마음속에는 생생하게 재생되고 있는데!
지속적으로 장국영의 추모 콘서트가 홍함체육관에서 열리고 있는데, 언젠가 꼭 그의 추모콘서트에 가보고 싶다. 더하여 내가 그를 위해 만든 헌정곡을 언젠가 무대에서 부를 수 있는 날이 오게된다면, 네가 장국영의 팬임을 세상에 알릴 수 있다면 더할 나위없이 행복 할 것 같다.
홍함 체육관에서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한 바퀴를 더 돌아볼까? 고민했지만, 다음 목적지에서 또 다른 그의 흔적을 찾아야 했기에 바로 옆에 있는 페리선착장으로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