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장국영 찾기
오랜만에 글을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려놓는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지만, 가장 큰 일을 뽑으라면 내 인생의 버킷리스트이기도 했던 나의 첫 앨범을 공식적으로 발매했다는 것이다. 감사하게도 작년 가을 음악 관련 국가사업에 선정되어 음원 제작 기회가 주어졌고, 디자인부터 믹/마스터링까지 내가 전부 관여할 수 있었던 정말 감사한 경험이었다.
갑자기 장국영 이야기를 하다 '왜 발매한 음악이야기를 하냐고? 판매 목적이 있는 거 아니냐'라는 말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사실 이 앨범은 그 무엇보다 장국영에 대한 내 사랑이 가득 담긴 앨범이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앨범은 내 다른 관심사인 항공/비행 분야를 테마로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익숙한 숫자와 글자가 보이지 않는가? 잘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앨범의 뒷면을 확대해 보기로 하였다.
이제 조금 더 크게 보인다. 1번 트랙인 '0912(아비정전)', 0912는 장국영의 생일이다. 9월 12일!
약간의 TMI이기도 하지만 필자의 생일인 9월 13일의 하루 전, 사실 이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이건 운명이야..!!!'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누군 같은 것도 아니고 그다음 날인데 너무 짜 맞추는 거 아니냐라고 할 수도 있지만, 원래 인생은 자기가 주인공인 채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겠나!
아비정전은 말하지 않아도 아실 것 같은데, 장국영의 맘보춤이 나온 장국영의 대표작이다. 필자가 장국영을 처음 알게된 영화이기도 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필자의 다른 관심사인 항공/비행 분야를 테마로 만들어졌기에 앨범의 곡 제목들은 실제 항공업계에서 사용하는 'Squawk code(항공기에서 송신하는 비상상황 전송 코드)'에서 차용을 하였다.
숫자여서 그런지 그 사이에 0912라는 숫자를 넣어놓아도 자연스럽다. 장국영 팬들 끼리만 소통하는 Squawk code라고 생각하면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다 ㅎㅎ
더하여 이미 눈치 채신 분도 있겠지만, 나의 아티스트 명은 'LesliE(레슬리)'인데, 장국영을 좋아하기 시작한 고등학교 시절부터 나의 영어 이름이 되었고, 하워드 슐처의 가치관 배우고 싶어 일했던 스타벅스에서의 닉네임 또한 '레슬리', 그러다 자연스럽에 아티스트 이름까지 'LesliE(레슬리)'가 되었다.
사실 그의 팬이어서 그의 이름을 지었다고 짧게 설명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LesliE(레슬리)'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이유는 꽤나 그럴듯한(나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이유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혹시 모를 야유에 미리 대비하여 먼저 한 마디 하자면, 원래 인생은 자기가 주인공인 채로 살아가는 것이니.
내가 'LesliE(레슬리)'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나만의 이유를 말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장국영의 영어 이름이 'Leslie'인 이유에 대해서 먼저 알아야 하는데, 장국영은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애슐리 역으로 출연했던 배우 레슬리하워드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한다. 더하여 레슬리라는 이름이 남녀 모두에게 자주 사용하는 중성적인 이름이라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내가 스스로에게 'LesliE(레슬리)'라고 지었던 이유는 나 역시 장국영이라는 사람의 이름을 차용해서 만들었으나, 내가 스스로 생각하는 것은 장국영이 레슬리하워드에게 이름을 물려받았고(?!), 나 또한 장국영의 이름을 물려받았다.라고 생각하고 있다.
Anyway, 내가 스스로 나를 'LesliE(레슬리)'라고 부르기 시작한 후, 나의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그의 이름을 물려받았다고 생각하니, 내 행동/마인드에 대해 더욱 신경 쓰게 되고 공공연하게 그의 팬이라고 말을 하고 다니고 있으니 더욱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졌다고 할까? 이게 'LesliE(레슬리)'로서의 나의 마음가짐이다.
더하여 장국영은 광동어식 예명을 살려서 Leslie Cheung이라고 불리는 데, 사실 필자의 본관이 '청해 이 씨(전체 성씨 인구 순위에서 329위를 차지할 정도로 매우 적은 숫자를 가지고 있다)'라 초반에는 'LesliE cheunghae'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 사실을 알고서도 진짜 나와 장국영은 연결될 수밖에 없었던 운명이었다고 생각하긴 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1pf8kHR8WCU&lc=Ugy6PV8Zjp_O0-1fgDx4AaABA
쨌든 사실 모든 노래가 그렇듯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욱 재미있는 필자의 앨범. 필자의 장국영에 대한 사랑노래인 '0912(아비정전)'은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장국영을 위한 헌정곡이다. 영어로 쓰인 곡이지만, 필자가 전하고 싶었던 마음을 담아 해석본까지 넣어봤다.
위 링크를 클릭하여, 독자가 사용하는 음악 어플에서 이 곡을 들을 수 있다.
홍콩여행을 가는 비행기에서, 혹은 9월 12일 장국영의 생일날, 또는 갑자기 장국영이 보고 싶어지는 새벽 어느 때든 좋다. 삶을 살아가던 중 문득 생각나면 그를 그리워하며, 이 곡을 만든 필자의 마음을 생각해 주시며 한 번 들어주시면 감사하겠다.
이 노래가 장국영에게 전해질 순 없지만, 언젠가 장국영 팬들에게 또 장국영을 기억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노래가 되었으면 좋겠다.
사랑해요~ 레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