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현이는 바닷가에 앉아 있었다.
파도가 바위에 부딪히며 고요한 소리를 냈다.
햇살은 부드럽게 모래 위를 비추고 있었다.
새로운 친구가 다가오자 그 아이는 말을 건넸다.
“내가 너한테 재밌는 얘기를 하나 하려고 하는데,
그 얘기가 너에겐 재미없을 수도 있어.
그래도 끝까지 잘 들어줄 수 있어?”
현이는 그 말에 조금 멈칫했다.
그 친구의 말은 별거 아니었지만, 현이의 마음은 요동쳤다.
만약 그 얘기가 재미없으면 어떡하지?
마음 속에서 작은 의문이 일었다.
‘내가 재미없으면?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아이가 실망할까? 나는 끝까지 다 들어야 할까?’
고민을 하던 현이는 입을 열지 못했다.
그 대신 친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지켜보았다.
그 친구는 말없이 모래에 작은 글자를 적기 시작했다.
가느다란 손끝이 모래 위를 스쳐가며 첫 글자를 남겼다.
‘괜…’
그리고 그 친구는 그 글자에 이어서 한 글자를 더 적었다.
‘…찮아.’
현이는 그 글자들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 친구는 말 없이 글자를 계속 적기만 했다.
현이의 반응을 기다리는 듯했다.
현이의 마음속에 무언가가 맺혔다.
그 글자가 왜 그렇게 특별해 보였을까?
잠시 후 현이는 그 친구에게 물었다.
“내가 재미없는 건.. 재밌다고 행동을 못해서 그래도 괜찮을까?”
그 아이는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현이의 불안을 어루만져주는 듯했다.
그 친구는 계속해서 모래에 글자를 적으며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글자만 계속 적고 있었다.
그 글자를 현이가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잠시 후 현이의 눈빛이 흔들렸다.
왜냐면 그 글자가 단순한 글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건 아무런 뜻이 담겨 있지 않았다.
모래 위에 남은 불규칙한 선들이었을 뿐이었다.
현이는 잠시 혼란스러웠다.
‘그 글자는 뭐였을까?’
그 의미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글자들 속에 숨겨진 무엇인가가
현이의 마음 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그 아이는 글자를 적는 게 아니라,
마음을 그리고 있었던 거였다.
말이 아니라 모양으로.
"그냥... 그런 걸까?”
“그런... 그런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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