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 홍콩섬에서 장국영 찾기 - 해피밸리
홍콩섬의 부촌인 해피밸리. 여행자들에게는 매주 수요일마다 열리는 경마장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나에게 해피밸리는 장국영의 흔적이 가득 묻어있는 지역이라, 홍콩을 방문할 때마다 잠깐이라도 꼭 들르곤 한다.
해피밸리에는 장국영이 어릴 적 다녔던 초등학교도 있고, 그가 생전 가장 좋아했었던 딤섬집인 예만방이 있었던 곳이기도 하고, 그의 위패가 모셔져 있는 동연각원도 있다. 더불어 그의 연인인 당학덕과의 파파라치 컷이 찍힌 세븐일레븐도 바로 이곳 해피밸리에 있다.
우선 그의 위패가 모셔져 있는 동연각원으로 먼저 향하기로 했다. 오후 4시간 문을 닫는 곳이었기에 발걸음을 서둘러야만 했는데, 아비정전의 모티브가 되었던 장소인 퀸즈카페가 있었던 노스포인트에서 동연각원으로 향하는 방법은 크게 버스를 타는 법과 트램을 타고 가는 방법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트램을 너무 좋아하는 터라 Happy valley - Shau Kei Wan을 타고 해피밸리로 향했다.
트램은 홍콩섬에서만 볼 수 있는 대중교통인데, 홍콩의 물가에 비하면 매우 저렴한 이용가격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그와 반대로 사람이 수동으로 조종하며 이동하는 터라 차가 막히는 퇴근시간 때면, 평소에 걸리는 시간의 2배가 걸리기도 한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그럴 땐 2층에 앉아 홍콩의 풍경을 눈에 가득 담아 바라보고 있으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동연각원은 해피밸리 트램 정류장에서 내려 6분 정도를 올라가야 했는데, 부촌이라 그런지 상당히 깔끔한 풍경과 높은 건물들이 인상적이었다. 비교적 언덕길에 위치하여 있었기에 천천히 주위 풍경을 눈에 담으며 이동하고 있었는데, 홍콩 부동사나 가게가 딱 눈에 들어왔다. 얼마나 비싼고.. 하며 벽에 붙은 종이에 가까이 다가가니, 말도 안 되는 큰 숫자가 벽에 붙어있길래 자연스럽게 고개를 왼쪽으로 돌려 목적지로 향했다.
아, 더하여 반려견을 산책시키는 모습을 홍콩에서 처음 본 곳이 이곳 해피밸리기도 했는데, 생각해보니 홍콩에서 반려견을 산책시키는 모습을 보지 못한 것 같아 글을 쓰다 궁금해져서 검색해 보니 생각지도 못한 뉴스가 내 눈에 들어왔다. [홍콩 Z세대들은 고양이/강아지 대신에 관리하기 쉬운 뱀을 키운다]. 음.. 뱀띠지만 뱀을 싫어하는 나이기에,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구나~하며 넘어가기로 했다.
내가 방문했을 당시에는 옆 건물에서 수리 중이었던 것인지 공사장의 분위기를 풍기기도 했다. 방문할 수 있겠지..? 하며 동연각원을 들어가려는 데 생각지도 못한 이유로 일명 빠꾸(?!)를 먹었다. 그 이유는 오늘 이곳에서 특정 행사가 있어서 방문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다행히도 일주일간의 홍콩여행 중 초반에 방문하였기에, 다음 날 다시 오겠다고 이야기를 잘 나누기는 하였지만 혹여나 나처럼 장국영의 흔적을 찾아 동연각원에 방문한다면 또 일정이 그렇게 여유롭지 않다면, 미리 전화를 통해 방문해도 되냐고 물어보는 법도 한 가지 방법이겠다.라고 생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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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완차이를 가기 전, 다시 동연각원으로 향했다. 어제 탔었던 그 트램을 타고, 내려서 이번엔 한 눈 팔지 않고 곧장 직진했다. 사실 이곳은 장국영 말고도 많은 홍콩인 분의 위패가 있는 사찰이라 내부 사진/영상 촬영이 허용되지 않는다. 즉, 관광지가 아니기 때문에 가족들을 이곳에 모셔놓은 현지인 분들만 방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나는 정말 장국영이라는 한 사람만 보고 그의 흔적을 찾기 위해 방문하였다.
조용히 입구로 들어가니 불교사찰답게 금색빛이 가득한 물건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다. 천천히 1층을 슥 둘러보고, 조용히 그리고 경건한 마음을 가지고 위패들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갔다.
위층으로 올라가게 되면 한 방만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방이 있고, 또 그 방마다 많은 위패가 한 번에 모셔져 있기에 장국영의 위패를 찾는 데 조금 애를 먹기도 했다. 다행히 내가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직원 분께서 말을 걸어주셨고 '장국영'을 찾으러 왔다고 하니 내가 그냥 지나쳤던 끝 쪽에 위치한 방으로 나를 데려가 주셨다. 더하여 친절하게 가운데 즈음에 위치한 장국영(張國榮)의 이름이 적힌 위패를 알려주시며, 나에게 뒤에 향이 있으니 한 번 피워보라고 권하셨다.
그렇게 친절하신 직원 분이 떠나고 수많은 위패들이 가득한 그 공간엔 나만이 남아있었다. 조심스럽게 향을 피우고, 그의 위패를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그가 세상에 던진 말들과 그가 촬영했던 영화장면들'
'그가 좋아했던 딤섬집인 예만방이 아직까지 있었다면, 오늘 들려 사장님과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들까지.. 주제는 정말 중구난방이었지만, 그 주인공은 항상 한 사람에 귀결되는 그런 생각들을 했다.
어떤 분은 출근하기 전에 들려 가족에게 인사를 드리시는 것 같았고, 어떤 분들은 가족 단위로 오셔서 인사를 드리기도 하셨다. 내가 그곳에 머무르는 동안 인사를 드리는 사람이 3~4번 정도가 바뀌었기에 정말 꽤 오래 머물러있었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동연각원에서 그에 대한 기억과 추억들을 꽉 붙들고 싶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