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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해피밸리 세븐일레븐 앞 장국영, 그리고 당학덕

chapter 2. 홍콩섬에서 장국영 찾기 - 해피밸리 2

by LesliE

구룡반도의 홍함부터 시작된 일명 장국영의 발자취 따라가기 일정을 차근히 이행하다 보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다 하늘이 어둠의 색으로 덮여버렸다. 하지만, 나에게는 아직 마지막으로 가야 할 장소가 있었기에 빠르게 '해피밸리의 세븐일레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누군가는 특정 편의점을 왜 가지? 그곳에만 파는 물품이 있나?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해피밸리의 한 구석에 있는 흔한 세븐일레븐은 장국영 팬들에게는 흔하지 않은, 꽤나 중요한 곳이다.


생전 장국영을 가장 힘들게 했던 자들이기도 한 파파라치들이 그의 사진을 찍은 곳인데, 그 사진이 화제가 된 이유는 그의 연인이라고 알려진 당학덕과 손을 잡고 있는 사진이 찍힌 곳이기 때문이다.


사실 마음 한 켠으로는 '장국영 님을 힘들게 한 파파라치들이 그를 몰래 찍은 사진의 장소를 내가 찾아가고 있네...'라는 생각도 들었다. 빠르게 변하는 홍콩 사회 속에서 그의 흔적을 털 끝만큼이라도 찾기 위한 한 팬의 간절한 마음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문제의 파파라치들이 그의 모습을 담은 세븐일레븐은 24 King Kwong Street에 위치하여 있었는데, 해피밸리 트램 정류장에서 4분 정도면 금방 도착한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편의점이 가까워질수록 심장이 두근거림을 넘어 긴장되기까지 했다.


모든 팬이라면, 뒷모습만 보아도 본인이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듯, 나도 왼쪽의 뒷모습만 보이는 사진을 보자마자 오른쪽의 인물이 장국영임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찍은 문제의 세븐일레븐의 사진을 파파라치들과 찍은 것과 비교해 보면 단지 화질이 더 좋아졌을 뿐, 위에 7이라고 쓰인 세븐일레븐의 간판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거리를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더 이상 그 자리 그리고 이 세상에 없을 뿐...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 편을 작성하기 위해 해피밸리 편의점 앞에서의 장국영의 이야기를 좀 더 정확하게 찾고자 검색하다 처음 알게 된 사실이 있는데, 이 파파라치에서 장국영과 당학덕이 알라바로 들어가는 게 찍혔다는 것이다. 알라바로 향하기 위해 세븐일레븐을 지나갔던 것이라는 것을 나는 최근 처음 알게 되었다.


여기서 알라바를 잠깐 소개하자면, 장국영이 생전 자주 찾던 BAR로 홍콩영화관계자들이 만든 곳이라고 알려져 있다.


출처: 구글 스트리트 뷰(2024.01 업데이트 VER.)

정말 바로 옆에 붙어있기 때문에, 방문하실 분들은 참고하셔도 좋을 것 같다. 사실 나는 방문하기 전부터 세븐일레븐 근처에 알라바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조금의 기대를 가지고 가게로 들어갔다. 허나 생각했던 것과 달리 K-POP을 비롯한 노래가 나오고 있었고, 한국의 호프바 같은 분위기를 내뿜고 있었기에 바로 나오긴 했지만. 그만큼 K-POP의 위상이 높아졌구나 하며 한 명의 한국의 국민으로서 자부심도 느끼기도 하였다.


사실 생각해 보면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강산이 두 번 바뀔 동안 이곳의 모습이 그때와 같을 수가 없다'라는 생각과 알라바는 그저 홍콩의 BAR 중 하나일 뿐인데, 나에게 알라바는 장국영에게 포커스가 된 장소이니 장국영/80~90년대 홍콩 영화에 관련된 노래가 나올 거라고 생각한 나의 모순이기도 하다.


하지만, 문득 그런 생각을 하곤 한다. 만약 내가 알라바를 들어갔을 때, 영화 속 타임머신처럼 80~90년대의 홍콩의 모습과 관련 영화 OST가 나오고 했었다면, 저곳은 나의 최애 플레이스가 되었을 것이라고. 일 년에 한~두 번쯤은 이벤트성으로 과거 홍콩영화/장국영 팬들을 위한 이벤트가 있다면 정말 표를 끊고서라도 한국에서 올 사람들이 있을 텐데. 나처럼^^이라는 알라바의 수익성 이벤트까지 생각을 하며 혼자 웃으며 숙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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